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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 연애 블루스
한상운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10월
평점 :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모든 일들이 우리가 의도하고 예측했던 방향대로 흘러만 간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네 일상은 그렇게 흘러가는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뜻밖의 일이 원인이 되어 우리를 난감한 상황에 빠트리기도 하며, 어떤 경우에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엉뚱하게 여겨질 만큼 사뭇 다른 인생의 길로 접어들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것이 마치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당연한 숙명이나, 결코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돌이켜 보면 우리가 존재하는 이 세상은 다름 아닌 요지경 속이라는 말이 새삼 가슴에 와 닿기도 하며, 우리의 삶 역시도 한치 앞을 내달 볼 수 없을 만큼 변화무쌍하다고 할 수 있을듯하다. 이 작품은 그러한 관점에서 더러 무기력해질 수 있는 우리의 인생사에 자극을 주는 이채로우면서도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어 눈길을 이끈다. 사실 독자의 입장에서 이 작가의 작품은 처음 접하는 것이어서 다소 낯선 느낌이 없지 않았었다. 그런데 작가의 이력을 살펴보니 그동안 장르분야에서의 몇몇 작품과 TV극작가로서 많은 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개인적으로는 이번 소설을 통해 작가의 여타작품이 궁금해질 만큼 의외의 기대감을 갖게 하지 않았나 싶다. 이 소설은 어느 평범한 남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한 순간의 우연한 선택이 스스로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게 되는 극명한 관계설정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진 작품으로 생각된다. 그러면서도 마치 한편의 스릴 넘치는 단막극을 연상하게 할 만큼의 빠르고 역동적인 진행과, 가독성을 높은 줄거리의 전개로 인해 작품 속의 몰입이 돋보이기도 해서, 독자들에게 기대 이상으로 감상의 포인트를 제공해 줄 것으로 보인다.
작품 속 사건의 내용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성욱이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고시를 여러 번 떨어지고 난 뒤, 출판사에 취업하여 근무하던 중에, 7년 동안 사귀었던 자신의 여자 친구에게서 그만 만나자는 일방적인 이야기를 듣고 실연의 아픔을 맞이하면서부터 시작한다. 상심과 낙담에 빠져 망연자실 하던 그는, 거리를 배회하다가 버스 정류장에서 우연히 보게 된 수정에게 순간 호감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그녀가 낮선 남자에게 갑작스런 폭행을 당하게 되는 것을 목격하게 되면서, 이에 분노를 참지 못하고 본의 아니게 끼어들게 되는데, 다행스럽게도 그녀와 함께 그곳을 용케 빠져 나오는데 성공한다. 그런데 수정이 폭행을 당하게 되었던 것은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속사정은 수정이 다니던 회사의 문제와 직접적으로 얽혀있다. 사실 수정을 폭행한 그 남자는 사채업으로 재벌이 된 아버지를 등에 업고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불법약물을 제조해 판매하는 사업을 하다가, 이 약물의 부작용으로 한 여성이 죽는 사고가 발생하자 자살로 위장하는 파렴치한 인물이다. 그리고 이 회사에 다니고 있었던 수정은 그와 같은 사실을 알고 그동안에 내부에 은밀하게 감추어졌던 불법적인 내용을 폭로하기 위한 과정에서 당시 폭행사건이 벌어졌음을 성욱은 뒤늦게 알게 된다. 자신의 행동은 선의를 담은 일시적인 것에 불과했을지 몰라도, 돌이켜보면 그러한 행위로 인해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 하는 엄청난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점에 그는 당혹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 어떻게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의지를 보이게 되는데, 이후 작품 속 이야기의 흐름은 감추려는 자와 폭로하려는 이들 간의 쫓고 쫒기는 숨 막히는 대결의 양상으로 이어진다.
이 소설은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세상과 적당하게 타협하고 순응하며 살아가는 한 남자가, 뜻하지 않은 사건에 돌연 휘말리면서 스스로의 인생이 순식간에 뒤바뀌는 과정을 영화의 장면처럼 생동감 있게 그려내고 있어 흥미롭게 다가오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더불어 발단에서부터 이어지는 치밀한 구성의 흐름과 장르소설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스릴과 반전의 요소를 가미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작품 속으로 빠져 들게 하는 가독성이 뛰어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전개되는 줄거리의 내용과 관련하여 사건과 인물의 연결부분이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매끄럽지 않은 느낌을 주고 있기도 해서 다소 아쉬운 감이 없지는 않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러한 외적인 면에서 풍기는 관점의 요소보다,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작가의 메시지에 그 의미를 두어야 할듯하다. 작가는 작품 후기에서 말하기를 우리들 중 누구나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행동하는가에 따라 때로 초인이 될 수도 있지만, 반면에 괴물이 될 수 있다면서 이 소설을 그러한 취지에서 다루었다고 말한다. 작품 속 내용을 보면 주인공은 자신의 여자 친구에게 이별통보를 받고 실연이라는 상처에 부딪치면서, 그러한 결과의 초래한 스스로를 깨닫고 자책한다. 하지만 이후 또 다른 인연을 만나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혼란스러운 상황에 직면하면서도, 과거 자신의 모습에서 탈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며, 마침내는 자기 자신과의 갈등을 이겨내고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는 한 단계 변화한 새로운 인격체로서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어쩌면 때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타성에 의해 익숙하기 때문에 혹은 그것이 자신에게 편하다는 이유로 변화의 요구를 애써 모른 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작품 속 주인공은 독자들을 향해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변하지 않으면 더 이상의 새로운 세상은 없다고 말이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이 이 작품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자신을 변화시켜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져봄은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