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도록 가렵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4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거와 달리 요즈음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압박을 느끼며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것의 원인은 아마도 과도한 경쟁에 매몰된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우리 자신을 그렇게 몰아가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잠시 되돌아보면, 직장인은 언제 구조 조정될지 모르는 위기에 노출되어 있고, 학생은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얻지 못하면 행여 자신의 미래가 불투명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신적, 육체적 피로에도 불구하고 고군분투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그렇다보니 그러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도 생각해보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라 여겨진다. 물론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누구나 걱정과 불안을 느끼게 되는 일이 한두 가지쯤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이 평생 동안 자신의 가슴에 깊은 상처로 남아 자신의 삶을 옭아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면 결코 가벼이 넘길 일은 아니다. 이미 많은 사회학자들은 돈이 많다고 해서 권력이나 명예를 얻었다고 해서 그만큼 행복이 비례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결국 이러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은, 개인적인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우리 인식의 변화가 우선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이 작품은 그런 관점에서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겪어야만 했던 각 세대의 아픔의 시련을 서로가 공유하면서, 이를 이해하고 포용하며 치유하는 긍정적이면서도 희망적인 가능성의 일면을 타진해보고자 했다. 또한 이 소설은 경제성장을 앞세운 실용주의의 이면에 인문학적 가치의 중요성이 퇴색해지는 문제의 심각성과 연관하여, 이를 강하게 일깨우면서도 잔잔함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어 독자로 하여금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하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사춘기의 시기에 접어든 주인공 도범은, 우습게 보이면 주변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는 과거의 아픈 기억 때문에, 오토바이를 훔치라는 학교 선배들이 요구한 담력시험에 응했다가 발각되어 겨우 퇴학을 면하고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된다. 앞으로는 학교에서 더 이상의 말썽을 피우지 않겠노라는 부모님의 간곡한 애원을 가슴에 새기며, 그는 평범한 학교생활을 위해 노력하지만 이를 용납하지 않는 주변 친구들의 서슴없는 도발로 인해 위태로운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한편 고등학교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면서 의미 있고 보람된 일을 하다가 도범의 학교로 전근을 오게 된 수인은, 사랑하던 연인과 약혼을 앞두고 있지만 돌연 약혼을 미루자는 남자친구의 일방적인 선언으로 상심한 나날을 보내는 가운데, 새로이 발령받은 학교에서 도서관 이전 문제로 동료 선생들과 피할 수 없는 마찰에 부딪히게 되자, 그 충격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며 괴로워한다. 이후 수인은 교장선생님으로부터 독서 동아리를 운영해보라는 권유를 받아들여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저마다 개인적인 아픔을 가진 학생들과의 애틋한 사연을 접하면서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문득 찾아 나선 고향의 어머니로부터, 중닭이 어른 수탉으로 성장하기 위해 제 몸이 가려워 고통을 참으며 쪼아대는 것처럼, 누구든 어떤 단계에 이르게 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고통의 시기가 있게 마련인데, 직면한 현실이 다소 불편하고 고통스럽더라도, 이러한 일면을 서로가 짓누르고 지적할 것이 아니라 이를 이해하고 포용할 때, 쉽게 극복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용기를 얻으며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


이 작품은 청소년기에 흔히 겪게 되는 아이들의 일탈적인 행동은 물론이고, 어른이 되어서도 이런 저런 이유로 겪게 되는 다양한 문제를 복합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냄과 동시에, 희망적이고 감동 있는 분위기를 자아내어 독자의 눈길을 이끈다. 이 소설이 흥미로우면서도 주목되는 것은, 전개되는 줄거리에 등장하는 개성 있는 여러 캐릭터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들은 모두 하나 같이 한때의 트라우마를 가슴에 간직한 채, 이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는 불안한 현실을 이어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런 모습은 각박한 현실을 인내하며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모습과도 크게 다르지 않게 여겨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독자들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그들과 쉽게 동화되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으며, 그로 인해 그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개개인의 문제가 마치 우리자신의 아픔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결말 부분에 이르러 청소년의 시기에서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중닭이 수탉으로 거듭나기 위해 신체의 가려움을 참치 못하고 쪼아대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부분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다.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누구나 가끔은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뜻밖의 일들을 만나게 된다. 문제는 그러한 일을 겪으면서 좌절하고 절망하게 되고, 마침내는 순간의 일탈적인 행동으로 그러한 아픔을 조금이나마 만회하려 한다는 것이다. 기쁨은 나눌수록 커지고 상대적으로 고통은 나눌수록 작어진다는 말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소설은 세상이 점점 각박해지고 건조해질수록 자신의 일이 아니면 관심 없다는 이기주의적인 생각을 버리고, 조금은 이타적인 입장에서 타인의 아픔을 볼 수 있어야 함을 일깨워준다. 따라서 각 세대들이 겪어야만 하는 문제를 잔잔한 감동과 함께 아기자기 하게 풀어낸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이 마주한 오늘의 현실을 조금은 희망적으로 바라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곱 성당 이야기
밀로시 우르반 지음, 정보라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비정한 도시에서의 펼쳐지는 잔인한 폭력이 연상될 정도로, 어두운 지하세계의 암흑가의 이야기를 다룬 것을 느와르라고 한다면, 중세시대의 성이나 수도원을 중심으로 신비적인 세계의 환상적인 내용과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분위기를 나타내는 것은 로망 느와르 혹은 고딕소설이라고 불린다. 고딕소설은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까지 프랑스에서 유입되어 영국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려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래서 중세의 오래전에 지어진 고성을 배경으로 음울하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가운데, 드라큘라나 마녀의 이야기가 등장한다고 하면 대개 고딕소설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기에 독자들이 이 작품에 대해 한층 흥미로운 감상을 위해서, 고딕소설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을 사전에 인지하고 읽어보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사실 개인적으로 고딕소설로 분류되는 몇몇의 작품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처럼 직접 접해보기는 처음이었는데 여타의 작품들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그 느낌은 기억에 오래 남을 만큼 상당히 인상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듯하다. 고딕소설이 대부분 그렇듯이 이 작품 역시도 중세의 대표적인 건축물에 해당하는 고딕성당에 관한 것으로, 그 배경은 체코 프라하에 자리 잡은 6개의 성당과 관련한 미스터리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이 흥미롭게 느껴지는 것은, 줄거리의 전개가 진행되면 될수록 독자로 하여금 증폭되는 긴장감과 스릴의 재미를 전달해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바탕에 매끄럽고 정교한 문체 그리고 치밀한 구성이 돋보인다는 점이다. 더불어 작품 줄거리에 은연 중 드러내고 있는, 오늘날 일시적이고 무분별하게 세워지는 현대건축물에 대한 신랄하고 비판적인 시각이 내포되어 있어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그런 이유에서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한 번 읽어보기를 권유하고 싶은 작품이다.


작품 속 이야기는 한 때 경찰관이었던 주인공 K가, 중세에 지어진 프라하의 어느 고딕 성당의 종루에서 거꾸로 매달린 채 머리로 거대한 종을 치고 있는 한 남자의 광경을 우연히 목격하고, 그를 극적으로 구출하면서부터 시작한다.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인 것으로 보이는 이러한 잔인한 사건은, 그 후로도 시체의 다리를 고급 호텔의 깃대에 꽂아 놓는다든가, 10대로 보이는 소년의 신체의 복부에 스케이트보드 반쪽이 복부에 박힌 채 발견되는 기이하면서도 끔찍한 일들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인다. 사실 K는 사건발생 이전에 살해위협을 받는 한 시민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억울한 누명을 쓰고 경찰직을 물러난 과거 경력이 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의 첫 목격자로 참고인이 되었는데, 공교롭게도 경찰서장으로부터 한시적이지만 경찰에 복직하여 사건을 담당하라는 제의를 받고 사건해결에 참여하는 계기를 맞게 된다. 그런데 K는 본인은 잘 의식하지 못하는 남들에게는 없는 특별한 능력을 한 가지 지니고 있다. 그것은 오래전에 지어진 건축물에 손을 대면 그 시기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회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편 중세의 건축물 중에서 성당에 대단한 애착을 가지고 있지만, 반면에 현대건축물에는 이상할 정도로 악의적인 증오를 품고 있는 그뮌드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는 귀족출신의 재산가로서 오래전부터 K가 지닌 놀라운 능력을 유심히 지켜봐 오다가, 접근을 목적으로 자신을 경호해 달라는 의외의 제안을 하게 된다. K는 딱히 할 일이 없기도 했지만 중세 시기의 역사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를 흔쾌히 승낙하게 되는데, 이후 K는 그를 경호하는 과정에서 생각지 못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고, 소설의 이야기는 결말을 향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독자들이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흥미롭게 전개된다.


이 작품은 종교적인 색채가 짙은 신비스러우면서도 엄숙하고 기이함이 느껴지는 고딕소설의 전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지만, 이에 더하여 범인의 흔적을 알 수 없는 연쇄적인 미스터리사건과 베일에 가려진 음모적인 내용을 조화롭게 결합함으로서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강력한 흡입력을 자랑한다. 특히 작품 전반에 풍부한 서사를 바탕으로 섬세하고 사실적인 배경묘사는 작품을 대하는 독자로 하여금 감상의 묘미를 한층 풍요롭게 만드는 하나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다만 작품 곳곳에 함축적이고 암시적인 내용으로 인해 다소 껄끄러운 면이 없지는 않다는 것이 조금 염려스럽기는 하다. 이 작품의 내용에서 주목되는 것은 우아하면서도 고풍스러운 자태를 자랑하는 고딕양식의 성당의 주변지역에서 벌어지는 잔인한 살해사건과 관련해 이를 추적해 가는 과정, 그리고 결말 즈음에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면서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는 반전을 통한 장르적인 면도 이채롭지만, 한편으로 보존 가치가 높은 오랜 역사를 지닌 건축물을 허물고, 단지 개발이라는 이유로 도시의 미관은 아랑곳 하지 않는 인간의 욕망을 담은 건축물로 대체되어가는 오늘 우리의 메마른 도시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서 작품 말미에서 역자의 설명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소설은 보수주의적인 유토피아주의의 정서를 바탕에 깔고 있는데, 그런 관점에서 독자들은 이기주의적 세태에 점차 고립되어가는 개인의 일상에 대한 회복을 은연 중 드러내고 있는 작가의 메시지에서, 간접적으로나마 인문학적 가치의 의미를 일깨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따라서 이 작품을 통해 많은 독자들이 실존하는 6개의 성당 외에 눈에 보이지 않는 또 하나에 성당의 실체를 찾아나서는, 아기자기하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미스터리적인 이야기와, 실로 오랜만에 소개되는 고딕소설의 묘미를 더불어 즐기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성의 연인 1 - 제1회 퍼플로맨스 최우수상 수상작
임이슬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의 인간사 중에서 결코 빼놓을 순 없는 부분 중 하나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렇다보니 드라마나 영화, 음악, 소설에 이르기까지, 그 모습을 조금씩 달리할 뿐 남녀 간에 사랑과 이별을 다루는 소재는 다양한 분야에서 여전히 끊이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사실 이성적인 관계에서 기인하는 로맨스가 전개되는 줄거리의 흐름은 그동안 워낙 많은 이야기가 나와 있어서, 이제는 발단의 과정만 봐도 그 결말을 대략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예측이 가능하다. 그래서 이를 바라보는 관심의 촉각이 다소 누그러질 한데도, 막상 독자들이 내용을 접하게 되면 이것이 꼭 그렇지만은 않게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아마도 우리의 마음속에 감정이라는 것이 사라지지 않는 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고, 이를 통해 우리는 주인공들이 펼쳐내는 때로 아름다운 사랑과 이별의 순간을 만나면서 연민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이 작품은 표지의 제목을 보면 얼핏 짐작할 수 있듯이 남녀 간에 사랑의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형식의 역사팩션이라고 할 수 있을듯하다. 그런데 이 소설이 여타의 작품들과 비교해 눈에 띄면서도 가독성 있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의 고전 동화와 나오는 선녀와 나무꾼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여, 이를 과거와 미래라는 공간을 서로 연결시켜 흥미롭게 전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작품의 내용을 살펴보면 남녀 주인공의 밀고 당기는 애틋한 로맨스도 재미있게 읽혀지지만, 이들의 이야기와 별개로 암암리에 진행되는 미스터리적인 사건이 펼쳐져 있어서, 작품을 감상하는 묘미가 한층 배가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장르분야의 소설에 관심을 두고 있는 독자들 이라면, 지나치지 말고 한번 읽어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작품 속 이야기는 조선 중기의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주인공 정휘지는 과거에 급제하여 관료로서 승승장구하다가 이를 시기하는 세력들에 의해 모함을 받아, 지금은 강원도 양양에서 홀로 유배생활의 처지에 놓여 있다. 그는 한양 세도가의 자제로 집안 배경이 든든하고 학식도 풍부하며 마음씀씀이가 곱고 수려한 외모를 지닌 탓에, 처자들에게는 흠모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추운 겨울날 장터에 나갔다가 호기심에 흥미삼아 무당에게서 점괘를 보게 되었는데, 그 내용은 오늘 생각지 못한 소중한 귀인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서책을 읽다가 잡념을 떨쳐버리기 위해 집 주변을 걷다가, 하늘에서 유성이 떨어진 것을 보고 그곳에서 한 여인을 만나기에 이른다. 한편 별나라에서 홀로 우주 비행을 나왔다가 낮선 지구로 불시착하게 된 여주인공 미르는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마침 그곳에서 훤칠하게 생긴 휘지를 발견하고 잠시 동안 그의 거처에 머무르게 된다. 이들은 서로 첫눈에 반할 정도로 상대방에게 호감을 갖게 되고, 반면에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던 마을 사람들은, 푸른 눈의 이국적인 모습과 상처를 치료하는 놀라운 능력을 지닌 그녀의 등장을 두고 의심을 가지고 경계의 대상으로 간주하게 된다. 그러한 과정에서 마을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연이은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휘지는 이 미묘한 사건의 배후에 어떤 음모가 있음을 짐작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뛰어들게 되지만, 그의 마음 한 곳에는 미르를 향한 사모하는 마음이 간절하지만 어차피 그녀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게 되고, 미르 역시도 휘지를 사랑하면서도 언젠가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야 사실에 우울한 나날을 보내게 된다. 이후 소설 속 이야기는 이들의 비운적인 사랑과 함께, 마을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의 내막이 교차하면서 흥미롭게 흘러간다.


이 소설은 동화적인 요소를 가미한데다가 그 흐름의 분위기가 사뭇 판타지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정작 책의 내용을 읽다보면 그러한 느낌보다, 의외로 신선하면서도 결말이 과연 어떻게 흐르게 될까 하는 호기심에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 버리게 되는 한편의 매혹적인 역사팩션을 생각나게 한다. 서로 뜻하지 않은 우연한 만남으로 점철된 남녀 간의 애잔한 로맨스를 중심으로, 베일에 가려진 연쇄살인 사건이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독자로 하여금 눈길을 이끌게 하는 이 작품은, 이야기의 진행과정에서 등장인물에 쉽게 동화되어버릴 만큼의 감정의 이입이 자연스러워서, 다소 황당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그 괴리감에 대한 체감이 생각만큼 크게 느껴지지 않다는 것이 특이할만하다. 또한 탄탄한 구성과 캐릭터의 심리적인 부분이나 배경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는, 독자의 입장에서 볼 때 마치 한편의 영상을 보는 것 같은 생동감을 주기에 충분하지 않나 싶다. 물론 결말 부분에 가서 한창 고조된 주인공들의 로맨스의 관계가 허탈에 가까우리만치 너무 급격하게 무너져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있고, 흥미를 돋우기 위해 제시된 살인 사건의 경우도, 그 해결과정이 흐지부지 끝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이미 형성된 긴장감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리고 마는, 조금은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도입 부분에서의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배경적 상황을 토대로, 소설 속 이야기의 전개과정에 빠르게 몰입하게 만드는 은근한 매력이 내재되어 있어서, 로맨스의 재미를 감상하는데 흡족함을 선사해줄 수 있을듯하다. 따라서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선녀가 된 외계인과 나무꾼 선비와의 좌충우돌하면서 벌어지는 로맨스를 담은 이 작품에, 독자들의 많은 관심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 번쯤, 파리지앵처럼 - 평범한 일상도 특별해지는 21가지 삶의 기술
민혜련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생을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해외로 여행을 떠나, 그곳에서 일정기간 동안 머무르며 지내고 싶은 곳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한 경우 많은 사람들에 의해 흔히 언급되는 나라 중에 하나는 프랑스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프랑스에 관한 여행에세이들이 적지 않으며, 일부 사람들은 파리지앵을 꿈꾸면서, 현실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랄지도 모르겠다. 사실 개인적으로 그 시기는 정확하지 않지만 한때 프랑스의 유명한 여배우가 한국의 음식인 보신탕에 대해 막무가내로 비판하는 것을 보고, 문화차이에 따른 상대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다소 편협적인 시각을 가진, 융통성이 없는 나라의 사람들로 인식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프랑스의 문화를 다룬 책을 우연히 접하게 되면서, 파리지앵이라는 단어가 지니는 의미를 처음으로 깊이 인식하게 되었으며, 한편 나 역시도 한 가지의 사실만으로 그 나라 사람들의 전체를 판단하려고 했던 생각에 문제가 있음을 깨닫고, 아울러 그들의 사회와 문화를 다시 생각해보는 좋은 계기를 마련한 기억이 있다. 사람들이 흔히 프랑스라는 나라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건축, 예술 음악, 음식 등의 여러 분야에서, 그들이 이루어 놓은 외적인 것을 먼저 상상하고 그런 부분에 관심의 초점을 맞추곤 한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하게 인식되어야 할 것은, 그들이 이루어 놓은 풍부한 문화의 배경을 토대로, 그들이 개척해놓은 독특하면서도 합리적인 삶의 철학이라든가 생활방식이라고 여겨진다. 이 책은 그러한 측면에서 우리가 직접 그곳에서 파리지앵들과 함께 삶을 공유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그들의 실질적인 삶의 내용을 통해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긍정적인 방향에서 조금은 특별하면서도 의미 있게 만들어 가는 방법적인 내용을 면밀히 들여다보고자 했다.


저자는 프랑스에서 유학생활을 시작으로 오랜 시간 동안 그곳에서의 삶을 보내면서, 자신의 실제 경험담과 함께, 다채로운 문화 속에서 체득되어진 그들의 삶의 방식이 어떤 변화를 거쳐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살펴보고, 그 안에서 우리가 그들로부터 무엇을 배우고 익힐 것인가를 이 책에서 언급하고자 했다. 책에는 과거 주변 이웃 국가들에 의해 프랑스로 유입된 여러 문화를 기반으로 잉태된, 프랑스 사회문화의 전반적인 것이 집중 조명되어 있는데, 그 내용에서 우리가 음미해봐야 할 유의미한 생활양식이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어서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책 속에는 프랑스 나라라는 이유만으로 특별히 회자되는 패션, 예술, 음식 같은 굵직한 여러 테마들을 중심으로, 그 겉과 속이 비교적으로 객관적으로 기술되어 있다. 더불어 저자는 왜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파리지앵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는지 그 이유에 대해 구체적인 답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독자들 입장에서 한편 흥미로우면서도 프랑스 문화의 전반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적잖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책의 내용은 단순히 먹고 마시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다양한 토론의 장을 펼쳐가는 그들의 카페문화에서부터, 전 세계의 패션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지만, 정작 유행에는 민감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시크적인 태도와, 또한 개인적인 사생활을 철저하게 존중하는 것과 동시에, 외양적인 겉모습에 상관하지 않으면서 진지한 인간관계를 맺으려는 적극적이고도 성숙한 그들의 삶의 자세까지를 폭넓게 담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독자들은 이 책의 내용을 통해 화려하고 웅장한 도시의 일면에, 자유롭고도 풍요로운 삶을 만끽하는 파리지앵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관찰해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프랑스는 시민의 힘으로 왕정을 무너트리고 혁명을 일으킴으로서, 봉건제의 막을 내리고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사회의 성립을 가능케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들은 오랜 전통이 무시되거나 사라진 것이 아니다. 역사 내용을 살펴보면 지금의 프랑스가 세계적인 문화강국으로서 발돋움 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사회의 의지로 이루어 진 것이 아니라 봉건시대 왕권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우리가 그들의 행동양식에서 예의 주시해봐야 할 것은, 외부로부터 유입되었던 문화를 그들의 양식에 맞게 시민사회로 정착시키고 문화를 향한 시민의식을 고취하여 스스로가 자부심을 잃지 않았다는데 있다. 물론 그들의 문화나 생활양식이 모두 장점만을 지니고 있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이 책에도 충분히 설명되어 있듯이 겉으로 드러나는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보면, 자유분방하고 다소 이기적인 면이 없지 않은듯하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에서도 확고한 책임의식만큼은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저자가 독자들에게 이 책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그들 사회의 여러 부분을 단지 우리의 눈으로만 보이는 것으로 판단하지 말고, 그들의 실질적인 것을 파악하여 우리의 실생활에 맞게 적용시켜 이로운 방향으로 응용해보라는 것은 아닐까 싶다. 중국의 고사 성어에 귤화위지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환경과 조건에 따라 사물의 성질이 변함을 이르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조금 더 확대해 본다면 타국의 문화를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우리의 건조하고 평범한 일상을 얼마든지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일상을 예술로 승화시키고 비록 개인의 생활이 화려하고 부유하지는 않아도, 그 나름대로 우아함을 유지하면서, 생활의 멋과 즐거움을 만끽하는 파리지앵의 모습을 이 책을 통해서 발견했으면 싶고, 더불어서 가끔은 우리도 그들처럼 파리지앵이 되어 하루하루를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을 영위했으면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탐정 히구라시 타비토가 찾는 것 탐정 히구라시 시리즈 1
야마구치 코자부로 지음, 김예진 옮김 / 디앤씨북스(D&CBooks)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사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읽기 전에 기대했던 내용은, 지금까지 많은 추리작품들이 그래왔듯이 조금은 무거운 분위기의 긴장감이 느껴지는 미스터리의 이야기에서 다소 탈피된, 우리 일상의 생활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미스터리적이면서도 흥미로움을 갖게 하는 무언가를 느껴보고자 함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작품을 읽은 입장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중 절반은 그러한 나의 기대에 부응했다고 볼 수 있지만, 그 나머지는 그렇지 못한 편에 속한다고 봐야 할듯하다. 책의 제목으로만 얼핏 생각해 본다면, 이 작품은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 뜻하지 않은 일을 계기로 실마리가 쉽게 풀어지지 않는 미스터리적인 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예리한 판단력과 눈썰미가 좋은 탐정이 등장하여 논리적인 전개가 펼쳐져 있을 것이라 여겨지지만, 엄밀하게 말한다면 이 작품은 그러한 줄거리와는 애초부터 상당한 거리가 있다. 그래서 혹시 기묘한 트릭으로 인한 재미나, 예측을 불허하는 반전의 묘미를 즐기려는 독자들이 있다면, 조금은 아쉽겠지만 잠시 접어두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이 작품의 내용이 단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일반적인 형식의 추리물이 아닐 뿐이지, 재미가 없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책을 읽어 가다보면 알게 되겠지만 어떤 면에서는 이 작품의 후편이 오히려 기다려질 만큼의 색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따라서 이 작품은 미스터리와 추리적인 요소보다는, 전개되는 소소한 이야기의 흐름에서 풍겨 나오는 따뜻함을 통해, 잔잔한 감동의 여운을 느낄 수 있는 의외의 분위기와 신선함을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 작품은 탐정으로 등장하는 주인공 히라구시 타비토를 중심으로 모두 4편의 각기 다른 내용을 담았는데,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때마다 개성 있는 인물들이 하나씩 추가되면서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흥미롭게 펼쳐내고 있는 것이 독특하면서도 이채롭다. 우선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탐정 타비토는 일반사람들과는 다른 신체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 대개 사람들은 5가지의 감각을 지니게 마련인데, 그는 눈으로 사물을 알아보는 시각만을 타고 났을 뿐, 선천적으로 후각이나 청각, 촉각. 미각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결함이 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시각으로 그 나머지 감각을 구별할 수 있는 남들에게는 찾아볼 수 없는 특수한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품 속의 첫 번째 이야기는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어느 공방에서 만들어진 오래된 낡은 의자에 얽힌 두 남녀의 애틋한 사연이 전개되어 있다. 의자의 주인은 이미 고인이 되었지만, 타비토는 의자를 본 순간, 그 안에 몰래 감추어진 비밀스러운 편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서신을 주고받은 당사자 간의 아름다운 과거의 추억을 더듬어 가는 내용을 정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타비토의 딸로 나오는 테이의 유치원 선생님의 이야기로, 그녀가 소중하게 아끼던 열쇠고리를 출근길에 잃어버리면서 이를 찾는 과정에서의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펼쳐져 있고, 세 번째 이야기는 신체의 문제점으로 생활에 불편함을 겪는다는 것을 알고, 타비토를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주변 인물들과 관련한 것으로, 망각으로 기억에서 사라진 특별한 장소를 애타게 찾으려는 한 노인의 간절한 소망을 찾아주는 감동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며, 끝으로 전개되는 줄거리는 타비토와 그의 딸이 다니는 유치원 선생 요코와의 관계가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는 사건을 다룬 것으로, 후속작품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할 만큼의 묘한 여운을 내포하고 있다.


이 소설의 내용을 고려해볼 때,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이 분명 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미스터리 추리의 요소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거의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다소 특이한 작품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래서 추리물로 분류하기엔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전개되는 줄거리의 내용으로만 본다면 독자들에게 소소한 즐거움과 가슴이 따뜻해지는 훈훈한 이미지를 남겨 주기에는 충분하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애수를 가득 머금은 눈과, 한 없이 선한 마음씨를 지닌 작품 속 주인공 타비토라는 인물의 성격에서 볼 수 있듯이, 정감 있고 개성적인 캐릭터를 계속적으로 등장시키면서 화기애애하면서도 왠지 희망적인느낌을 갖게 한다. 아울러 다루어지고 있는 사건의 이야기도 어떤 흉악한 범죄와 연루된 어둡고 폭력적인 것이 아닌,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이런 저런 인연으로 빚어지게 되는 지난날의 의미 있는 추억이나 애잔한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전개되어 있어 가볍고도 편안하게 다가오지 않나 싶다. 하지만 내용 중 어떠한 부분에서도 트릭적인 것을 볼 수 없고 미스터리적인 요소도 거의 배제되어 있어서, 독자들로 하여금 흥미를 가중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을듯해서 아쉬운 면이 없지 않다. 그런 이유로 이 소설은 독자들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릴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개인적으로 긍정적으로 보이는 점은, 작품후기에서 작가가 밝혔듯이 이 작품을 계기로 연계된 후속작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작품 전개의 흐름으로 보아, 향후 독자들이 예상치 못한 등장인물들 간의 다양한 에피소드가 펼쳐질 것을 암시하고 있어서 상당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물론 선택은 독자의 몫이다. 그러나 누군가의 특별한 이야기를 통해서 공감을 하고 마음을 나눌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