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의 기술 - 권력을 빼앗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전략전술
쿠르치오 말라파르테 지음, 이성근.정기인 옮김, 문준영 감수해제 / 이책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사람이 성취하고자 하는 욕망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권력에 대한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 어떤 시대를 보더라도 그 역사 안에는 언제나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암투를 벌였던 많은 사건이 존재했음이 이를 증명해준다 하겠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현대정치사에서도 계속 진행되어 왔고, 권력을 향한 인간의 근원적 욕망이 존재하는 한 앞으로도 어떤 형태로든 지속하게 될 것이다. 유럽은 근대로 넘어오면서 시민계급의 성장에 힘입어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절대왕정이 무너지고 다양한 정치이데올로기가 등장하는 계기를 맞는다. 하지만 세계경제가 불황의 늪에 빠지면서 기존의 정치지형에 상당한 변화를 겪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세계사를 뒤흔들 만큼의 정치권력투쟁과 관련한 쿠데타와 같은 치열한 암투의 시기가 있었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민주정부수립이후 정치기득권층들의 부패가 날로 극심해지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사회가 혼란스러워지자 군부에 의한 쿠데타를 경험하는 불행한 과거가 있었음은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유럽이든 우리나라든 그동안 이러한 쿠데타에 의한 후속과정의 결과가 우리에게 결코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지 못했다는데 있다. 권력의 승계는 각 나라에 맞는 정치 이념에 따라 법이 정한대로 공정한 방법과 절차를 거쳐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지, 자국 국민의 의사에 반하는 비합법적인 수단으로 쟁취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은 유럽의 현대사에 발생했던 정치권력의 투쟁과 연관하여 여러 나라들의 쿠데타로 기인한 권력의 향방이 어떠했는지를 살펴보면서, 독자들에게 당시 정치권력의 흐름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이 책에는 20세기 초 정치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격동의 시기를 보냈던, 러시아,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에서 벌어진 여러 쿠데타의 모습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는지를 비교적 상세하고 알기 쉬운 설명으로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어 눈길을 이끈다. 우선 이 책의 저자는 이탈리아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이며 1차 세계대전에 직접 참가하기도 했고, 전후에는 파시즘 운동에 적극 참가할 정도로 정치성이 강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쿠데타의 형식으로 정권을 쟁취했던 트로츠키, 나폴레옹, 레닌, 히틀러와 같은 정치가들이 어떻게 권력을 빼앗고 또한 반대세력으로부터 이를 방어하는지 그 세부적인 내용을 기술하고 있는데, 출간 당시 그 시기에 주류가 되었던 사상적 이념에 의해 많은 이들로부터 호응을 얻었고, 특히 유럽 지식인들에게는 상당한 영향력을 끼쳤다. 그래서 한때 이 책은 권력을 얻기 위한 다수의 정치가들에게 있어서 일종의 교과서 같은 표본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러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좌파와 우파에 관계없이 그 내용이 편협하고 왜곡되었다는 비판과 아울러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결과를 가져옴으로서 마침내는 금서로 지정되었고, 또한 그의 정치적 입지의 약화는 물론 몇 년간 정치적 유배의 고통을 겪어야 하는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이 책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러시아의 트로츠키의 정권탈취 과정에서 보듯, 쿠데타에 의한 국가권력의 정복과 방어의 문제는 대의명분을 앞세운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며, 그리고 국가 방어의 기술은 바로 권력을 정복하는 기술이 지배하는 원리와 동일한 경로를 밟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쿠데타의 유리한 환경은 정치 사회적 질서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고, 제한된 인원을 통한 주요 국가기관 및 공공기관을 점거하는 기술적인 면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또한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독일의 히틀러에 대해 말하기를, 그의 지성은 근본적으로 여성적이며, 그가 지닌 마음, 야망 심지어 의지까지도 남성적이지 않다면서, 병적인 자기중심주의와 까다로운 자존심등의 약점을 폭력의 이면에 감추고 있다는 식의 부정적이면서도 회의적인 관점에서 히틀러를 평가하기도 한다. 더불어 저자는 오늘날의 정치 환경은 우익이든 좌익이든 권력을 얻으려는 정치모리배들의 야망의 실현에 큰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이야기 하면서, 어떤 혁명의 기도를 격멸하기 위해 정부가 의도하거나 채택하는 조치들, 이를테면 위탁된 정치, 경제, 사회문제의 지표가 국민들에게 때로 희망이 되기도 하지만 역으로 보면 이것이 공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중요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쿠데타에 관한 저자의 구체적인 설명을 보면 일부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로 그가 말하는 쿠데타의 기술적 요소들이 오늘날 정치흐름에는 적용하기 힘든 부분도 많아서 수긍하기에는 다소 꺼려지는 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더구나 일부 내용에서는 역사적 사실에 위배되는 자의적인 해석과 평가들이 적잖이 나타나기도 해서 조금은 편협한 느낌이 들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 이 책에서 독자들이 유의해서 볼 것은, 유럽 정치사의 격동기였던 그 시기에 러시아, 독일 등 여러 나라들의 정치권력 진행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근대 정치학의 이론을 다졌다고 하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접목하여 당시의 정치사를 바라보고 이해하는데 상당한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이 책 말미에 부록으로 소개된 이탈리아 파시즘의 개략적인 내용과, 저자 쿠르치오 말라파르테의 생애와 문학에 대한 설명은 독자들에게 좋은 자료가 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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