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누구의 편에 서는가 - 난징대학살, 그 야만적 진실의 기록
아이리스 장 지음, 윤지환 옮김 / 미다스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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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역사를 배움에 있어 그 내용의 진실을 알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강조되어야 할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비극적인 역사의 사실을 통해, 다시는 그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는 깨달음의 교훈을 가슴에 깊이 새기는 일이다. 물론 누군가는 이를 두고 과거의 일에 너무 얽매여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조금은 비판적인 시각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류가 지나온 발자취를 살펴보면 이미 쓰라린 경험을 겪었으면서도 이를 극복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음을 볼 때,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충고는 그리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기억조차 하기 싫은 2번의 잔인하고 끔찍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 한 가지는 독일 히틀러에 의해 저질러진 유태인의 대량학살이었고, 또 하나는 일본 제국주의의 기치아래 자행되었던 난징대학살이 바로 그것이다. 이 두 가지 사건은 대규모의 무고한 일반 시민이 전쟁의 참화 속에서 무참히 희생되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사후책임에는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독일의 경우 그들은 전쟁에서 패한 후 피해당사자국들에게 진심어린 사과와 아울러 피해유족들에게 물질적 배상에 대한 나름대로의 노력을 보인 반면, 일본은 우리나라와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에 대해 정식적인 사과도 하지 않았고, 전쟁피해자에 대한 개별배상을 아직까지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독일은 자국의 역사교과서에 그들이 범해왔던 전쟁의 과오를 객관적으로 다루면서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보이고 있지만, 일본은 독일과는 달리 오히려 교묘한 역사왜곡을 통해 자신들의 잘못을 미화하려는 이해하기 힘든 행태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독일의 유태인 학살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있으면서도, 의외로 일본이 저지른 난징대학살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 책은 그러한 관점에서 일본 제국주의 기세가 한창 진행되던 중일전쟁의 초기, 난징에서 벌어졌던 대학살의 참극의 실상을 사실에 근거하여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있어서, 그동안 독자들이 잘 몰랐던 사건의 진실을 책으로나마 간접적으로 목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의 저자는 중국인 2세로, 일본이 중국을 난징을 점령했을 때 자신의 조부모가 경험했던 당시 처참한 전쟁의 참상을 들으면서 그 진위를 파악하던 중에 난징에서 일어났던 많은 진실들이 제대로 세상에 알려지고 있지 않음을 알고, 이에 대해 같은 동포로서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이유로 저자는 오랜 시간동안 다각적이고도 세부적인 조사를 해왔고, 마침내 이 책을 통해 왜곡 축소된 역사의 진실을 낱낱이 밝힘과 동시에, 난징대학살 사건의 모든 진행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하고 있어 주목을 이끈다. 책 속에는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일본군에 의한 난징에서의 6주간에 걸친 대학살이 어떻게 실행되었는지, 그 시기에 함께 있었던 국제위원회소속 외국인들이 실제 목격했던 경험담과 현장사진, 그리고 관련역사사료들이 덧붙여져 세부적으로 설명되어있다. 책에 따르면 일본은 1차 세계대전이후 자국의 경제가 악화상태에 놓이자 새로운 경제식민지의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었는데, 이를 위해 축적된 군사력과 천황을 경배하는 무사도 정신을 앞세워, 우리나라를 합방하고 이 여파를 몰아 중일 전쟁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음을 독자들은 알 수 있다. 1937년 일본은 선전포고도 하지 않은 채 우월한 군사력으로 불과 3개월 만에 베이징과 상하이를 점령하고 그리고 난징을 점령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일본군 수뇌부는 모든 포로를 처형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전한다. 그리고 때를 같이하여 6주간동안 최소 15만에서 최대35만의 사람들이 학살당했는데, 이중에서 노소를 불문한 8만 명에 이르는 여성들의 경우, 강간을 당한 후에 처참하게 살해되었다는 점은 충격적으로 들린다.


결국 일본은 난징에서 벌인 극악무도한 자신들의 행위가 외부적으로 알려지는 것을 꺼려한 나머지 안전이라는 명목아래 그곳에 주재해 있던 외국인들을 쫓아냈고 이를 거부하면 응징하는 방법을 택했는데, 양쯔 강을 순찰하던 미해군 경비정 파나이호가 일본 해군에 의해 격침한 사건은 이를 뒷받침 해준다 하겠다. 이후 일본은 허위선전과 여론조작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고의적으로 은폐하려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이 책에서 독자들이 주목할 만한 것은 난징대학살의 생생한 사실들이 어떻게 드러나게 되었는지에 관한 것이다. 저자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난징에 있던 몇 명의 외국인 선교사들과 사업가들의 활약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존라베라는 독일의 민족사회주의자의 헌신적인 도움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난징의 시민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했는데, 그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으며 그런 결과로 중국에서는 동양의 쉰들러로 추앙받고 있다고 한다. 만약 그를 포함한 외국인들이 없었다면 아마도 난징의 수십만 무고한 시민의 억울한 희생은 여전히 역사의 어둠 속에 묻혀 있었을 것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6.25전쟁이 발발했고 이후 냉전체제가 심화되면서 일본의 잔악한 행위는 세계인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일본은 그 틈을 이용해 아직까지도 과거 자신들의 잘못된 행동에 반성은 고사하고, 오히려 연합군의 핵폭탄을 받은 피해자라는 인식이 팽배해진 탓에 신사참배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국들과 영토분쟁을 일으키는데 골몰하고 있는듯하다. 난징대학살은 분명 생각하기 싫은 비극적인 역사의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따라서 이제라도 일본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며, 더불어 독자들은 이러한 책을 통해 역사의 진실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다시는 그와 같은 일을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마음의 교훈을 얻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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