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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 바이 나이트 : 밤에 살다 ㅣ 커글린 가문 3부작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평점 :
국내외적으로 대표적인 범죄느와르 작품을 하나 고르라고 한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말론브란도가 주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던 영화 ‘대부’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1940년대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미국 도시사회의 이면에 감추어진 어두운 뒷골목의 이야기를 실화를 바탕으로 흥미롭게 그려냄으로서, 신선한 충격과 전율을 느끼게 하여 많은 관객들로 하여금 상당한 호평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혹시 영화 대부에 흥미를 느꼈었던 독자들이 있다면, 이 소설이 전개하고 있는 내용 역시도 그에 준하는 상당한 재미와 즐거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사실 그동안 갱스터 느와르와 연관한 소설들의 경우 다른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내의 독자들에게는 이에 관한 관심도가 그리 높아 보이진 않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것은 아무래도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이 어느 정도 크게 작용되었다고도 볼 수 있지만, 한편에는 작품이 담고 있는 어떤 의미 있는 메시지가 강조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배신과 음모, 그리고 폭력과 같은 비인간적이고 자극적인 부분들에 대해 독자들이 다소 거리감을 느꼈기 때문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물론 이 작품 역시 그러한 부분에 자유롭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 전반적인 내용을 생각해볼 때, 영화 대부의 몇 장면을 떠올릴 수 있을 만큼의 강렬한 인상을 주는 이미지들을 감상할 수 있는데다가, 특히 작품 속 사실적 묘사에 따른 흥미로운 줄거리 전개와 함께, 뛰어난 가독성은 물론이고 휴머니스트적인 요소가 담보되어 있어서 의외의 괜찮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인공 조지프는 촉망받는 현직 경찰관인 아버지를 두었으나, 정작 자신은 보스턴 뒷골목의 3류 건달이나 다름없는 갱스터 생활에 푹 빠져 살아간다. 그러나 말이 갱단이지 그가 속한 갱단은 일종의 좀도둑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갱으로서 주먹이나 체력적으로는 보잘 것 없는 편에 속했지만, 두뇌회전이 빠르고 뛰어난 판단력으로, 자신보다 몇 살 위인 동료들로부터 상당한 신임과 함께 리더의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인생에 전환점이 되는 잊지 못할 사건이 터지게 된다. 그날 벌어진 일의 발단은 이렇다. 조지프가 속한 일당이 여느 때와 똑같이 보스턴의 어느 비밀술집을 습격을 하던 중, 그곳에서 일하고 있던 한 여인에게 첫눈에 반하게 되고 결국 사랑에 빠지고 만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 이러한 사실은 훗날 엄청난 일을 초래하게 만드는 원인의 씨앗으로 싹트게 된다. 이 작품은 1920년대 금주법이 실행되던 그 시기에 미국의 암흑가에서 비일 비재하게 벌어졌던 갱스터 간의 세력 다툼에 관한 이야기가 실감나게 그려져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이 시기에 미국은 공권력이 무색할 만큼의 많은 갱스터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는데, 이는 당시 미국 전역에 걸쳐 시행됐던 주류의 제조와 유통 금지법이 크게 한 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밀주가 성행할 수밖에 없었고, 이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취하려는 범죄 집단의 형성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측면에서 이 작품은 시대상을 문제점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포착하여, 치밀한 구성으로 범죄느와르 분야에서 또 하나의 걸작을 탄생시키지 않았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이 작품은 얼핏 보면 마초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남성위주의 작품처럼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 독자들이 어디에선가 한번 보았을 법한, 영화 속 갱스터들의 화려한 액션이나, 범죄자 간의 의리를 강조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작품의 경우는 기존 그런 작품들의 이야기에서 사뭇 다른 차이점을 볼 수 있다. 우선 작품 전반에 걸쳐 휴머니스트적인 요소가 짙게 배어 있다는 점이다. 아버지에게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주인공은 뒷거리의 불량한 청소년으로 자라지만, 이후 그의 모습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 아마도 이러한 부분은 분명 독자들에게 의미 있는 내용을 시사해주리라 생각한다. 또 하나는 기존 영화나 소설의 작품들이 대부분 대중적인 기호에 맞추어 흥미위주의 자극적인 면에 많은 것을 할애했다고 보면, 이 소설은 그러한 대중적인 면에 더하여 작품이 담고 있는 내용에 대해 독자들로 하여금 사색을 가능케 함으로서, 작품완성도의 측면이 한층 강화되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더불어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읽으면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던 점은, 흥미로운 캐릭터들의 설정과 사건의 연속성을 통한 인물들의 변화 과정의 흐름이,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본 것 같은 생각이 들 만큼 사실적이고 상당한 흡인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을 계기로 이와 유사한 성격의 많은 작품들이 독자들에게 선보였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끝으로 시대와 배경은 다르지만, 이러한 다양한 형태의 갱스터 느와르 작품이 갖는 의미는, 비정한 암흑가의 실질적인 세계를 독자들이 한층 가까이에서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채롭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러한 작품을 통해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속성을 부각시킴으로 해서,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는데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이 단순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많은 독자들에게 언젠가 혹시 모를 불편한 진실에 맞닥트리게 될 때, 흔들리지 않는 가치관 형성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시각에서 읽혀졌으면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