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집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20
손석춘 지음 / 들녘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나라의 근대사 내용을 조금 가까이 들여다보면 그리 긴 시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다른 그 어느 시대에 못지않을 만큼의 방대하고 중차대한 역사의 궤적들이 매우 복잡하게 얽혀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돌이켜보면 그 당시 우리는 스스로의 자주성을 확립하지 못하고 현실을 직시하려는 인식의 부재 등으로 사분오열 하며 총체적 난국을 자초했으며, 결국 이를 극복하지 못한 채 오늘날까지도 쓰라린 아픔으로 간직 할 수밖에 없는 남북 분단이라는 비극적인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오늘 우리 현대사와 가장 근접하게 맞물려 있는 이 시기의 이야기들에 대해서 그 실상들을 제대로 알고 있거나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해방이후 우리의 혼란스런 정국을 틈타 주변 강대국들은 우리의 생각과 주장에는 상관없이 자신들의 실질적인 이익을 위해 이데올로기를 앞세워 그들 임의대로 38선을 그어버렸고 이제는 봉합 할 수 없을 만큼 그 간극이 커져버린 오늘의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는 것인지, 그리고 이를 해결하는데 있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한번 깊이 생각해 볼일이다. 과거에 연연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는 왜 아직도 우리민족의 일을 우리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지 또한 이를 위해 지금까지 어떠한 노력을 해왔으며 앞으로 고통스런 민족분단의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여 갈 것인지를 다시금 우리 스스로 냉철하게 판단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순수한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한 남자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통해 평생을 걸쳐 자신의 변함없는 조국애에 대한 끝없는 열망과 회한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책이다. 주인공 이진선은 1930년대의 후반부터 1990년대의 후반까지의 기간 동안, 마치 자신의 일기를 적어가듯 그가 경험했고 느낀 바를 생생하게 수첩에 남기기 시작하는데, 일제 치하로부터의 해방 그리고 미소군정의 시기를 지나 남과 북으로 갈라져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지나간 역사의 흔적을 전반적으로 상세하고 치밀하게 나열하고 있어서, 격변기 속에 그 당시 우리의 정치 사회상은 물론 우리 민중들의 삶을 한 발자국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는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주인공은 광복의 꿈을 안고 대학에 첫 발을 내딛지만 일제의 악랄하고 잔악한 행위에 억눌린 조국의 현실에 안온하게 살아가려 하는 자신의 욕망에 죄책감을 느끼며 비록 고단하고 힘들지만 대의를 위해 살아가는 것이 자신의 시대적 사명이라는 신념하에 희망찬 조국의 미래를 위하는 일에 몰두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가 염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고 마침내 해방 이후 혼란한 정국을 틈타 남과 북으로 갈라지는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암울한 상황이 되어, 평생 자신을 자책하는 고통스러운 삶으로 점철되는 회한의 인생으로 남고 만다.

한편의 실화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이 작품에는 우리가 익히 아는 많은 실존적인 인물들이 자주 등장 하는데, 특히 이 책에서 주인공은 친일적인 행동에 앞장서는 언론들의 기회주의적인 행태와 권력의 달콤함에 물들어 나라와 민족의 안위를 돌보지 않는 남과 북의 독재 권력자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은 물론 타의에 의해 강제적으로 분단된 우리나라의 통일에 대한 당위성을 잘 그려내고 있어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주는 좋은 책이 아닌가 싶어 많은 독자들이 시간을 내어 한번 정독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누구나 시대적 사명감이라는 것이 있게 마련인데 이러한 점에서 과연 우리 모두는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그릇된 이데올로기에 사로 잡혀 편협하고 자신의 안일함만을 생각하는 무의미한 삶을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이쯤에서 한번 되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우리의 남북관계는 그 지향하는 바가 매우 다른 상반된 현상들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좌익이니 우익이니 우리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이념대립과 같은 불필요한 싸움에 지금까지 너무 많은 힘을 소비해 온 것은 아닌지, 또한 자주적인 정신을 가지고 우리 스스로 해야 할 중요한 일은 내팽개쳐 버린 채 사대주의적인 태도를 취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이제껏 범해왔던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자국의 이익이 철저하게 요구되는 오늘의 국제사회를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는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하고 앞으로 우리가 추구하고 나아가야 할 길이 진정 무엇인지를 깨닫고 이를 실천하는데 노력해야 할 시기처럼 보인다. 또한 우리의 분단된 조국의 역사는 지금까지도 계속 진행되고 있음을, 따라서 이 책 주인공에서의 이야기에서 보듯 언제까지나 민족의 아픔을 이대로 좌시하고 방치하기보다는 이제라도 그 해결의 길이 무엇인지를 찾아내고 이를 극복해내기 위한 최대한의 역량을 모으는 것이 바로 지금 이시대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시대적 사명은 아닐지 깊이 생각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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