13월
전민식 지음 / 북폴리오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독자들 중에 일부는 아마도 작년에 개봉되어 많은 관객들을 동원하여 흥행에 성공을 거두었던, 영화 감시자들을 보았을지 모르겠다. 이 영화는 중대한 사건에 대한 핵심 용의자를 잡기 위해 경찰 내부의 특수임무를 부여받은 감시팀에 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다루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면서 놀랐던 것은, 작품 자체의 재미도 그렇지만 이들 감시팀이 사전에 치밀한 계획과 작전을 통해 얼마나 조직적이고 빈틈없이 세부적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고 사실적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목표가 되는 대상을 추적하고 잡아내기 위해, 단 한 순간의 실수나 허점을 용납하지 않는 고도로 훈련된 형사들의 활약상을 보면서, 위압감과 오싹함을 느꼈던 작품으로 기억된다. 이 영화에서처럼 누군가로 하여금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거나 미행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그 자체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일이 될 것인데, 만약 이러한 행위가 공권력을 등에 업고 비밀리에 자행되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 기분은 어떨까 싶다. 이 소설은 영화 감시자들의 나왔던 줄거리와는 사뭇 다른 내용을 담고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으로 보면 유사한 점이 많은 작품이다. 물론 독자의 입장에서 전개되는 내용을 읽다보면 과연 이런 일이 있기는 한 것일까 하고 조금의 괴리감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 사회에 다양한 형태의 여러 불법사찰들이 실제 존재해왔음을 감안해보면, 이 작품을 그냥 무심코 넘겨버릴 만은 없는 일종의 사회고발적인 부분을 새롭게 인식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한번 주목해볼만한 작품으로 여겨진다.


부모 없이 보육원에서 어린 시절과 반항적이며 일탈적인 사춘기를 보낸 주인공은, 성인이 되어 보육원을 나오면서 앞으로 자신의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해 이전과는 정반대의 다른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그에게는 자신이 모르는 한 가지 사실이 있는데,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는 일종의 자그마한 전자 칩이 그의 몸에 심어져 있다는 것이다. 한편 전자 칩이 보내오는 신호에 따라 주인공의 모든 일상생활을 은밀하면서도 철저하게 미행하며 추적하는 한 여인이 등장한다. 그녀는 한때 조울증과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고 심지어 관음증의 증상까지 있었지만, 우연한 기회에 국가기관 소속으로 비밀리에 운영되고 있는 연구소에 취업을 하게 되고, 그녀가 맡은 업무는 바로 주인공을 행태를 관찰하여 상부에 보고하는 것이다. 이 작품은 관찰당하는 자와 관찰하는 자의 개별적 시각에 각각 맞추어져 교차적인 형태를 보이며 그 내용이 흥미롭게 전개되어있다. 겉으로 보이는 작품 속 줄거리의 전개과정을 보면, 불의와 비도덕적인 세상 속의 유혹을 뿌리치려고 안간힘을 쓰며 살아가는 관찰대상자와, 그러한 상대를 암암리에 지켜보면서 서서히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관찰자로서의 한 여인에 대한 안타까운 현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이 작품이 나타내고자 하는 것은, 두 사람의 연관 관계 이면에 숨겨진 한 인간에 대한 집요하고 거침없는 사찰에 관한 사회성이 짙은 내용을 담고 있다. 더불어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작품을 읽다보면 독자들이 또 다른 관찰자가 되어 이 두 사람 간에 행해지는 모든 행태들을 은연 중 지켜보게 되는, 마치 관음자의 직접적인 입장이 되는 소설의 서술적 묘미를 실감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생각했던 것은, 혹시 우리 자신은 누군가에게 기만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었다. 마치 우리가 이미 계획되고 만들어진 세계 속에서 놀아나는 순진무구한 어린아이는 아닌가 하고 말이다. 작품 속 이야기와는 별개의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우리는 과학의 눈부신 발달에 힘입어 그에 따른 생활의 편리와 같은 엄청난 혜택을 받고 있지만, 반면에 맞닥트려야 하는 불편한 진실에 대해서는 외면하거나 혹은 모른척하고 지나가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은 그만큼 우리가 편리성이라는 달콤함에 길들여져 자신도 모르게 문명의 의존도에 크게 좌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를 곰곰이 되돌려 생각해보면 우리 자신의 상당부분은 문명이라는 굴레에 강하게 구속되어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생각해보자, 만약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다고 생각한 자유가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유가 아니라면, 우리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이 책속의 내용에서처럼 나의 사생활은 명목상 존재하는 것에 불과할 뿐이며, 누군가가 나의 모든 것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감찰한다고 가정한다면, 이를 인정하고 수긍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일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우리는 무감각하게 오늘을 살아간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에 자기 자신은 예외일 것이라 쉽게 단정해 버린다. 아마도 작가는 이 작품의 통해 문명의 이기에 속절없이 무너져 가는 현실의 세태를 독자들에게 보여주고자 했는지 모른다. 따라서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불신의 사회는 그 미래가 결코 희망적이라 할 수 없는 것처럼, 이 책을 통해 많은 독자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불편한 현실의 사안들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직시했으면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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