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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 장수 문순득, 조선을 깨우다 - 조선 최초의 세계인 문순득 표류기
서미경 지음 / 북스토리 / 2010년 12월
평점 :
지나간 역사적 사실에 대하여 우리는 그 동안 학교 교과서를 통해 극히 정형화 되고 단편적인 형태로 그 동안 여러 번 반복하여 보아오고 배워왔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러한 내용들이 우리들의 가치관이나 역사관에 미친 영향들은 극히 미미한듯해 보인다. 이는 이제껏 우리가 알아왔던 역사의 여러 사실들이 일부 중심인물들에 의해 주로 그 초점이 맞추어져 나열 되어 있는데다가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여러 가지 의미를 깊이 생각해보는 다각적인 분석이나 의의를 찾기보다는, 단순한 사실만을 적시하여 우리가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여주지 않음으로서 수박 겉핥기식의 다소 형식적면으로 치우쳐 가는 것은 아닌가 싶고, 이런 점에서 지금까지 역사를 다루어 온 학자들이나 역사를 배우는 우리의 기본적인 자세에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가장 큰 이유는 지나간 역사를 본보기로 삼아 보다 나은 미래를 건설하기 위함이고 또한 비극적이고 슬픈 역사를 또다시 반복하지 않으려는 일종의 교훈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 볼 때, 지금까지 우리가 공부해왔던 역사의 내용에 만족하기보다는 충분하고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될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을 찾아 각자 스스로가 능동적인 행동을 취해 지금보다 진일보한 시각을 갖추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 책은 조선후기 그다지 주목을 받을 수 없었던 홍어장수 문순득의 표류기를 토대로 그가 보았던 새로운 세계에 대한 여러 경험과 그가 목격한 실제 사실들이 조선 실학의 내용에 어떤 영향을 주었으며 결코 의도하지 않았던 기이하고도 우연한 그의 여행을 통해서 당파싸움으로 어지러웠던 폐쇄적인 조선의 사회 모습을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과 그리고 그의 행적이 오늘날 동아시아사의 중요한 역사의 사료가 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그는 홍어를 시장에 내다파는 장사치로 자신의 생활을 영위해오다 물건을 사기 위해 배를 타고 지금의 전라남도의 우이도에서 태사도로 돌아오는 도중 풍랑을 맞아 표류를 하게 된다. 그 당시 섬 지방은 대개 조정에서 죄인들을 다루는 유배지가 되는 곳이었는데, 그곳에는 이미 조선 후기의 실학자인 정약전, 정약용의 형제가 전라남도의 우이도와 강진에 각각 유배되어 있었고 문순득은 그들에게 각별한 대우를 하며 도움을 주고 있었다. 바다에 표류하고 있던 문순득이 제일 먼저 닿은 곳은 지금 일본의 오키나와 지방이었는데, 이곳에서 그는 6개월을 머물다가 중국으로 가는 조공선을 타고 있던 도중 다시 표류하여 필리핀의 루손섬에 도착하게 된다. 생김새도 다르고 말이 전혀 통하지 않았던 이국에서 그는 그곳의 새로운 문화와 풍습을 익히다가 9개월이 지난 후 중국 마카오로 가는 배를 얻어 타고 난징과 베이징을 경유해 고향 우이도로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오면서 장장 3년 2개월 만의 표류 생활을 끝내기에 이른다. 눈여겨 볼 것은 그의 귀향을 가장 반갑게 맞아 주었던 사람은 바로 정약용의 형이었던 정약전이었고, 그는 문순득이 표류를 통해 보았던 동아시아의 새로운 문물과 여러 생활모습 그리고 언어 등 이국에서의 경험을 생생한 기록으로 남겨 놓았는데 그것이 바로 오늘날 전해지는 표류시말 이라는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문순득의 그 당시 표류 행방을 따라 표류시말을 근거로 하여 역사 추적의 과정을 상세하게 나타내었는데 놀랍게도 그가 보아왔던 여러 가지 역사적 사실의 내용을 실제로 밝혀내면서 우리가 그 동안 잘 몰랐던 많은 새로운 내용을 전달해주고 있으며, 특히 문순득 그가 타국에서 익히고 배웠던 그 나라의 언어들과 사회생활의 여러 풍습은 물론이고 그가 보았던 서양의 새로운 문물들의 이야기가 조선의 실학자 정약전과 정약용의 글을 통해 그 연결의 고리가 이어져 오늘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독자의 입장에서는 이 책이 매우 유익한 역사 교양서가 되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문순득 그가 보아온 서양의 합리적인 일부 사회 문물들은 정약용이 강진 유배시기에 저술되었던 일부 책에도 그 근거가 되어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지만, 새로운 시대의 조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안일한 관료주의 사회와 타락하고 편협적인 사고에서 깨어나지 못한 일부 정치 세력들에 의해 점점 몰락해가는 쓰라린 우리 조선 후기의 역사 내용을 생각해 볼 때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우리가 맞고 있는 오늘의 현실은 한 점에서 그대로 머물러 있지 않고 언제나 다각적인 변화를 모색하여 새로운 발전의 단계로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처하여 우리 스스로 사고를 고정시키고 인위적으로 붙잡아 두려 한다면 우리가 바라는 내일을 위한 희망은 결코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문순득의 우연한 표류기를 통해서 본 이 책에서의 내용처럼 현실에서의 안일한 자세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우리 스스로를 개혁하고, 급격한 변화에도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폭넓은 가치관을 심어 다가오는 미래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하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