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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산보
플로랑 샤부에 지음, 최유정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난생 처음 가보는 낮선 이국의 땅에 발을 내딛고 도시의 거리나 건물 그리고 사람들 모습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이채롭고 생경스럽게 느껴지는 일은 아마도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이 책은 한 프랑스 남성이 자신의 여자 친구를 만나기 위해 일본의 수도 도쿄를 방문하여 6개월의 시간을 보내면서, 그곳에서 새롭게 발견한 일상적인 풍경을 통해 여행의 즐거움을 일러스트로 표현해 낸 감상기라고 할 수 있다. 대개의 여행담은 으레 사진을 첨부하여 여행의 과정을 설명하고 소개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이 책은 사진 대신 저자의 눈에 담긴 대도시의 이면에 숨어 있는 평범하면서도 이색적인 광경을 그림과 직접 손 글씨로 써서 도쿄의 구석구석을 흥미롭게 담아냈다. 책의 내용을 보면 저자의 그림솜씨도 나름대로 일품이지만 자전거를 타고 마치 도쿄 시내를 산보하듯이,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자신의 감정을 이입해 독자들이 마치 누군가의 그림일기를 보는 것 같은 아기자기하면서도 무언가 특별한 느낌을 전해주고 있어서 눈길을 이끌지 않나 싶다.
책의 서두에서 저자는 역사 유적지가 제법 풍부한 여타의 다른 나라의 도시와 달리 일본의 도쿄는 현대적인 건축물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관계로 그곳에서의 여행이 다소 건조하고 따분할 것이라는 선입관적인 시각에 대해, 막상 도쿄를 여행하게 되면 그런 인식을 하고 사람들에게서 조차 두 눈 가득한 볼거리로 만족할만한 색채를 지니고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책 속에는 도쿄라는 도시의 내부를 권역별로 구분하여 각 지역마다 특징과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상징물들을 중심으로 꼼꼼하고 섬세한 필치로 그려낸 다양한 일러스트가 흥미롭게 소개되어 있는데, 다른 무엇보다 이 책에서 눈에 띠는 것은 여행자들이 때로 간과하게 되는 도시의 일상적인 풍경의 모습을 코믹하면서도 친근하게 그려내고 있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편안한 기분을 전달해준다. 더불어 내용의 중간 중간에 저자가 이곳저곳의 거리에서 보았던 다양한 사람들의 실제 모습이라든지, 그냥 지나칠 법한 사소한 사물이나 대상에서 독자들에게 일본 특유의 문화정서를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하여, 한편으로 저자의 세밀한 관찰력이 돋보이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개인적으로 오래전 일본 오사카와 후쿠오카로 잠깐 동안 휴식을 겸한 여행을 다녀왔던 적이 있다. 사실 그곳에서의 처음 느낌은 아무래도 같은 문화권의 이웃나라여서 그런지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모습이나 도시풍경들이 우리의 그것과 별다르지 않아보여서 여행 전에 기대했던 것에 비해 조금은 실망스런 인상을 받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도시 곳곳을 둘러보면서 화려하면서도 개성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도시의 일상과 야경 그리고 다양한 먹거리에 이르기까지 도시 속을 누비며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마냥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처럼 우리와 여러 가지로 비슷한 부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곳에서의 색다른 흥미와 충분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는데, 하물며 다른 문화권 사람들이 느낀 일본 여행은 적어도 그보다는 더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책을 보면서 내가 예전에 다녀왔던 일본 여행과 저자가 경험했던 일본여행이 비록 성격적인 면이나 장소도 달라서 그 맥을 달리하지만 이 책의 내용을 읽어보니 여행의 본질적인 부분은 저자가 느꼈던 것과 비슷한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이 책은 세계적인 대도시에 걸맞게 현대적 건축물로 가득한 복잡한 일본의 수도 도쿄의 모습이 아니라, 편안한 마음으로 여유로움을 가지고 마치 산책의 기분으로 도시를 탐험하는 것 같은 평온한 일상의 단면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일반적인 기행문과는 사뭇 다른 독특하면서도 각별한 체험을 가능케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