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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논 레터스
헌터 데이비스 지음, 김경주 옮김 / 북폴리오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며칠 전 신문 기사 내용을 보니 미국 캘리포니아주 비벌리 힐스의 한 경매장에서 유명연예인들의 애장품이 조만간 경매될 예정이며, 대략 700여점 이상 출품될 것이라고 한다. 해당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일부 공개된 경매 물품 가운데에는 영국의 전설적인 그룹으로 1960년대를 풍미했던 비틀즈의 리더이자 멤버였던 존 레논이 사용했던 기타도 포함되어있다고 하는데, 그 예상가격이 10억 정도로 추정하고 있어, 한편 놀랍기도 하면서 그의 위상이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해볼 수 있을 듯하다. 비틀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존 레논은 1980년 12월 8일 뉴욕 맨하탄에서 자신의 열혈 팬 중 한 사람이었던 마크 채프먼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하지만 이후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그가 만들었던 음악은 잊히지 않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 의해 적잖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는 안타깝게도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지만, 자신의 친구였던 폴 매카트니와 함께 비틀즈를 주도하여 전 세계의 독보적인 밴드로 자리매김 했으며, 그룹이 해체되고 난 뒤에도 독자적으로 음악활동을 해왔고 거기서 머문 것뿐만 아니라, 당시 냉전 체제 속에 촉발된 반전반핵이라는 시대흐름에 따라 평화의 가치에 방점을 두어 정치 사회문화적으로도 폭넓은 행보를 보여 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러한 모든 상세한 내용은 그가 죽고 난 뒤에 그를 추모하려는 각국의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 평전의 형식을 빌려 몇 차례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그의 개인적 영역에 이르는 세밀한 부분까지를 알기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존 레논의 삶과 관련한 기존의 이야기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가 다수의 사람들에게 남겨놓았던 편지와 엽서들 그리고 메모들을 토대로 하여 그의 삶에 또 다른 이면을 재조명하고자 했다. 따라서 그를 알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그를 한층 가까이에서 접해볼 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듯하다.
이 책의 저자이자 존 레논의 전기 작가이기도 했던 헌터 데이비스의 말에 의하면, 그는 대중적인 음악활동이나 일상생활에서 때로 기쁘거나 짜증이 나는 감정의 기복이 변화되는 상태에서 수시로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는 글을 많이 남겼으며,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을 때에도 언제나 자연스럽게 펜과 종이를 꺼내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주변에 한정된 일부 특정인에게만 그와 같은 글을 나눈 것이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 팬 외에도 한 번도 조우하지 않았던 일반인들과 언론과 여러 단체에게도 손으로 직접 쓰거나 혹은 타자기를 이용해서 편지나 엽서를 보내왔음을 밝히고 있다. 책 속에는 존이 어린 시절 부모에 의해 양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6살이 되어 그의 이모 손에서 성장하면서 교감을 나누었던 편지의 내용에서부터, 그의 팬으로 추정되는 청년에게 총격을 당하기 바로 직전에, 자신의 두 번째 부인이었던 오노요코와 스튜디오 작업하는 과정에서 직원에게 마지막으로 사인을 해주었던 내용에 이르기까지, 그의 필체를 담은 실로 다양한 서식의 글들을 사진화 하여 소개하고 있으며, 아울러 그에 따른 저자의 부가적인 설명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존이 남긴 다양한 편지의 내용 중에는 자신의 연인이나 아들을 향해 그리움과 사랑을 간절하게 표현하거나, 그림을 넣어 해학적이고 위트가 넘치는 글도 있지만, 비틀즈가 해체되는 위기의 시기에 그의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폴 매카트니와의 격렬한 논쟁이나, 때로 그의 돌출된 행동이나 발언에 대해 불만을 가진 여타의 사람들에 보낸 글에서는 적대감을 느낄 수 있을 만큼의 분노와 함께, 한편으로 설득력 있는 문장으로 논리적으로 풀어나가려는 그 나름대로의 고뇌를 엿볼 수 있기도 하다. 특히 개인적으로 그의 밴드 초창기 시절 불특정 팬들에게 보낸 답장이 훗날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게 된 이후 바쁜 공연 와중에도 멈추지 않고 간간히 지속되고 있었다는 것이 눈에 띈다.
저자는 아직까지 한 번도 공개적으로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던 존 레논의 자필 서신을, 그의 음악을 사랑하고 기억하는 수많은 팬과, 그가 고인이 된 뒤에도 그를 새로이 알게 된 많은 이들로 하여금 조금 더 가까이에서 접근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 이 책을 펴낸 계기이며, 책의 내용을 통해 그가 누구를 만나 어떤 일을 해왔고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더불어 그가 얼마나 대단하고 재미있는 사람이었는지를 새로운 시각에서 들여다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영국의 십대들은 당시 유행했던 로큰롤을 접하면서 짜릿한 전율을 느껴왔던 것처럼, 존 레논 역시도 15세에 이르러 그러한 대중음악을 즐기게 되었고 이후 밴드를 만들어 본격적인 활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부분과 관련하여 어린 시절부터 그를 보살폈던 이모와의 편지 내용을 보면 그의 그러한 모습은 그리 탐탁지 않게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 어찌 되었든 그는 오늘날 음악인으로써 팝 역사에 다시는 없을 엄청난 성공을 이루어낸 인물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개인적으로 볼 때, 책 속에 나오는 여러 에피소드 중에서, 한참 해외공연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그에게 어느 팬으로부터 음악적 성공이 당신의 생활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라는 돌발적인 물음을 묻는 편지에 대한 답장 속의 이야기와, 또한 그의 부인과 함께했던 오노 요코와의 행위예술을 두고 냉소하듯 조롱하는 신문기자에게 보낸 그의 논리적인 서술의 내용은, 의외의 이미지로 인식되는 것 같기도 해서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았나 싶다. 존 레논의 인생이야기를 담은 평전 형식의 기존의 전기형태는 아무래도 저자의 주관적인 의견이 어느 정도 개입되었다고 보면, 이 책의 내용은 존 레논의 손수 작성한 각종 편지의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 그를 한층 객관적으로 관찰해볼 수 있다는 것과, 색다른 관점에서의 흥미로움을 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그런 이유에서 비틀즈를 좋아하거나 팝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이 있다면, 한 번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