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도록 가렵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4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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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달리 요즈음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압박을 느끼며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것의 원인은 아마도 과도한 경쟁에 매몰된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우리 자신을 그렇게 몰아가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잠시 되돌아보면, 직장인은 언제 구조 조정될지 모르는 위기에 노출되어 있고, 학생은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얻지 못하면 행여 자신의 미래가 불투명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신적, 육체적 피로에도 불구하고 고군분투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그렇다보니 그러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도 생각해보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라 여겨진다. 물론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누구나 걱정과 불안을 느끼게 되는 일이 한두 가지쯤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이 평생 동안 자신의 가슴에 깊은 상처로 남아 자신의 삶을 옭아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면 결코 가벼이 넘길 일은 아니다. 이미 많은 사회학자들은 돈이 많다고 해서 권력이나 명예를 얻었다고 해서 그만큼 행복이 비례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결국 이러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은, 개인적인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우리 인식의 변화가 우선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이 작품은 그런 관점에서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겪어야만 했던 각 세대의 아픔의 시련을 서로가 공유하면서, 이를 이해하고 포용하며 치유하는 긍정적이면서도 희망적인 가능성의 일면을 타진해보고자 했다. 또한 이 소설은 경제성장을 앞세운 실용주의의 이면에 인문학적 가치의 중요성이 퇴색해지는 문제의 심각성과 연관하여, 이를 강하게 일깨우면서도 잔잔함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어 독자로 하여금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하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사춘기의 시기에 접어든 주인공 도범은, 우습게 보이면 주변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는 과거의 아픈 기억 때문에, 오토바이를 훔치라는 학교 선배들이 요구한 담력시험에 응했다가 발각되어 겨우 퇴학을 면하고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된다. 앞으로는 학교에서 더 이상의 말썽을 피우지 않겠노라는 부모님의 간곡한 애원을 가슴에 새기며, 그는 평범한 학교생활을 위해 노력하지만 이를 용납하지 않는 주변 친구들의 서슴없는 도발로 인해 위태로운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한편 고등학교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면서 의미 있고 보람된 일을 하다가 도범의 학교로 전근을 오게 된 수인은, 사랑하던 연인과 약혼을 앞두고 있지만 돌연 약혼을 미루자는 남자친구의 일방적인 선언으로 상심한 나날을 보내는 가운데, 새로이 발령받은 학교에서 도서관 이전 문제로 동료 선생들과 피할 수 없는 마찰에 부딪히게 되자, 그 충격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며 괴로워한다. 이후 수인은 교장선생님으로부터 독서 동아리를 운영해보라는 권유를 받아들여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저마다 개인적인 아픔을 가진 학생들과의 애틋한 사연을 접하면서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문득 찾아 나선 고향의 어머니로부터, 중닭이 어른 수탉으로 성장하기 위해 제 몸이 가려워 고통을 참으며 쪼아대는 것처럼, 누구든 어떤 단계에 이르게 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고통의 시기가 있게 마련인데, 직면한 현실이 다소 불편하고 고통스럽더라도, 이러한 일면을 서로가 짓누르고 지적할 것이 아니라 이를 이해하고 포용할 때, 쉽게 극복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용기를 얻으며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


이 작품은 청소년기에 흔히 겪게 되는 아이들의 일탈적인 행동은 물론이고, 어른이 되어서도 이런 저런 이유로 겪게 되는 다양한 문제를 복합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냄과 동시에, 희망적이고 감동 있는 분위기를 자아내어 독자의 눈길을 이끈다. 이 소설이 흥미로우면서도 주목되는 것은, 전개되는 줄거리에 등장하는 개성 있는 여러 캐릭터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들은 모두 하나 같이 한때의 트라우마를 가슴에 간직한 채, 이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는 불안한 현실을 이어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런 모습은 각박한 현실을 인내하며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모습과도 크게 다르지 않게 여겨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독자들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그들과 쉽게 동화되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으며, 그로 인해 그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개개인의 문제가 마치 우리자신의 아픔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결말 부분에 이르러 청소년의 시기에서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중닭이 수탉으로 거듭나기 위해 신체의 가려움을 참치 못하고 쪼아대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부분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다.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누구나 가끔은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뜻밖의 일들을 만나게 된다. 문제는 그러한 일을 겪으면서 좌절하고 절망하게 되고, 마침내는 순간의 일탈적인 행동으로 그러한 아픔을 조금이나마 만회하려 한다는 것이다. 기쁨은 나눌수록 커지고 상대적으로 고통은 나눌수록 작어진다는 말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소설은 세상이 점점 각박해지고 건조해질수록 자신의 일이 아니면 관심 없다는 이기주의적인 생각을 버리고, 조금은 이타적인 입장에서 타인의 아픔을 볼 수 있어야 함을 일깨워준다. 따라서 각 세대들이 겪어야만 하는 문제를 잔잔한 감동과 함께 아기자기 하게 풀어낸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이 마주한 오늘의 현실을 조금은 희망적으로 바라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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