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프 - 간결한 소통의 기술
조셉 맥코맥 지음, 홍선영 옮김 / 더난출판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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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학창 시절에 교장선생님의 훈시 시간이 되면 장황스러운 연설내용을 들으면서 언제 끝나는 걸까 하고 따분한 생각을 한번쯤 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물론 훈시가 학생들로 하여금 지적 함양에 도움이 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간결하고 명확하게 설명하여 전달하면 좋으련만, 때로 사실을 비약하여 과대하게 포장한다든지 같은 말을 중복함으로써 집중도를 떨어트리는 지루한 시간이 계속진행 된다면, 오히려 그 자리에 서있는 것이 불만족스러울 만큼 역효과를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모임이나 혹은 타인과 어떤 주제를 놓고 서로가 이야기할 때, 그리고 직장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회의에서도 역시 마찬가지다. 말을 하고자 하는 대화의 주체가 논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요점을 벗어나 엉뚱한 궤변으로 일관한다면 결코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토론이라고 볼 수도 없고, 또한 가치 있는 회의시간을 보냈다고 평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여러 경로를 통해 여타의 사람들과 대화로 다양한 소통의 기회를 갖는다. 그러나 상대방에게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말하는데 있어 간결하고 명확하지 못해 산만한 인상을 심어준다면, 그다지 좋은 이미지로 인식되지 못하게 되는 것은 분명한 일이다. 특히 직장인의 경우라면 이러한 문제는 그저 단순하게 간과하고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이 책은 그러한 관점에서 독자들을 위해 간결한 소통의 기술을 바탕으로 상대방의 이목을 집중하게 만드는 실용적인 방법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했다.


저자는 먼저 책의 서두에서 정보홍수에 따른 시대적 변화에 맞게, 과거에 비해 많은 것을 이해하고 배워야 하는 오늘의 현실에서 우리가 반드시 필요로 하는 것은 간결함이라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핵심적인 메시지를 상대에게 간결하게 전달할 수 없다면, 아무리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할지라도 무참히 버려질 수밖에 없으며, 설사 계약이 성사되더라도 향후 일의 진척은 더디게 마련이며 심지어 잘못된 의사소통이 일상화 된다면 조직전체를 그릇된 방향으로 내몰아 마침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를테면 직장인의 입장에서 장황한 프레젠테이션은 오히려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하며, 결과적으로 이는 자연스럽게 소통의 혼선을 가져와 기대했던 성과를 올리기가 어렵게 된다. 개인 간의 대화에서도 간결한 요점의 전달을 무시해버리면 주제를 벗어나 이로운 대화진행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저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이 책의 내용을 통해 우리들이 흔히 저지르기 쉬운 간결함을 저해하는 몇 가지의 요소들, 즉 자신의 뚜렷한 입장을 정하지 못해 핵심적인 메시지를 숨기는 비겁함, 마치 스스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치부해버리는 자만심, 타인의 대화를 충분히 듣지 못하고 도중에 끼어드는 부적절한 행위를 범하지 않으려는 자세가 필요하며, 그와 동시에 간결한 개요를 위한 브리프맵을 통해 대화의 맥락을 제대로 짚어내고 메시지를 좀더 쉽고 명확하게 만들어 전달하려는 내러티브맵을 이용해 주도적이면서 원활한 소통으로 이어갈 것을 역설한다. 아울러서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독자들을 위해 간결한 소통의 기술에 관해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명시해놓고 이를 실생활에서 응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조셉 맥코맥은 20년을 넘게 마케팅 전문가로 많은 기업과 개인을 상대하면서 그동안의 경험으로 효과적인 간결한 소통을 위한 효율적인 행동의 실질적인 전략을 이 한권의 책에 담고자 했다고 한다. 그래서 독자들이 이 책의 내용을 토대로 언제 어디서나 타인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시간을 소비하는 불필요한 과정을 없애고 자신에게 실익을 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기를 권하고 있다. 오늘날 인터넷의 발달로 이제는 누구나 손쉽게 다양하고 전문적인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과거처럼 어느 특정인에 의한 지식의 독점화는 점차 사라져 가는 경향을 보인다. 더불어 사회는 그만큼 우리에게 더 많은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대학과 공무원 그리고 대기업의 입사의 과정에서 면접이 점차 중요시 되어가고 있음을 본다. 어떤 질문을 할지 모르겠지만 면접관이 묻는 물음에 답을 할 때, 자신의 뚜렷한 생각이나 의견을 간결하고도 명확하게 표출하지 못한다면 아마도 좋은 점수를 받기는 힘들 것이다. 직장 내에서도 자신이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시키고자 하거나 구상했던 아이디어를 설명하고자 한다면, 핵심적인 내용을 전달하려는 간결한 소통의 기술은 필수불가결의 중요한 사항이다. 장황하게 설명한다는 것은 더러 상대방의 이해가 부족할 때 필요한 일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무언가 설명할 준비가 부족하기 때문에 그것을 채우기 위해 많은 말들이 필요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 책이 설명하고 있는 브리프맵의 기술은 단순히 말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소통을 방해하는 불필요한 것을 없애는 일이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많은 독자들이 상대방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마음을 사로잡는 간결한 소통의 기술을 배우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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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산보
플로랑 샤부에 지음, 최유정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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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가보는 낮선 이국의 땅에 발을 내딛고 도시의 거리나 건물 그리고 사람들 모습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이채롭고 생경스럽게 느껴지는 일은 아마도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이 책은 한 프랑스 남성이 자신의 여자 친구를 만나기 위해 일본의 수도 도쿄를 방문하여 6개월의 시간을 보내면서, 그곳에서 새롭게 발견한 일상적인 풍경을 통해 여행의 즐거움을 일러스트로 표현해 낸 감상기라고 할 수 있다. 대개의 여행담은 으레 사진을 첨부하여 여행의 과정을 설명하고 소개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이 책은 사진 대신 저자의 눈에 담긴 대도시의 이면에 숨어 있는 평범하면서도 이색적인 광경을 그림과 직접 손 글씨로 써서 도쿄의 구석구석을 흥미롭게 담아냈다. 책의 내용을 보면 저자의 그림솜씨도 나름대로 일품이지만 자전거를 타고 마치 도쿄 시내를 산보하듯이,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자신의 감정을 이입해 독자들이 마치 누군가의 그림일기를 보는 것 같은 아기자기하면서도 무언가 특별한 느낌을 전해주고 있어서 눈길을 이끌지 않나 싶다.



책의 서두에서 저자는 역사 유적지가 제법 풍부한 여타의 다른 나라의 도시와 달리 일본의 도쿄는 현대적인 건축물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관계로 그곳에서의 여행이 다소 건조하고 따분할 것이라는 선입관적인 시각에 대해, 막상 도쿄를 여행하게 되면 그런 인식을 하고 사람들에게서 조차 두 눈 가득한 볼거리로 만족할만한 색채를 지니고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책 속에는 도쿄라는 도시의 내부를 권역별로 구분하여 각 지역마다 특징과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상징물들을 중심으로 꼼꼼하고 섬세한 필치로 그려낸 다양한 일러스트가 흥미롭게 소개되어 있는데, 다른 무엇보다 이 책에서 눈에 띠는 것은 여행자들이 때로 간과하게 되는 도시의 일상적인 풍경의 모습을 코믹하면서도 친근하게 그려내고 있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편안한 기분을 전달해준다. 더불어 내용의 중간 중간에 저자가 이곳저곳의 거리에서 보았던 다양한 사람들의 실제 모습이라든지, 그냥 지나칠 법한 사소한 사물이나 대상에서 독자들에게 일본 특유의 문화정서를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하여, 한편으로 저자의 세밀한 관찰력이 돋보이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개인적으로 오래전 일본 오사카와 후쿠오카로 잠깐 동안 휴식을 겸한 여행을 다녀왔던 적이 있다. 사실 그곳에서의 처음 느낌은 아무래도 같은 문화권의 이웃나라여서 그런지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모습이나 도시풍경들이 우리의 그것과 별다르지 않아보여서 여행 전에 기대했던 것에 비해 조금은 실망스런 인상을 받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도시 곳곳을 둘러보면서 화려하면서도 개성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도시의 일상과 야경 그리고 다양한 먹거리에 이르기까지 도시 속을 누비며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마냥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처럼 우리와 여러 가지로 비슷한 부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곳에서의 색다른 흥미와 충분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는데, 하물며 다른 문화권 사람들이 느낀 일본 여행은 적어도 그보다는 더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책을 보면서 내가 예전에 다녀왔던 일본 여행과 저자가 경험했던 일본여행이 비록 성격적인 면이나 장소도 달라서 그 맥을 달리하지만 이 책의 내용을 읽어보니 여행의 본질적인 부분은 저자가 느꼈던 것과 비슷한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이 책은 세계적인 대도시에 걸맞게 현대적 건축물로 가득한 복잡한 일본의 수도 도쿄의 모습이 아니라, 편안한 마음으로 여유로움을 가지고 마치 산책의 기분으로 도시를 탐험하는 것 같은 평온한 일상의 단면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일반적인 기행문과는 사뭇 다른 독특하면서도 각별한 체험을 가능케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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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니그마 세계 2차 대전 3부작
로버트 해리스 지음, 조영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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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니그마라는 말은 단순히 독일어로 수수께끼라는 의미를 가진 암호기계의 한 종류라는 것에 지나지 않지만, 사실 이 단어가 생성되었던 그 역사적 배경을 고려해보면 그리 간단하게 받아들여지는 낱말은 아니다. 에니그마는 1920년 중반 시기에 상업적 목적으로 독일에서 처음 제작되었지만 우수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크게 각광을 받지 못하다가, 2차 대전 시기에 독일 나치의 군사용으로 도입되면서 암호체계가 풀리기 전까지 미국과 영국을 포함한 연합군을 궁지에 몰아넣게 되는 비밀통신수단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한때 에니그마와 관련한 몇몇의 전쟁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고, 최근 미국에서 개봉되어 관객들에게 엄청난 반응을 불러일으켰으며, 국내에도 곧 개봉을 앞두고 있는 이미테이션 게임이라는 영화에서도 에니그마의 직접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에니그마에 대한 실체와 당시의 시대적 위기의 상황에 대해 모르고 있는 독자들도 의외로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 측면에서 이 작품은 독일의 나치 군대가 2차 세계대전을 준비하면서 암암리에 웅용해왔던 에니그마의 암호체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흥미진진하면서도 참혹한 전쟁의 일면을 비판적 시각에서 사실적으로 그려낸 역사팩션이라고 할 수 있을듯하다. 특히 작품 소개에서 작가 로버트 해리스가 밝혔듯이 많은 독자들이 이 작품을 통해 전쟁 중에 강제로 징집되어 보안유지를 자신의 목숨처럼 여기며 이방인처럼 살아가야만 했던 암호해독가의 쓸쓸한 애환의 삶과, 당시 소련군에 의해 2만 여명의 폴란드인들이 무참히 학살되었던 카틴 숲 사건의 참상의 단면을 간접적으로나마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작품 속 주인공 토마스 제리코는 수학이라는 학문에 남다른 열정과 관심은 물론이고 천재적인 재능을 지녔지만, 한편으로 소심하면서도 내성적인 성격을 지닌 이제 갓 서른 살의 청년이다. 그는 자신의 조국인 영국과 독일이 피할 수 없는 전쟁에 돌입하게 되자, 독일군의 암호를 수집하여 분석하고 그 내용을 알아내는 곳인 블레츨리파크에 소환되어 일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누구도 풀어내지 못해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에니그마를 해독하여 일촉즉발의 전쟁 상황을 역전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지만, 기차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던 클레어라는 여인에게서 뜻하지 않은 이별을 통보받으면서 한동안 그곳에서 벗어나 그리움에 사무친 우울한 나날을 보내게 된다. 한편 독일군은 자신들의 암호체계가 발각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돌연 암호체계를 바꾸게 되는데, 이에 혼란을 느낀 영국군은 제리코를 다시 불러들인다. 그곳에서 그는 상관으로부터 독일 해군이 운용하는 잠수함 유보트가 미국의 대규모 보급품 호송 선단을 노리고 있다는 정보를 건네받게 되고 하루빨리 독일군의 암호를 파해하라는 암묵적인 요청을 받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는 암호를 풀어 군수물자와 수많은 인명을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열심히 일을 하는 와중에도, 마음 한쪽에 사랑하는 여인 클레어의 모습을 잊지 못해 결국 그녀가 살고 있는 곳으로 찾아가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돌연 행방불명이 되어버리고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녀의 집에 몰래 숨겨진 독일군의 암호내용이 발견되면서 그는 그녀가 혹시 독일군의 스파이가 아닐까 하는 의심에 사로잡히게 된다.


장르작품을 접해본 독자들을 알겠지만 사실 전쟁을 소재로 한 소설의 경우는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그것은 작가가 전쟁의 실전적인 상황을 사실적으로 치밀하게 그려낸다고 하더라도 영상에 비교할 만큼의 직접적인 효과를 거두기에는 아무래도 힘든 까닭이 아닐까 싶다. 이 작품 역시도 2차 세계대전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그려내고 있지만 실제 다루고 있는 부분은 영화에서처럼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아비귀환의 긴박한 장면은 거의 담고 있지 않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 보면 다소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선입관을 갖게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막상 독자들이 작품의 내용을 읽어보면 그에 버금가는 긴장감과 스릴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소설은 전쟁이라는 혼란스럽고 절망적인 상황에서 수학이라는 혼자만의 세계에 몰입되어 보통의 일반적인 삶과는 조금 동 떨어지는 주인공을 등장시켜, 우연하게 알게 된 여자와 깊은 사랑에 빠지는 로맨틱한 스토리를 이어가다가,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전쟁이 남긴 참혹한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등의, 작품 속 곳곳에 흥미를 느낄만한 다양한 장르적 요소들이 적절하게 배합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아울러 탄탄하고 짜임새 있는 스토리의 전개로 인해 독자들이 작품에서 쉽게 눈을 떼지 못하는 기대이상의 재미를 안겨다주지 않을까 싶다. 다만 줄거리의 흐름이 간혹 끈기는 부분이 없지 않아서 작품 속으로의 지속적 몰입에 방해를 받는 것 같아 조금 아쉽게 여겨진다. 이 소설은 첩보와 로맨스 그리고 역사에 이르는 폭넓은 장르의 요소를 모두 담고 있는데다가, 작품 이면에 전쟁의 상처가 남긴 지나간 우리의 과오를 새삼 돌아볼 수 있어서, 독자들이 한번 주목할 만하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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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심리학 3 - 작은 시도로 큰 변화를 이끌어내는 스몰 빅의 놀라운 힘, 완결편 설득의 심리학 시리즈
로버트 치알디니 외 지음, 김은령.김호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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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회 구성원으로 개인과 개인 간에 그리고 개인과 집단 사이에서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맺고 소통을 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러한 관계 속에서 어떤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오래 동안 원만한 사이를 유지하며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살아가고 싶은 것이 누구나 바라는 일반적인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우리의 원하는 단순한 희망사항에 불과할 뿐이며, 실제생활에 있어서는 별거 아닌 일에도 서로가 얼굴을 붉혀가며 큰소리를 내거나 감정을 앞세우는 일들이 종종 생기게 마련이다. 문제는 그와 같이 크고 작은 다툼이 생겼을 때, 아무리 돈독한 관계에 놓여있다고 할지라도 한 순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특히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상태에서 그 결과가 심히 불쾌하게 받아들여지는 경우에는 향후 타인과의 사회적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는 것에 관해 적잖은 회의를 느끼게 될 만큼의 정신적 후유증으로까지 확대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사회를 등지고 우리가 언제까지나 홀로 유아독존하며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우리가 조금만 생각과 태도를 달리해보면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만족과 즐거움을 주는 긍정적인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많다는 사실이다. 그러한 시각에서 이 책은 우리가 타인과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존재로서, 자신의 자그마한 행동의 변화를 통해 보다 발전적이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실용적이며 효율적인 상호소통의 방법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이 책에는 우리가 사회적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데 있어 약속처럼 당연히 지켜져야 하는 다양한 사안들에 대해, 상대방과 대화를 통해 이해관계의 내용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어떤 특별한 재정적 부담이나 시간을 투자하지 않으면서도 작소 사소한 변화를 주어 얼마나 대단한 효과를 발휘하는지에 대한 그 실질적인 내용을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저자는 책 속에서 당사자들끼리 이행하기로 합의했던 것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거나, 타인으로 하여금 가시적인 목적을 상기시키는 등의 개인과 개인 간에 발행하는 혹시 모를 불협화음의 문제에서부터, 직장인들이라면 흔히 겪게 되는 동료들과의 파트너십과 팀워크를 향상시키기 위한 적절한 관계의 설정과, 그리고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을 타인 혹은 여타의 집단을 향해 설득의 필요성을 요하는 상황에 우리가 부딪쳤을 때,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하는지 그 기술적인 방법을 독자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인간이 사회적 행동이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그동안 뇌과학, 인지심리학, 행동경제학과 같은 분야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많은 학자들이 연구해왔음을 명시하고 있는데, 책의 내용에는 지금까지 여러 형태의 실험으로 이미 확증된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하루에도 수없이 마주쳐야만 하는 우리의 일상적인 인간관계에서 최소의 변화로 최대의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핵심적인 아이디어를 독자들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이 책의 말하고 있는 설득력이라는 해결과제의 이면에는 이해당사자들 사이에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적인 부분과 윤리도덕적인 측면이 고려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쉽게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람의 얼굴이 천태만상인 것처럼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모든 일이 우리가 의도하고 생각해왔던 것과는 사뭇 다른 예측 불허의 상황으로 전개될 때가 있으며, 그 과정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갈등의 문제가 내재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그래서 누구나 합리적인 타협점을 찾기 위한 대화와 설득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원만한 해결점을 찾지 못한다면 더러 다툼이 일어나기도 하고 심지어 서로가 상대를 불신하게 되는 안타까운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런 이유에서 이 책은 우리의 인간관계에서 행여 불거질 수 있는 충돌이나 알력의 마찰을 줄이고, 자신과 상대방에게 이로움을 안겨주는 효과적인 설득의 방법을 익힐 수 있는 실용적인 자기계발의 단초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사람들이 결정을 내리도록 이끄는 것은 현상 그대로의 정보가 아니라 이 정보가 상대방에게 전해지고 제시되는 맥락의 근간이 중시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그래서 성공적인 설득력을 위해 우리가 다른 무엇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사람들의 인지자체보다는 맥락을 활용해야 하고 정보가 제시되는 심리적인 환경을 잘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 내용에 의하면 그 기술적인 방법은 우리가 여러 이론을 습득해야하거나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는 실험적 단계를 거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을 시간, 구성에 따라 약간의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기대 이상의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이 제시하는 실용적인 설득력의 기술을 바탕으로 보다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돈독히 유지하고, 아울러 스스로에게는 유연한 사고와 행동을 갖추는데 하나의 유용한 디딤돌로 작용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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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의 황제
김희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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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에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사건과 사고가 일어나고 개중에는 우리의 관심과 주목을 이끌게 만드는 다양한 이슈들이 등장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특정한 사건의 경우에는 한동안 많은 사람들에 의해 미주알고주알 하는 식의 저마다 자기 생각과 의견을 표출하게 되고, 때로는 사건의 진위를 두고 난데없는 치열한 토론의 장을 펼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일들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몇몇의 관련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대중들의 눈과 귀에서 쉽게 사라지게 되며, 당시 그런 일이 있었다는 정도로만 기억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다보니 나중에는 이러한 일련의 사건내용이 사실에서 사실로 끝나지 않고 누군가에 의해 엉뚱한 방향으로 왜곡되어 부풀려지기도 하거나 축소되면서 사실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로 결론지어져 마치 그것이 사실인양 인식되는 일들도 더러 생기곤 한다. 그래서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하나의 사건에서 파생된 다양한 픽션의 결과가 또 하나의 새로운 이야기로 재편집되는 어이없는 진풍경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소설은 누구에게는 관심의 초점이 되었지만 어느 순간 기억 속에서 아스라이 멀어지거나, 또 다른 이에게는 애초 관심 밖이었던 어떤 사실에 대하여 소설 속의 허구를 빌려 흥미로운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어 작품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생경스럽고도 이채로움을 주는 작품으로 생각된다.


책 속에는 각기 다른 개별적인 소재를 토대로 사실 같으면서도 사실 같지 않은 9편의 단편적인 소설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품 속 각 단편의 내용을 읽다보면 독자의 입장에서 줄거리의 흐름이 다소 생뚱맞기도 하고 혹은 독자의 예상을 뛰어넘는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에 황당하면서도 파격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치밀한 서사를 바탕으로 색다른 픽션의 세계를 보여줌으로써 문학의 재미를 더한다. 표지의 제목에 나오는 라면의 황제에 관한 이야기는 27년 동안 라면을 먹었다는 이유로 라면의 달인으로 불리는 주인공을 내세워, 훗날 라면이 사람들에게 건강에 해를 끼친다는 이유로 불량식품으로 인식되어지면서 벌어지는 우스운 촌극의 과정을 다루고 있으며, 두 번째 편에 등장하는 교육의 탄생이라는 단편의 경우에는 일곱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일본 동경대의 수학입시문제를 풀어낸 천재소년에 관한 내용을 시작으로, 그가 미국의 나사에 초빙되어 연구소에서 일하는 동안에 러시아의 과학자와 만나 우연히 알게 된 새로운 이론이 결국에는 국내에서 국민교육헌장을 만드는 단초적인 계기가 되었다는 해프닝을 논리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 외에도 경이로운 도시와 지상 최대의 쇼에서는 지구에 외계인이 등장하면서 예기치 못한 사회구조의 혼란을 가져오는 SF의 공상과학적인 이야기가 펼쳐져 있지만 줄거리의 내용 이면에는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의 실상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파헤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 보면 이 소설은 독자들로 하여금 한층 확장된 상상력의 나래를 펼치게 만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우리가 흔히 저지르기 쉬운 인식의 부조화를 일깨워 주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하지 않나 싶다.


살아가다보면 현실 속의 내용이지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이야기들이 있고 비현실 속의 상황임에도 실제로 존재하는 믿어지는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 이 소설의 이야기는 다양한 소재를 통해 픽션이지만 픽션 같지 않은 그 나름대로 개성적이면서도 윤곽이 뚜렷한 이야기를 담아 신선하면서도 새로운 문학의 풍미를 독자들에게 제공해주고 있다. 사실 각 단편의 내용은 패러디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풍자의 뉘앙스가 느껴지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개연성이 무시된 허구의 분위기가 너무 드러나 있는 관계로 작품 속 내용에 몰입이 쉽지 않아서 다소 거부감이 없진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하나의 사실에서도 이야기의 흐름을 어떻게 전개하는지에 따라 여러 갈래로의 결론에 도달할 수 있으며, 전후 맥락을 고려한 논리적 구조의 서술이 가미된다면 그것이 설사 픽션으로 일관된 내용일지라도 때로 사실로 둔갑하여 인식될 수도 있다는 것과, 또 한 가지 작품을 통해서 흥미롭게 느껴졌던 것은 우연적인 이야기임에도 그것이 마치 필연적인 것으로 혹은 분명 필연적인 것처럼 생각되는 일들도 결과적으로는 우연의 일치에 의한 것처럼 타자에게 인식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나름대로 의식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 소설은 줄거리 곳곳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여러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조합된 새롭고도 미스터리적인 이야기들로 가득 차있다. 그래서 독자들은 기존의 소설에서 좀처럼 체감할 수 없었던 독특하면서도 흥미진진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각 편마다 색깔을 달리하며 진실과 의문을 오가는 이 소설이 주는 신선한 매력에 잠시 눈길을 두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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