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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강 메콩에서
김이기 지음 / 시간여행 / 2013년 12월
평점 :
개인적으로 자주 접하지는 못하지만, 조금의 시간적 여유가 생기게 되면, 자연과 관련한 이야기나 각 나라의 흥미로운 문화를 소개한 다큐멘터리를 찾아,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보고 있는 내 자신을 문득 발견하곤 한다. 그런데 이런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항상 느끼는 것은, 자연의 위대함이나 경이로움이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자연을 거스르려는 인간의 무지한 욕망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그리고 자연에 맞선 인간의 작디작은 그 왜소함이 왜 그리 부각될 수밖에 없는지를 은연 중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인류의 문명은 자연의 산물 중 하나로 여겨지는 강을 중심으로 발전되어 왔다. 인간은 생존을 위한 터전으로 물은 필수적일 수밖에 없었고, 더불어 맹수와 같은 육지의 짐승들을 사냥하는데 대한 수고스러움보다는, 물고기를 잡는 것이 한결 간편하고 쉬운 방법이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 점에서 강은 어쩌면 과거에도 그래왔고 현재도 그러하며 앞으로도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중한 친구와 같은 존재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메콩강에 관한 이야기도 그런 관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는듯하다. 책 속에는 우리의 문화권에 인접한 동남아시아의 최대의 강으로 불리는 메콩강과 그 지역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집중조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메콩강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이것이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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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메콩강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이 강은 어느 특정국에 한정되어 흐르지 않고 여러 나라의 지역을 지나고 있어 그 이름도 나라마다 제각각 다르다. 메콩강은 중국 티베트 고원에서 발원하여 지도상으로 보면, 그 강줄기가 거의 수직에 가까운 형태를 이루면서, 라오스와 타이의 국경, 그리고 미얀마와 라오스의 국경 일부를 흐르다가 라오스·캄보디아·베트남을 거친 뒤 베트남 호치민 시를 통과하여 마침내는 남쪽 넓은 삼각주에서 남중국해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메콩강의 총길이는 무려 5천 킬로에 가깝고, 유량도 엄청나서 우리나라의 4대강을 합친 것보다 10배가 넘는 수치를 자랑한다. 특히 메콩 강 하류 유역의 경우 삼각주 지형을 이루고 있어, 농업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인 관계로 현재 이 부근에 4,500만이 넘는 인구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메콩강이 주는 큰 혜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메콩강 그 줄기의 흐름을 따라 힘든 생존을 펼쳐가고 있는 다양한 생물들과, 그 강에 기대어 소박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는 여러 소수민족들의 애환을 그리고 지금까지 진행되어 오고 있는 메콩강 주변의 여러 나라들의 문화들을 포함한 다각적인 내용을 선보이고 있어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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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적으로 조금 차이는 있겠으나 대체적으로 메콩강주변 지역은 건기와 우기가 뚜렷해서, 불과 20년 전만해도 다양한 야생동물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불법벌목과 야생동물의 포획이 점차 증가하면서 그 개체수가 줄어들었고, 이를 우려한 목소리들이 많아지자 일부 지역에서 레인저 활동과 같은 환경보호를 위한 자구책들이 시행되고 있다. 눈에 띠는 것으로는 다행스럽게도 캄보디아 국경부근 지역에 멸종위기에 놓여 있는 따오기의 서식처가 있으며, 아시아의 세렝게티로 불리는 몬둘끼리 숲의 경우, 호랑이를 포함한 코끼리의 낙원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 할듯하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눈이 먼저 가는 곳은, 오래전부터 메콩강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삶을 유지하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생활상과 문화적인 부분이다. 특히 해발 천 미터가 넘은 산허리에 자리 잡은 차 재배를 하며 살아가는 중국의 소수민족 아이니족의 소박한 삶과, 라오스 고산 지대에 사는 아카족의 경우, 가파른 지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산비탈에 겹겹이 지어놓은 벼농사를 위한 논을 볼 수 있는데, 이들은 풍족하지 않은 생활에도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는 모습은, 마음과 시간의 여유조차 맘껏 누리지 못하는 우리 도시인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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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콩강의 거대한 물줄기는 그동안 자연을 거스르려는 인간의 욕망에 의해 더러 이리 찢기고 저리 찢기면서도, 그 아픔을 감내하며 중국을 포함한 인도의 동쪽까지를 아우르며, 그 안에 3억의 인구를 포용하며 오늘도 여전히 유유히 흐르고 있다. 메콩강은 그들에게 있어 어머니의 강으로 불린다. 언제든 먹을 양식을 내주었고 또한 사람들에게 자신에 의지해 살아갈 삶의 터전을 마련해주었기 때문이다. 이 책이 소개하고 있는 메콩강의 주위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힌두문화와 유교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고, 그 주변에 많은 소수민족들이 자신들만의 독특한 전통문화를 고수하면서도, 새로 유입되는 문화에도 거부감 없이 이를 수용하며 살아가는 평화로운 일상의 모습을 여과 없이 들여다 볼 수 있다. 우리는 이 책의 내용이 알려주는 바와 같이 어디를 가든지, 단지 말과 문화의 차이만이 존재할 뿐, 사람 사는 세상은 우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메콩강과 그 주변의 이야기는 어쩌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떻게 사는 행복한 것이며, 무엇을 위해 살아갈 것인가를 진정 깨닫게 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