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십이국기 1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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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소설이나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아마도 오노 후유미 작가의 십이국기 시리즈를 한번 쯤 감상해 봤을 것이다. 이 작품은 1992년에 발표되어 자국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기 시작하여, 급기야는 판타지 분야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고 그 여세를 몰아 원작을 바탕으로 애니메이션이 제작되었으며, 마침내 2002NHK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기도 했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꾸준하게 이어지면서 올해로 900만부 이상의 판매부수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이 작품의 원작은 이미 오래전에 국내에 소개되었고, 애니메이션을 통해 접한 사람들도 제법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소설의 경우 당시 번역과정을 비롯해 몇 가지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국내 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그 동안의 문제점을 보완하여 이번에 새로이 출간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이 작품과 연관하여 현재 일본에서 출간되고 있는 신초샤 신장판은 시리즈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마성의 아이를 시작으로 화서의 꿈까지 총 여덟 파트로 타이틀로 나누어져 발표되었으며, 앞으로 신작 장편과 황혼의 물가, 새벽의 하늘이 예정되어 있다는 소식이다. 그래서 이번에 새롭게 소개되는 십이국기 시리즈는 그 전에 문제가 되었던 번역 부분에서 작가 오노 후유미가 가필 수정을 거친 개정판 원고를 토대로 하여 가급적 원본에 충실했다는 점과, 더불어서 일러스트 작가 야마다 아키히로의 새로운 표지 일러스트와 삽화가 첨부되어 있어서, 기존의 독자들은 물론이고 이 작품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 다른 어느 때보다 십이국기 시리즈를 흥미롭게 감상해보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그림자의 바다, 달의 그림자라는 표지제목의 이 작품은, 십이국기 시리즈의 프롤로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작품 속의 이야기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평범하면서도 조금은 내성적이고 사려 깊은 성격을 지닌 주인공 요코가, 학교수업을 받는 과정에서 별안간 나타난 게이코라는 인물을 만나면서부터 시작한다. 그는 요코를 향해 문득 그녀가 자신의 주인이라고 칭하면서 말하기를 지금 외부로부터 목숨의 위협이 있으니 서둘러 이곳을 떠나기를 재촉한다. 미처 생각지 못한 의외의 말을 듣게 된 요코는 한사코 함께 떠나는 것에 동의를 하지는 않았지만, 그와 동시에 음산한 기운에 의해 학교 교실의 모든 유리창문이 부서지는 등의 뜻하지 않은 괴이한 현상을 직접 목격하면서, 마지못해 그와 함께 가족과 친구를 뒤로하고 그의 도움으로 알 수 없는 먼 곳으로의 낮선 세계에 첫 발을 디디게 된다. 그곳은 12개의 나라가 공존하는 미지의 세계였는데, 그녀는 도착하자마자 자신을 데려온 게이코의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되면서 홀로 남겨지는 상황에 처한다. 결국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앞으로 어떻게 이곳에서의 생활을 지내야 할지 고민에 빠지게 된 요코는, 마음속으로 언젠가 다시 돌아가게 될 날을 학수고대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방인이라는 이유로 이곳 사람들에게 천대와 멸시를 받게 되고, 한편으로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무리들에게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여러 차례의 위기에 놓인다.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하게 된 그녀는 다행스럽게도 라쿠슌이라는 또래의 친구를 만나게 되고, 그를 통해서 12국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듣게 되면서, 그와 함께 자신의 안위를 위해 연국으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고생 끝에 어렵게 도착한 연국에서 그곳을 다스리는 왕을 만나게 되는데, 그녀는 그동안 자신이 모르고 있었던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고, 이후 작품 속 줄거리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동양식 판타지의 절정을 보여준다고 할 만큼 매혹적인 분위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 작품은, 프롤로그의 내용만으로 본다면 요코를 중심으로 모든 이야기가 전개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적인 내용을 고려하면 그녀에 관한 것을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12국에 관한 개별적이고 흥미진진한 내용들이 펼쳐져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래서 구성적인 면에서 볼 때, 옴니버스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작품의 배경은 중국의 고대 중국 신화를 연상케 할 만큼 유사한 부분이 많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그 나름대로의 독특한 세계관이 담겨 있어서 기존의 판타지와는 사뭇 다른 개성적이고 색다른 흥미로움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과 연관하여 영상을 통해 이미 접해본 기억이 있지만, 이에 대한 원작을 읽기는 처음이었는데 캐릭터에 대한 심리묘사나 줄거리 흐름을 감안하면, 오히려 영상에서 보았던 작품에 대한 묘미보다 소설을 통해서 전해지는 감상의 포인트가 더욱 매력적이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그런데 십이국기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의 경우, 초반부에서 전개되는 내용이 다소 답답해지는 경향이 없지는 않아서, 조금은 지루하게 여겨질지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을 보아온 많은 독자들이 언급해왔듯이, 작품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작품 속에 몰입될 만큼 생동감 있는 전개로 인해, 몇 번이고 다시보고 싶을 만큼 신비롭고 역동적인 면모를 자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아울러서 이 작품은 주인공에 의존하여 일방적으로 펼쳐지는 기존의 판타지 작품과는 다르게, 12개국에 걸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담아냄으로써 그 재미가 한층 더 확장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으며, 모든 세대를 아우를 만큼 탄탄한 스토리 구성이 돋보인다. 따라서 판타지를 좋아하는 독자뿐만 아니라 이에 관심이 적었던 독자들도 이 작품을 계기로 환상소설의 또 다른 묘미를 한껏 체험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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