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의 연인 1 - 제1회 퍼플로맨스 최우수상 수상작
임이슬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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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간사 중에서 결코 빼놓을 순 없는 부분 중 하나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렇다보니 드라마나 영화, 음악, 소설에 이르기까지, 그 모습을 조금씩 달리할 뿐 남녀 간에 사랑과 이별을 다루는 소재는 다양한 분야에서 여전히 끊이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사실 이성적인 관계에서 기인하는 로맨스가 전개되는 줄거리의 흐름은 그동안 워낙 많은 이야기가 나와 있어서, 이제는 발단의 과정만 봐도 그 결말을 대략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예측이 가능하다. 그래서 이를 바라보는 관심의 촉각이 다소 누그러질 한데도, 막상 독자들이 내용을 접하게 되면 이것이 꼭 그렇지만은 않게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아마도 우리의 마음속에 감정이라는 것이 사라지지 않는 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고, 이를 통해 우리는 주인공들이 펼쳐내는 때로 아름다운 사랑과 이별의 순간을 만나면서 연민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이 작품은 표지의 제목을 보면 얼핏 짐작할 수 있듯이 남녀 간에 사랑의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형식의 역사팩션이라고 할 수 있을듯하다. 그런데 이 소설이 여타의 작품들과 비교해 눈에 띄면서도 가독성 있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의 고전 동화와 나오는 선녀와 나무꾼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여, 이를 과거와 미래라는 공간을 서로 연결시켜 흥미롭게 전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작품의 내용을 살펴보면 남녀 주인공의 밀고 당기는 애틋한 로맨스도 재미있게 읽혀지지만, 이들의 이야기와 별개로 암암리에 진행되는 미스터리적인 사건이 펼쳐져 있어서, 작품을 감상하는 묘미가 한층 배가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장르분야의 소설에 관심을 두고 있는 독자들 이라면, 지나치지 말고 한번 읽어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작품 속 이야기는 조선 중기의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주인공 정휘지는 과거에 급제하여 관료로서 승승장구하다가 이를 시기하는 세력들에 의해 모함을 받아, 지금은 강원도 양양에서 홀로 유배생활의 처지에 놓여 있다. 그는 한양 세도가의 자제로 집안 배경이 든든하고 학식도 풍부하며 마음씀씀이가 곱고 수려한 외모를 지닌 탓에, 처자들에게는 흠모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추운 겨울날 장터에 나갔다가 호기심에 흥미삼아 무당에게서 점괘를 보게 되었는데, 그 내용은 오늘 생각지 못한 소중한 귀인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서책을 읽다가 잡념을 떨쳐버리기 위해 집 주변을 걷다가, 하늘에서 유성이 떨어진 것을 보고 그곳에서 한 여인을 만나기에 이른다. 한편 별나라에서 홀로 우주 비행을 나왔다가 낮선 지구로 불시착하게 된 여주인공 미르는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마침 그곳에서 훤칠하게 생긴 휘지를 발견하고 잠시 동안 그의 거처에 머무르게 된다. 이들은 서로 첫눈에 반할 정도로 상대방에게 호감을 갖게 되고, 반면에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던 마을 사람들은, 푸른 눈의 이국적인 모습과 상처를 치료하는 놀라운 능력을 지닌 그녀의 등장을 두고 의심을 가지고 경계의 대상으로 간주하게 된다. 그러한 과정에서 마을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연이은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휘지는 이 미묘한 사건의 배후에 어떤 음모가 있음을 짐작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뛰어들게 되지만, 그의 마음 한 곳에는 미르를 향한 사모하는 마음이 간절하지만 어차피 그녀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게 되고, 미르 역시도 휘지를 사랑하면서도 언젠가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야 사실에 우울한 나날을 보내게 된다. 이후 소설 속 이야기는 이들의 비운적인 사랑과 함께, 마을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의 내막이 교차하면서 흥미롭게 흘러간다.


이 소설은 동화적인 요소를 가미한데다가 그 흐름의 분위기가 사뭇 판타지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정작 책의 내용을 읽다보면 그러한 느낌보다, 의외로 신선하면서도 결말이 과연 어떻게 흐르게 될까 하는 호기심에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 버리게 되는 한편의 매혹적인 역사팩션을 생각나게 한다. 서로 뜻하지 않은 우연한 만남으로 점철된 남녀 간의 애잔한 로맨스를 중심으로, 베일에 가려진 연쇄살인 사건이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독자로 하여금 눈길을 이끌게 하는 이 작품은, 이야기의 진행과정에서 등장인물에 쉽게 동화되어버릴 만큼의 감정의 이입이 자연스러워서, 다소 황당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그 괴리감에 대한 체감이 생각만큼 크게 느껴지지 않다는 것이 특이할만하다. 또한 탄탄한 구성과 캐릭터의 심리적인 부분이나 배경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는, 독자의 입장에서 볼 때 마치 한편의 영상을 보는 것 같은 생동감을 주기에 충분하지 않나 싶다. 물론 결말 부분에 가서 한창 고조된 주인공들의 로맨스의 관계가 허탈에 가까우리만치 너무 급격하게 무너져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있고, 흥미를 돋우기 위해 제시된 살인 사건의 경우도, 그 해결과정이 흐지부지 끝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이미 형성된 긴장감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리고 마는, 조금은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도입 부분에서의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배경적 상황을 토대로, 소설 속 이야기의 전개과정에 빠르게 몰입하게 만드는 은근한 매력이 내재되어 있어서, 로맨스의 재미를 감상하는데 흡족함을 선사해줄 수 있을듯하다. 따라서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선녀가 된 외계인과 나무꾼 선비와의 좌충우돌하면서 벌어지는 로맨스를 담은 이 작품에, 독자들의 많은 관심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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