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의 기술 - 권력을 빼앗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전략전술
쿠르치오 말라파르테 지음, 이성근.정기인 옮김, 문준영 감수해제 / 이책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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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람이 성취하고자 하는 욕망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권력에 대한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 어떤 시대를 보더라도 그 역사 안에는 언제나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암투를 벌였던 많은 사건이 존재했음이 이를 증명해준다 하겠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현대정치사에서도 계속 진행되어 왔고, 권력을 향한 인간의 근원적 욕망이 존재하는 한 앞으로도 어떤 형태로든 지속하게 될 것이다. 유럽은 근대로 넘어오면서 시민계급의 성장에 힘입어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절대왕정이 무너지고 다양한 정치이데올로기가 등장하는 계기를 맞는다. 하지만 세계경제가 불황의 늪에 빠지면서 기존의 정치지형에 상당한 변화를 겪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세계사를 뒤흔들 만큼의 정치권력투쟁과 관련한 쿠데타와 같은 치열한 암투의 시기가 있었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민주정부수립이후 정치기득권층들의 부패가 날로 극심해지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사회가 혼란스러워지자 군부에 의한 쿠데타를 경험하는 불행한 과거가 있었음은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유럽이든 우리나라든 그동안 이러한 쿠데타에 의한 후속과정의 결과가 우리에게 결코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지 못했다는데 있다. 권력의 승계는 각 나라에 맞는 정치 이념에 따라 법이 정한대로 공정한 방법과 절차를 거쳐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지, 자국 국민의 의사에 반하는 비합법적인 수단으로 쟁취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은 유럽의 현대사에 발생했던 정치권력의 투쟁과 연관하여 여러 나라들의 쿠데타로 기인한 권력의 향방이 어떠했는지를 살펴보면서, 독자들에게 당시 정치권력의 흐름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이 책에는 20세기 초 정치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격동의 시기를 보냈던, 러시아,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에서 벌어진 여러 쿠데타의 모습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는지를 비교적 상세하고 알기 쉬운 설명으로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어 눈길을 이끈다. 우선 이 책의 저자는 이탈리아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이며 1차 세계대전에 직접 참가하기도 했고, 전후에는 파시즘 운동에 적극 참가할 정도로 정치성이 강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쿠데타의 형식으로 정권을 쟁취했던 트로츠키, 나폴레옹, 레닌, 히틀러와 같은 정치가들이 어떻게 권력을 빼앗고 또한 반대세력으로부터 이를 방어하는지 그 세부적인 내용을 기술하고 있는데, 출간 당시 그 시기에 주류가 되었던 사상적 이념에 의해 많은 이들로부터 호응을 얻었고, 특히 유럽 지식인들에게는 상당한 영향력을 끼쳤다. 그래서 한때 이 책은 권력을 얻기 위한 다수의 정치가들에게 있어서 일종의 교과서 같은 표본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러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좌파와 우파에 관계없이 그 내용이 편협하고 왜곡되었다는 비판과 아울러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결과를 가져옴으로서 마침내는 금서로 지정되었고, 또한 그의 정치적 입지의 약화는 물론 몇 년간 정치적 유배의 고통을 겪어야 하는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이 책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러시아의 트로츠키의 정권탈취 과정에서 보듯, 쿠데타에 의한 국가권력의 정복과 방어의 문제는 대의명분을 앞세운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며, 그리고 국가 방어의 기술은 바로 권력을 정복하는 기술이 지배하는 원리와 동일한 경로를 밟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쿠데타의 유리한 환경은 정치 사회적 질서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고, 제한된 인원을 통한 주요 국가기관 및 공공기관을 점거하는 기술적인 면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또한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독일의 히틀러에 대해 말하기를, 그의 지성은 근본적으로 여성적이며, 그가 지닌 마음, 야망 심지어 의지까지도 남성적이지 않다면서, 병적인 자기중심주의와 까다로운 자존심등의 약점을 폭력의 이면에 감추고 있다는 식의 부정적이면서도 회의적인 관점에서 히틀러를 평가하기도 한다. 더불어 저자는 오늘날의 정치 환경은 우익이든 좌익이든 권력을 얻으려는 정치모리배들의 야망의 실현에 큰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이야기 하면서, 어떤 혁명의 기도를 격멸하기 위해 정부가 의도하거나 채택하는 조치들, 이를테면 위탁된 정치, 경제, 사회문제의 지표가 국민들에게 때로 희망이 되기도 하지만 역으로 보면 이것이 공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중요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쿠데타에 관한 저자의 구체적인 설명을 보면 일부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로 그가 말하는 쿠데타의 기술적 요소들이 오늘날 정치흐름에는 적용하기 힘든 부분도 많아서 수긍하기에는 다소 꺼려지는 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더구나 일부 내용에서는 역사적 사실에 위배되는 자의적인 해석과 평가들이 적잖이 나타나기도 해서 조금은 편협한 느낌이 들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 이 책에서 독자들이 유의해서 볼 것은, 유럽 정치사의 격동기였던 그 시기에 러시아, 독일 등 여러 나라들의 정치권력 진행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근대 정치학의 이론을 다졌다고 하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접목하여 당시의 정치사를 바라보고 이해하는데 상당한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이 책 말미에 부록으로 소개된 이탈리아 파시즘의 개략적인 내용과, 저자 쿠르치오 말라파르테의 생애와 문학에 대한 설명은 독자들에게 좋은 자료가 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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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직업실록 - 역사 속에 잊힌 조선시대 별난 직업들
정명섭 지음 / 북로드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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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사회로 넘어오면서 시대가 빠른 속도로 변하다보니, 그 흐름에 맞게 기존의 여러 직업들이 사라지기도 하고 반대로 생각지 못한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기도 한다. 그래서 한편으로 생각하면 직업은 어느 특정한 사회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는데 있어 하나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도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왜냐하면 직업이란 아무래도 그 사회의 다양한 문화에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러한 과정에서 이런 저런 필요성에 의해 생성 혹은 소멸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기억하는 독자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한때 추노라는 TV드라마가 시청자들로부터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드라마가 없었다면 추노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를 지칭하는지, 이를 이해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추노라는 말의 뜻은 도망간 노비를 추적하여 데려오는 것을 말하는데, 조선시대에는 이런 일을 전문적으로 맡아서 하는 추노객이라는 노비사냥꾼이 존재했었다고 한다. 이후 고종 때에 노비세습법이 폐지되었고, 갑오개혁 때에 이르러서는 모든 공, 사노비가 법제상으로 해방되면서 추노객이라는 직업은 더 이상의 의미가 없어졌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해 볼 것은, 이러한 직업의 사례에서 보듯 시대마다 직업이 지닌 구체적인 내용을 통해서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회의 여러 부분들을 추측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직업이라는 것이 시대의 사회상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해당 시기에 존재했던 직업 고유의 특성을 살펴봄으로서, 우리의 역사를 세밀하게 관찰해 보는 것도 객관적이면서 폭넓은 역사인식을 돕는 하나의 괜찮은 방법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은 조선시대에 존재했던 20여개 직업의 내용을 면밀하게 들여다보면서, 당시 사회의 일면을 집중조명하고 있어서 독자의 입장에서 신선하면서도 흥미롭고 한편으로 이채롭게 느껴진다. 책 속에는 그 시기에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졌던 여러 직업들을 3가지 형태로 분류하여 소개 설명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나라에서 지급하는 일정한 녹을 받는 오늘날의 별정공무원에 해당하는 직업이다. 여기에는 현재의 소방관과 비슷한 역할을 했던 멸화군과, 조선 초기 북방정책과 관련하여 첩보를 담당했던 체탐인이 있었으며, 또한 유교가 국가이념으로 자리 잡으면서 상대적으로 몰락의 길을 걸었던 승려들이 한증소를 운영하거나 시체를 거두는 한증승과 매골승이라는 독특한 직업들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많은 독자들이 알고 있는 다모라는 직업은 남녀가 유별하던 그 시기의 정서에 맞는 여자형사임은 분명하지만, 이들의 출신 대부분이 공노비였다는 점은 조금 의아스럽게 여겨진다. 그런데 이런 직업들의 공통점은 조선왕조에서 실시되던 정책에 기인한 필요성에 의해 대두되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 다음은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자연스럽게 대두되는 자영업자에 관한 부분이다. 일시적인 직업에 불과했지만 조정의 소식을 알려주는 관보의 내용을 활자로 인쇄해, 이를 돈을 받고 파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들을 기인이라 부른다. 그리고 출판과 통신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기에 책을 내용을 읽어주는 전기수라는 직업이 있었고, 또한 조선 중기부터 점차 한양의 인구가 늘어나고 상업의 발달로 인해 얼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얼음을 팔았던 장빙업자를 들 수 있겠다.


끝으로 본인 스스로가 원하지는 않았지만 먹고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했던 직업들도 있었다. 이를테면 남의 초상집에 가서 돈을 받고 울어주는 곡비라는 직업과, 죄를 짓고 태장의 형벌을 받은 사람을 대신해서 매를 맞아주는 매품팔이가 그것이다. 이들 중에 눈에 띠는 직업은 과거시험장에서 시험을 보는 사람을 대신해서, 좋은 자리를 잡아주는 선접꾼과 답안지에 써야 할 문장을 구상해주는 거벽, 그리고 거벽의 문장을 받아 답안지에 써주는 사수라는 직업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는 당시 과거시험의 부정행위가 얼마나 극심한지를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겠다. 책 속에 설명된 각종 직업들은 시대를 달리하면서 일부의 경우 사라져 버린 직업이 적지 않지만, 반대로 그 당시에 존재했던 직업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것도 있어서, 독자들이 직업의 유래를 찾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언급했듯이 추노객이라든지 매품팔이, 거벽과 같은 직업이 그 시기에 횡행했음을 볼 때, 당시 양반사회의 모습이 얼마나 부패되어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조선후기 화폐경제의 발달로 인한 계층 간의 분화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긴 했지만, 그 안에서 빈익빈부익부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면서 이것이 결국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음은, 바로 장빙업자나 무뢰배 같은 직업이 생성되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듯하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을 통해 독자들은, 당시 직업의 특성을 고려해볼 때, 조선시대의 사회상이 어떠했는지를 나름대로 충분히 유추해볼 수 있지 않나 싶다. 역사를 다각적인 측면에서 바라보고 평가한다는 것은 권장할만한 일이다. 이 책은 그러한 의미에서 독자들에게 조선시대 사회의 일면을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유익하고 흥미로운 내용을 담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한번 읽어보면 좋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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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양우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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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있어서 국가와 정부를 바라보는 인식이랄까 가치관에 혼란을 가져왔던 잊지 못할 기억이 하나 있다. 그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여 한 학기가 지나갈 즈음, 학생회주최로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의 시기에 벌어졌던 영상과 화보자료를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전시된 내용을 보고 무언가에 얻어맞은 것 같은 강한 충격을 받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일이 정말로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일인 것인지 하는, 당황스러움에 의심 아닌 의심을 몇 번이고 되뇌었던듯하다. 지금 우리는 민주주의 기본 이념에 따른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와 권리를 누리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군부독재에 항거하면서, 안타까운 목숨을 잃기도 했고 또한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던 것이 분명한 사실임에도, 우리는 어느덧 이를 잊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해본다.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적대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우리의 안보 현실을 볼 때, 다른 무엇보다 국가 안보가 최우선이 되어야 함은 마땅하다 하겠다. 그러나 생각해 볼 것은 그것이 애초의 목적과는 다른, 이를테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고 압제하는 통치의 수단으로 이용된다면 된다면, 이는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럼에도 과거 군부독재시절에는 안보를 빌미로 언론을 통제하고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는 많은 부당한 일들이 행해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소설은 최근 영화로 국내 개봉되어 흥행의 돌풍을 일으켰던 변호인의 원작으로, 그동안 국가안보라는 명목아래 자행되었던 과거 공권력의 남용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서, 다시는 이와 같은 불행한 사건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의 의식을 일깨우는데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전개되는 줄거리의 원작을 바탕으로 이미 극장가에서 상당한 흥행의 성과를 얻었기에, 아마도 일부 독자들은 책의 내용에 익히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일부의 내용은 영화에 나오지 않은 부분들이 있긴 하지만, 소설 속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주인공 우석은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독학으로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판사에 임용되었다가, 학벌 중심의 관료체제에 회의를 느낀 후에 속물 변호사로 살아가던 과정에서, 국가의 공권력에 의해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대학생을 만나면서 돌연 인권변호사가 되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 의미심장하게 펼쳐져있다. 또한 독자들이 작품내용의 전개를 따라가다 보면, 그 안에서 주인공의 행적에서 오는 모습을 보고 극명하게 겹치는 현대사의 인물을 찾아볼 수 있기도 하다. 그런데 우선 이 소설에서 독자들이 유의해서 볼 것은, 과거 우리의 군부독재정치의 실태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데 있다. 소설 속에서 대학생으로 등장하는 진우는 어머니의 가게를 도우며 살아가는 성실한 모범생이지만, 야학에서 공부를 가르치던 중에 국가보안법을 어겼다며 이유로 공안부 소속 경찰에 의해 불법으로 체포된다. 하지만 이 배경에는 당시 부산에는 군부정권에 항거하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이런 분위기가 점차 확산되어가는 경향을 보이자 권력유지를 위해 사전에 조작된 공안사건이 필요했고 진우는 바로 그 희생자의 제물이 되었던 것이다. 주인공 변호사 우석은 이 사건에 모종의 음모가 있음을 인식하고 경찰과 검찰 그리고 법원이 한통속이 된 재판에서, 피해자에 대한 고문과 강압에 의한 무죄임을 확신하며 변론에 임한다.


민주주의의 기본 이념을 망각하고 이를 무참히 유린했던 군사독재정권이 막을 내린지 올해로 2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오늘날 우리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자유와 권리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완전한 민주주의가 정착되기까지 그동안에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이 소설을 보면서 일부 독자들은 설마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이 비록 각색된 허구적인 것이 분명해 보이지만, 최근 법원에서 무죄로 판결되었던 인혁당 사건에서 보듯 단순이 근거 없는 이야기로 치부하거나 단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이 다루고 있는 이야기가 의미 있게 여겨지는 것은, 과거군부독재시절에 잔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마당에, 언제 그와 같은 일이 현실에서 또다시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해마다 투표율이 조금씩 감소추세에 있는 것을 보면, 정치를 혐오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정치란 것이 우리의 일상생활과 맞닿아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현상은 심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 소설은 불의에 눈감지 않고 행동하는 한 인물의 모습을 감동적으로 친밀감 있게 그려냄으로서, 때로 우리들이 간과하는 민주시민으로서 의식을 고취시켜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 않을까 싶다. 더불어 우리의 어둡고 불미스런 정치사의 치부를 과감히 드러내어, 이를 통해 보다 나은 성숙한 시민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도움을 주는 유익한 작품으로 보인다. 따라서 국가보안법이냐 아니면 공안당국에 의한 고의적인 무고죄인가를 두고 다섯 번의 재판을 통해, 국가의 존재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이 작품에 독자들의 많은 관심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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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누구의 편에 서는가 - 난징대학살, 그 야만적 진실의 기록
아이리스 장 지음, 윤지환 옮김 / 미다스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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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배움에 있어 그 내용의 진실을 알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강조되어야 할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비극적인 역사의 사실을 통해, 다시는 그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는 깨달음의 교훈을 가슴에 깊이 새기는 일이다. 물론 누군가는 이를 두고 과거의 일에 너무 얽매여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조금은 비판적인 시각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류가 지나온 발자취를 살펴보면 이미 쓰라린 경험을 겪었으면서도 이를 극복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음을 볼 때,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충고는 그리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기억조차 하기 싫은 2번의 잔인하고 끔찍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 한 가지는 독일 히틀러에 의해 저질러진 유태인의 대량학살이었고, 또 하나는 일본 제국주의의 기치아래 자행되었던 난징대학살이 바로 그것이다. 이 두 가지 사건은 대규모의 무고한 일반 시민이 전쟁의 참화 속에서 무참히 희생되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사후책임에는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독일의 경우 그들은 전쟁에서 패한 후 피해당사자국들에게 진심어린 사과와 아울러 피해유족들에게 물질적 배상에 대한 나름대로의 노력을 보인 반면, 일본은 우리나라와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에 대해 정식적인 사과도 하지 않았고, 전쟁피해자에 대한 개별배상을 아직까지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독일은 자국의 역사교과서에 그들이 범해왔던 전쟁의 과오를 객관적으로 다루면서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보이고 있지만, 일본은 독일과는 달리 오히려 교묘한 역사왜곡을 통해 자신들의 잘못을 미화하려는 이해하기 힘든 행태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독일의 유태인 학살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있으면서도, 의외로 일본이 저지른 난징대학살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 책은 그러한 관점에서 일본 제국주의 기세가 한창 진행되던 중일전쟁의 초기, 난징에서 벌어졌던 대학살의 참극의 실상을 사실에 근거하여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있어서, 그동안 독자들이 잘 몰랐던 사건의 진실을 책으로나마 간접적으로 목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의 저자는 중국인 2세로, 일본이 중국을 난징을 점령했을 때 자신의 조부모가 경험했던 당시 처참한 전쟁의 참상을 들으면서 그 진위를 파악하던 중에 난징에서 일어났던 많은 진실들이 제대로 세상에 알려지고 있지 않음을 알고, 이에 대해 같은 동포로서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이유로 저자는 오랜 시간동안 다각적이고도 세부적인 조사를 해왔고, 마침내 이 책을 통해 왜곡 축소된 역사의 진실을 낱낱이 밝힘과 동시에, 난징대학살 사건의 모든 진행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하고 있어 주목을 이끈다. 책 속에는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일본군에 의한 난징에서의 6주간에 걸친 대학살이 어떻게 실행되었는지, 그 시기에 함께 있었던 국제위원회소속 외국인들이 실제 목격했던 경험담과 현장사진, 그리고 관련역사사료들이 덧붙여져 세부적으로 설명되어있다. 책에 따르면 일본은 1차 세계대전이후 자국의 경제가 악화상태에 놓이자 새로운 경제식민지의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었는데, 이를 위해 축적된 군사력과 천황을 경배하는 무사도 정신을 앞세워, 우리나라를 합방하고 이 여파를 몰아 중일 전쟁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음을 독자들은 알 수 있다. 1937년 일본은 선전포고도 하지 않은 채 우월한 군사력으로 불과 3개월 만에 베이징과 상하이를 점령하고 그리고 난징을 점령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일본군 수뇌부는 모든 포로를 처형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전한다. 그리고 때를 같이하여 6주간동안 최소 15만에서 최대35만의 사람들이 학살당했는데, 이중에서 노소를 불문한 8만 명에 이르는 여성들의 경우, 강간을 당한 후에 처참하게 살해되었다는 점은 충격적으로 들린다.


결국 일본은 난징에서 벌인 극악무도한 자신들의 행위가 외부적으로 알려지는 것을 꺼려한 나머지 안전이라는 명목아래 그곳에 주재해 있던 외국인들을 쫓아냈고 이를 거부하면 응징하는 방법을 택했는데, 양쯔 강을 순찰하던 미해군 경비정 파나이호가 일본 해군에 의해 격침한 사건은 이를 뒷받침 해준다 하겠다. 이후 일본은 허위선전과 여론조작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고의적으로 은폐하려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이 책에서 독자들이 주목할 만한 것은 난징대학살의 생생한 사실들이 어떻게 드러나게 되었는지에 관한 것이다. 저자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난징에 있던 몇 명의 외국인 선교사들과 사업가들의 활약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존라베라는 독일의 민족사회주의자의 헌신적인 도움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난징의 시민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했는데, 그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으며 그런 결과로 중국에서는 동양의 쉰들러로 추앙받고 있다고 한다. 만약 그를 포함한 외국인들이 없었다면 아마도 난징의 수십만 무고한 시민의 억울한 희생은 여전히 역사의 어둠 속에 묻혀 있었을 것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6.25전쟁이 발발했고 이후 냉전체제가 심화되면서 일본의 잔악한 행위는 세계인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일본은 그 틈을 이용해 아직까지도 과거 자신들의 잘못된 행동에 반성은 고사하고, 오히려 연합군의 핵폭탄을 받은 피해자라는 인식이 팽배해진 탓에 신사참배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국들과 영토분쟁을 일으키는데 골몰하고 있는듯하다. 난징대학살은 분명 생각하기 싫은 비극적인 역사의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따라서 이제라도 일본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며, 더불어 독자들은 이러한 책을 통해 역사의 진실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다시는 그와 같은 일을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마음의 교훈을 얻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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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방정식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6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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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나 추리분야의 장르소설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이 있다면, 아마도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에 대해 익히 알고 있을 것이고, 또한 그의 작품을 일부 접해봤을 것으로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 작가에 대한 느낌은, 이미 많은 사람들로부터 그의 여러 소설들이 대중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으면서 영화나 드라마에 소개될 정도로 그 내용에 있어 흥미로운 부분도 있지만, 그 보다는 거의 매년마다 꾸준하게 다수의 신간들을 발표하고 있어서, 타고난 작가로서의 능력이 실로 대단하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다른 유명작가들도 그렇지만, 그가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들 마다 그가 쌓아올린 대중적 명성만큼이나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근래 들어서 일부 그의 소설을 보면 그가 직접 쓴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이전 그의 작품에 비해 기대 이하의 실망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흔들리지 않는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이유는, 이 작품이 보여주는 것처럼 풍부한 서사를 통한 미스터리추리의 매력을 느끼게 하는 작가의 역량 때문은 아닐까 싶다. 다른 독자들은 이 작품을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겠으나 이 작품을 읽은 독자의 입장에서 볼 때, 최근 국내에 소개된 그의 작품들 중에서, 인기추리작가로의 그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괜찮은 작품으로 보인다. 사실 이 작품은 제목에서만 보면 선뜻 수학적인 논리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치밀한 트릭이 장치된 미스터리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건과 연계하여 그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자신도 모르게 사건의 배경에서 전해져 오는 애틋한 사연이 더 흥미롭게 다가오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따라서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정교하게 펼쳐져 있는 미스터리의 묘미는 물론이고, 그 이면에 전개되어 있는 풍부한 서사의 재미를 한껏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작품 속 이야기는 여름 방학을 맞은 초등학생의 한 소년이 아름다운 해안의 비경을 배경으로 오래전부터 여관을 운영해온 고모 댁을 방문하는 과정에서부터 시작한다. 소년이 가는 그곳은 한때 유명한 관광지였지만 어느새 여행객들이 점차 줄어들면서 지금은 옛 명성을 찾기 힘든 몰락해가는 휴양지에 불과하다. 그런데 최근 이곳 부근의 바닷가에서 희귀한 광물자원이 발견됨에 따라, 이에 대한 개발에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소년 교헤이는 기차를 타고 가던 중에, 고모가 사는 그 지역에 광물탐사에 대한 관청의 부탁으로 출장을 가던 대학교 물리학과 부교수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교수는 소년의 고모가 운영하는 숙소에 묵게 된다. 그리고 그 다음날 일본 경시청에서 정년퇴직한 노인이 투숙하게 되는데, 공교롭게도 이 사람은 항구 근처의 바위에서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된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사건 발생지점에서의 주변정황과 뚜렷한 증거나 목격자가 없음을 알고, 자살이나 피해자 본인의 실족사에 의한 사고로 잠정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사체부검결과 피해자는 자살도 아니었으며 또한 실수로 인한 단순 추락사가 아닌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누군가에 의한 인위적인 타살로 밝혀졌고 이후 시체유기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한편 당시 피해자와 같은 곳에 투숙했던 대학 물리학부의 교수는 이 사건의 진행과정을 보아오면서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무언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음을 발견하고, 베일에 가려진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를 찾아내기 위해 은밀한 조사에 나서기 시작한다. 결국 이 사건은 실마리를 풀기 위한 어떤 뚜렷한 증거도 없고, 정황상 일산화탄소 중독이라는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죽음의 원인으로, 여러 의문만을 남긴 채, 점차 미궁 속으로 빠져버리고 만다.


이 작품은 국내에서는 최신작인 것은 틀림없지만, 실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갈릴레오 시리즈의 6번째 작품으로 이미 일본에서는 2011년에 출간되었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치밀한 구성에 의한 미스터리의 묘미와 풍부한 에피소드가 곁들여진 이 추리물은 출간 당시 독자들에게 상당한 호평을 받으면서 급기야는 작년에 드라마로 방영되기도 했으며,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던 유명작품이다. 이 작품과 관련하여 히가시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용의자X의 헌신>을 보면, 천제 물리학자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중심으로 결말부분에서 펼쳐지는 휴머니스트적인 드라마틱한 반전이 돋보였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의 경우도 전개되는 줄거리의 내용에서는 현격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지만, 전체적인 그 흐름을 보면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을 듯하다. 미스터리추리물에서 많은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사건과 관련하여 파생되는 이를테면, 은밀하게 장치된 정교한 트릭의 설정이 주는 긴장감과 예기치 못한 반전으로 인한 충격적 결말, 그리고 풍부한 서사의 과정에서 전해져 오는 공감되는 줄거리의 전개와 같은 부분이 얼마나 개연성 있게 내재되어 있느냐에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작품은 추리물 치고는 이례적으로 트릭을 거의 찾아보기 힘든 아쉬운 점은 있으나, 이 점을 제외하고는 딱히 단점을 꼬집어 내기 힘든 흥미로운 추리물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만들어진 드라마나 영화를 볼 수 없었기에, 시각적으로 느껴지는 그 내용이 어떻게 전개되어있을지 알 수 없기에 단정적으로 판단하기에는 조심스러운 면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원작보다 나은 작품을 본 경우는 거의 없음을 볼 때, 가급적 원작을 먼저 읽어보기를 권해본다. 더불어 의문의 살인의 배경에 애틋한 사연이 얽혀져 있는 이 작품에 많은 독자들의 관심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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