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방정식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6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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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나 추리분야의 장르소설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이 있다면, 아마도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에 대해 익히 알고 있을 것이고, 또한 그의 작품을 일부 접해봤을 것으로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 작가에 대한 느낌은, 이미 많은 사람들로부터 그의 여러 소설들이 대중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으면서 영화나 드라마에 소개될 정도로 그 내용에 있어 흥미로운 부분도 있지만, 그 보다는 거의 매년마다 꾸준하게 다수의 신간들을 발표하고 있어서, 타고난 작가로서의 능력이 실로 대단하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다른 유명작가들도 그렇지만, 그가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들 마다 그가 쌓아올린 대중적 명성만큼이나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근래 들어서 일부 그의 소설을 보면 그가 직접 쓴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이전 그의 작품에 비해 기대 이하의 실망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흔들리지 않는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이유는, 이 작품이 보여주는 것처럼 풍부한 서사를 통한 미스터리추리의 매력을 느끼게 하는 작가의 역량 때문은 아닐까 싶다. 다른 독자들은 이 작품을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겠으나 이 작품을 읽은 독자의 입장에서 볼 때, 최근 국내에 소개된 그의 작품들 중에서, 인기추리작가로의 그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괜찮은 작품으로 보인다. 사실 이 작품은 제목에서만 보면 선뜻 수학적인 논리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치밀한 트릭이 장치된 미스터리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건과 연계하여 그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자신도 모르게 사건의 배경에서 전해져 오는 애틋한 사연이 더 흥미롭게 다가오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따라서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정교하게 펼쳐져 있는 미스터리의 묘미는 물론이고, 그 이면에 전개되어 있는 풍부한 서사의 재미를 한껏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작품 속 이야기는 여름 방학을 맞은 초등학생의 한 소년이 아름다운 해안의 비경을 배경으로 오래전부터 여관을 운영해온 고모 댁을 방문하는 과정에서부터 시작한다. 소년이 가는 그곳은 한때 유명한 관광지였지만 어느새 여행객들이 점차 줄어들면서 지금은 옛 명성을 찾기 힘든 몰락해가는 휴양지에 불과하다. 그런데 최근 이곳 부근의 바닷가에서 희귀한 광물자원이 발견됨에 따라, 이에 대한 개발에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소년 교헤이는 기차를 타고 가던 중에, 고모가 사는 그 지역에 광물탐사에 대한 관청의 부탁으로 출장을 가던 대학교 물리학과 부교수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교수는 소년의 고모가 운영하는 숙소에 묵게 된다. 그리고 그 다음날 일본 경시청에서 정년퇴직한 노인이 투숙하게 되는데, 공교롭게도 이 사람은 항구 근처의 바위에서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된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사건 발생지점에서의 주변정황과 뚜렷한 증거나 목격자가 없음을 알고, 자살이나 피해자 본인의 실족사에 의한 사고로 잠정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사체부검결과 피해자는 자살도 아니었으며 또한 실수로 인한 단순 추락사가 아닌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누군가에 의한 인위적인 타살로 밝혀졌고 이후 시체유기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한편 당시 피해자와 같은 곳에 투숙했던 대학 물리학부의 교수는 이 사건의 진행과정을 보아오면서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무언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음을 발견하고, 베일에 가려진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를 찾아내기 위해 은밀한 조사에 나서기 시작한다. 결국 이 사건은 실마리를 풀기 위한 어떤 뚜렷한 증거도 없고, 정황상 일산화탄소 중독이라는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죽음의 원인으로, 여러 의문만을 남긴 채, 점차 미궁 속으로 빠져버리고 만다.


이 작품은 국내에서는 최신작인 것은 틀림없지만, 실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갈릴레오 시리즈의 6번째 작품으로 이미 일본에서는 2011년에 출간되었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치밀한 구성에 의한 미스터리의 묘미와 풍부한 에피소드가 곁들여진 이 추리물은 출간 당시 독자들에게 상당한 호평을 받으면서 급기야는 작년에 드라마로 방영되기도 했으며,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던 유명작품이다. 이 작품과 관련하여 히가시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용의자X의 헌신>을 보면, 천제 물리학자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중심으로 결말부분에서 펼쳐지는 휴머니스트적인 드라마틱한 반전이 돋보였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의 경우도 전개되는 줄거리의 내용에서는 현격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지만, 전체적인 그 흐름을 보면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을 듯하다. 미스터리추리물에서 많은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사건과 관련하여 파생되는 이를테면, 은밀하게 장치된 정교한 트릭의 설정이 주는 긴장감과 예기치 못한 반전으로 인한 충격적 결말, 그리고 풍부한 서사의 과정에서 전해져 오는 공감되는 줄거리의 전개와 같은 부분이 얼마나 개연성 있게 내재되어 있느냐에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작품은 추리물 치고는 이례적으로 트릭을 거의 찾아보기 힘든 아쉬운 점은 있으나, 이 점을 제외하고는 딱히 단점을 꼬집어 내기 힘든 흥미로운 추리물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만들어진 드라마나 영화를 볼 수 없었기에, 시각적으로 느껴지는 그 내용이 어떻게 전개되어있을지 알 수 없기에 단정적으로 판단하기에는 조심스러운 면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원작보다 나은 작품을 본 경우는 거의 없음을 볼 때, 가급적 원작을 먼저 읽어보기를 권해본다. 더불어 의문의 살인의 배경에 애틋한 사연이 얽혀져 있는 이 작품에 많은 독자들의 관심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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