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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톨로지 (반양장) - 창조는 편집이다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최근 정부가 새로이 바뀌면서 우리 사회에 창조경제라는 말이 자주 언급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 말이 과연 어떤 의미를 나타내는 것인지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음을 본다. 사실 창조라는 말은 해석학적으로 볼 때,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뜻하므로 엄밀히 말해서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것이어서 오로지 신만이 가능한 일이 될 것이다. 그래서 아마도 정부가 지칭하고 있는 창조라는 말의 진의를 생각해 본다면, 그것은 없는 것에서 무엇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개별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을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또 다른 하나의 의미 있는 가치를 도출해보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오늘날 컴퓨터와 인터넷 보급이 확산되면서 지금은 빼놓을 수 없을 정도의 우리 생활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요즘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다양한 지식으로의 접근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정보 홍수의 시대라는 말을 실감나게 할 만큼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우리로 하여금 각 분야의 폭넓은 내용을 손쉽게 접할 수 있게 함으로써 빠르게 변하는 시대흐름에 뒤떨어지지 않게 하는 긍정적인 면이 작용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상대적으로 생각할 때 너무 많은 정보가 흘러넘치는 까닭에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가 아니거나 혹은 특별하게 여겨지지 않는 것이라면 단편적으로 그냥 지나치고 마는 경우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책은 창의성에 바탕을 두어,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서 우리가 차마 느끼지 못하는 정보들의 맥락을 바꾸고 그 낡은 정보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창조는 곧 편집이라는 인식하에 에디톨로지 즉 편집학의 거시적인 측면을 살펴보고 이에 대해 집중조명 하고자했다.
저자는 먼저 책에서 작고한 애플 CEO 스티브잡스가 아이폰4를 출시하는 컨퍼런스에서 “이 나라가 블로거들의 세상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세상에 정보는 차고 넘친다. 그 정보의 좋고 나쁨을 판별하는 편집자의 역할이 중요한 세상” 이라고 언급했던 말을 인용하여, 오늘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우리의 압박되고 착시적인 생각에서 탈피하고, 무엇보다 지금까지 진행되어왔던 통상적인 틀에서 이미 있는 정보들을 낯설게 하는 색다른 방향으로 조합하려는 편집의 능력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에디톨로지를 단지 그럴듯하게 이런 저런 내용을 섞어 내거나 짜깁기 하자는 것은 아니며, 본질적인 핵심은 편집의 단위, 편집의 차원이 복잡하게 얽혀 들어가는 인식의 패러다임 구성과정에 있음을 명시한다. 그래서 그는 요즘 창조라는 말이 부각되고 있는 것과 때를 맞추어 창조의 과정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구성단위를 어떻게 설정하고 편집의 수준을 어떻게 결정하는지에 그 관건이 있음을 강조한다.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책 속의 내용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음을 볼 수 있는데, 첫 부분에 나오는 지식과 문화에서 찾아볼 수 에디톨로지에서는 마우스의 발명과 하이퍼텍스트를 주제로 하여, 마우스라는 도구의 발명이 인간의식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지식과 문화가 어떻게 편집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관점과 공간이라는 시각에서 다루어지는 에디톨로지로, 원급법이 가져온 혁명적 변화를 바탕으로 향후 공간에 대한 연구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한 부분이 흥미롭게 분석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마지막장에서는 인간의 마음과 관련한 심리학에 대한 에디톨로지가 나타나 있는데, 여기서는 인간 개개인의 편집과정에 역사발전이라는 근대 이데올로기가 작용되었던 측면과, 더불어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관한 성립과 몰락을 통해 근대학문으로 발돋움 하게 된 심리학 형성과정의 추이를 면밀하게 담아내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책 속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세상의 모든 것들은 끊임없이 구성되고 흩어지며 다시 하나로 재구성되는 흐름의 연속으로 볼 수 있으며, 이러한 모든 과정은 결국 편집이라는 단어로 정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신문이나 잡지의 편집자가 원고를 모아 지면에 맞게 재구성하여 독자의 몰입을 돕거나, 또는 영화의 편집자가 녹화자료를 모아 관객들에게 이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화면으로 제공해주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러한 편집의 진행과정은 세상의 모든 사건과 그것이 갖는 의미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얼마든지 표현될 수 있고, 이를 통해 개인 간의 이해는 물론이고 더 나아가서는 소통까지를 가능케 할 수 있을 것으로 저자는 내다보고 있다. 한편으로 저자는 말하기를 오늘날 우리 사회가 경제적으로나 지적수준으로 볼 때 과거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수직상승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그에 상응하는 사회문화적 담론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무척이나 안타깝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백 년에 걸쳐 서구가 이루어 낸 근대화를, 우리가 불과 50년 만에 압축해버릴 만큼 엄청난 저력을 지녔음을 감안해볼 때, 답보상태에 놓여 있는 지금의 사회문화 문제점을 에디톨로지를 발현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음을 이 책의 내용을 통해 밝히고 있기도 하다. 독자의 입장에서 이 책 저자가 말하고 있는 에디톨로지가 어느 정도 공감되는 점은, 에디톨로지를 기반으로 불안정하고 따분하며 점점 우울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 사회의 구조를 보다 나은 방향으로 개혁할 수 있고, 그런 과정을 통해 한 단계 높은 사회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아울러서 오늘 우리의 시대가 개개인에게 요구하는 것은 단지 얼마나 많은 지식을 알고 있는가에 머물러 있지 않다. 이제는 그것을 기반으로 새로운 것을 모색하려는 창의성 발휘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시대흐름에 맞춰, 에디톨로지라는 키워드를 통해 또 다른 관점에서 자기계발의 틀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한번 읽어 보기를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