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탐정 히구라시 타비토가 찾는 것 ㅣ 탐정 히구라시 시리즈 1
야마구치 코자부로 지음, 김예진 옮김 / 디앤씨북스(D&CBooks)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사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읽기 전에 기대했던 내용은, 지금까지 많은 추리작품들이 그래왔듯이 조금은 무거운 분위기의 긴장감이 느껴지는 미스터리의 이야기에서 다소 탈피된, 우리 일상의 생활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미스터리적이면서도 흥미로움을 갖게 하는 무언가를 느껴보고자 함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작품을 읽은 입장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중 절반은 그러한 나의 기대에 부응했다고 볼 수 있지만, 그 나머지는 그렇지 못한 편에 속한다고 봐야 할듯하다. 책의 제목으로만 얼핏 생각해 본다면, 이 작품은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 뜻하지 않은 일을 계기로 실마리가 쉽게 풀어지지 않는 미스터리적인 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예리한 판단력과 눈썰미가 좋은 탐정이 등장하여 논리적인 전개가 펼쳐져 있을 것이라 여겨지지만, 엄밀하게 말한다면 이 작품은 그러한 줄거리와는 애초부터 상당한 거리가 있다. 그래서 혹시 기묘한 트릭으로 인한 재미나, 예측을 불허하는 반전의 묘미를 즐기려는 독자들이 있다면, 조금은 아쉽겠지만 잠시 접어두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이 작품의 내용이 단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일반적인 형식의 추리물이 아닐 뿐이지, 재미가 없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책을 읽어 가다보면 알게 되겠지만 어떤 면에서는 이 작품의 후편이 오히려 기다려질 만큼의 색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따라서 이 작품은 미스터리와 추리적인 요소보다는, 전개되는 소소한 이야기의 흐름에서 풍겨 나오는 따뜻함을 통해, 잔잔한 감동의 여운을 느낄 수 있는 의외의 분위기와 신선함을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 작품은 탐정으로 등장하는 주인공 히라구시 타비토를 중심으로 모두 4편의 각기 다른 내용을 담았는데,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때마다 개성 있는 인물들이 하나씩 추가되면서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흥미롭게 펼쳐내고 있는 것이 독특하면서도 이채롭다. 우선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탐정 타비토는 일반사람들과는 다른 신체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 대개 사람들은 5가지의 감각을 지니게 마련인데, 그는 눈으로 사물을 알아보는 시각만을 타고 났을 뿐, 선천적으로 후각이나 청각, 촉각. 미각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결함이 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시각으로 그 나머지 감각을 구별할 수 있는 남들에게는 찾아볼 수 없는 특수한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품 속의 첫 번째 이야기는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어느 공방에서 만들어진 오래된 낡은 의자에 얽힌 두 남녀의 애틋한 사연이 전개되어 있다. 의자의 주인은 이미 고인이 되었지만, 타비토는 의자를 본 순간, 그 안에 몰래 감추어진 비밀스러운 편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서신을 주고받은 당사자 간의 아름다운 과거의 추억을 더듬어 가는 내용을 정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타비토의 딸로 나오는 테이의 유치원 선생님의 이야기로, 그녀가 소중하게 아끼던 열쇠고리를 출근길에 잃어버리면서 이를 찾는 과정에서의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펼쳐져 있고, 세 번째 이야기는 신체의 문제점으로 생활에 불편함을 겪는다는 것을 알고, 타비토를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주변 인물들과 관련한 것으로, 망각으로 기억에서 사라진 특별한 장소를 애타게 찾으려는 한 노인의 간절한 소망을 찾아주는 감동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며, 끝으로 전개되는 줄거리는 타비토와 그의 딸이 다니는 유치원 선생 요코와의 관계가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는 사건을 다룬 것으로, 후속작품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할 만큼의 묘한 여운을 내포하고 있다.
이 소설의 내용을 고려해볼 때,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이 분명 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미스터리 추리의 요소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거의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다소 특이한 작품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래서 추리물로 분류하기엔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전개되는 줄거리의 내용으로만 본다면 독자들에게 소소한 즐거움과 가슴이 따뜻해지는 훈훈한 이미지를 남겨 주기에는 충분하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애수를 가득 머금은 눈과, 한 없이 선한 마음씨를 지닌 작품 속 주인공 타비토라는 인물의 성격에서 볼 수 있듯이, 정감 있고 개성적인 캐릭터를 계속적으로 등장시키면서 화기애애하면서도 왠지 희망적인느낌을 갖게 한다. 아울러 다루어지고 있는 사건의 이야기도 어떤 흉악한 범죄와 연루된 어둡고 폭력적인 것이 아닌,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이런 저런 인연으로 빚어지게 되는 지난날의 의미 있는 추억이나 애잔한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전개되어 있어 가볍고도 편안하게 다가오지 않나 싶다. 하지만 내용 중 어떠한 부분에서도 트릭적인 것을 볼 수 없고 미스터리적인 요소도 거의 배제되어 있어서, 독자들로 하여금 흥미를 가중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을듯해서 아쉬운 면이 없지 않다. 그런 이유로 이 소설은 독자들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릴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개인적으로 긍정적으로 보이는 점은, 작품후기에서 작가가 밝혔듯이 이 작품을 계기로 연계된 후속작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작품 전개의 흐름으로 보아, 향후 독자들이 예상치 못한 등장인물들 간의 다양한 에피소드가 펼쳐질 것을 암시하고 있어서 상당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물론 선택은 독자의 몫이다. 그러나 누군가의 특별한 이야기를 통해서 공감을 하고 마음을 나눌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