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 번쯤, 파리지앵처럼 - 평범한 일상도 특별해지는 21가지 삶의 기술
민혜련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6월
평점 :
인생을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해외로 여행을 떠나, 그곳에서 일정기간 동안 머무르며 지내고 싶은 곳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한 경우 많은 사람들에 의해 흔히 언급되는 나라 중에 하나는 프랑스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프랑스에 관한 여행에세이들이 적지 않으며, 일부 사람들은 파리지앵을 꿈꾸면서, 현실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랄지도 모르겠다. 사실 개인적으로 그 시기는 정확하지 않지만 한때 프랑스의 유명한 여배우가 한국의 음식인 보신탕에 대해 막무가내로 비판하는 것을 보고, 문화차이에 따른 상대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다소 편협적인 시각을 가진, 융통성이 없는 나라의 사람들로 인식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프랑스의 문화를 다룬 책을 우연히 접하게 되면서, 파리지앵이라는 단어가 지니는 의미를 처음으로 깊이 인식하게 되었으며, 한편 나 역시도 한 가지의 사실만으로 그 나라 사람들의 전체를 판단하려고 했던 생각에 문제가 있음을 깨닫고, 아울러 그들의 사회와 문화를 다시 생각해보는 좋은 계기를 마련한 기억이 있다. 사람들이 흔히 프랑스라는 나라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건축, 예술 음악, 음식 등의 여러 분야에서, 그들이 이루어 놓은 외적인 것을 먼저 상상하고 그런 부분에 관심의 초점을 맞추곤 한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하게 인식되어야 할 것은, 그들이 이루어 놓은 풍부한 문화의 배경을 토대로, 그들이 개척해놓은 독특하면서도 합리적인 삶의 철학이라든가 생활방식이라고 여겨진다. 이 책은 그러한 측면에서 우리가 직접 그곳에서 파리지앵들과 함께 삶을 공유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그들의 실질적인 삶의 내용을 통해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긍정적인 방향에서 조금은 특별하면서도 의미 있게 만들어 가는 방법적인 내용을 면밀히 들여다보고자 했다.
저자는 프랑스에서 유학생활을 시작으로 오랜 시간 동안 그곳에서의 삶을 보내면서, 자신의 실제 경험담과 함께, 다채로운 문화 속에서 체득되어진 그들의 삶의 방식이 어떤 변화를 거쳐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살펴보고, 그 안에서 우리가 그들로부터 무엇을 배우고 익힐 것인가를 이 책에서 언급하고자 했다. 책에는 과거 주변 이웃 국가들에 의해 프랑스로 유입된 여러 문화를 기반으로 잉태된, 프랑스 사회문화의 전반적인 것이 집중 조명되어 있는데, 그 내용에서 우리가 음미해봐야 할 유의미한 생활양식이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어서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책 속에는 프랑스 나라라는 이유만으로 특별히 회자되는 패션, 예술, 음식 같은 굵직한 여러 테마들을 중심으로, 그 겉과 속이 비교적으로 객관적으로 기술되어 있다. 더불어 저자는 왜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파리지앵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는지 그 이유에 대해 구체적인 답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독자들 입장에서 한편 흥미로우면서도 프랑스 문화의 전반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적잖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책의 내용은 단순히 먹고 마시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다양한 토론의 장을 펼쳐가는 그들의 카페문화에서부터, 전 세계의 패션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지만, 정작 유행에는 민감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시크적인 태도와, 또한 개인적인 사생활을 철저하게 존중하는 것과 동시에, 외양적인 겉모습에 상관하지 않으면서 진지한 인간관계를 맺으려는 적극적이고도 성숙한 그들의 삶의 자세까지를 폭넓게 담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독자들은 이 책의 내용을 통해 화려하고 웅장한 도시의 일면에, 자유롭고도 풍요로운 삶을 만끽하는 파리지앵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관찰해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프랑스는 시민의 힘으로 왕정을 무너트리고 혁명을 일으킴으로서, 봉건제의 막을 내리고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사회의 성립을 가능케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들은 오랜 전통이 무시되거나 사라진 것이 아니다. 역사 내용을 살펴보면 지금의 프랑스가 세계적인 문화강국으로서 발돋움 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사회의 의지로 이루어 진 것이 아니라 봉건시대 왕권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우리가 그들의 행동양식에서 예의 주시해봐야 할 것은, 외부로부터 유입되었던 문화를 그들의 양식에 맞게 시민사회로 정착시키고 문화를 향한 시민의식을 고취하여 스스로가 자부심을 잃지 않았다는데 있다. 물론 그들의 문화나 생활양식이 모두 장점만을 지니고 있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이 책에도 충분히 설명되어 있듯이 겉으로 드러나는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보면, 자유분방하고 다소 이기적인 면이 없지 않은듯하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에서도 확고한 책임의식만큼은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저자가 독자들에게 이 책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그들 사회의 여러 부분을 단지 우리의 눈으로만 보이는 것으로 판단하지 말고, 그들의 실질적인 것을 파악하여 우리의 실생활에 맞게 적용시켜 이로운 방향으로 응용해보라는 것은 아닐까 싶다. 중국의 고사 성어에 귤화위지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환경과 조건에 따라 사물의 성질이 변함을 이르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조금 더 확대해 본다면 타국의 문화를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우리의 건조하고 평범한 일상을 얼마든지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일상을 예술로 승화시키고 비록 개인의 생활이 화려하고 부유하지는 않아도, 그 나름대로 우아함을 유지하면서, 생활의 멋과 즐거움을 만끽하는 파리지앵의 모습을 이 책을 통해서 발견했으면 싶고, 더불어서 가끔은 우리도 그들처럼 파리지앵이 되어 하루하루를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을 영위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