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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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몇몇의 눈에 띄는 유럽작가의 장르분야 소설이 국내의 독자들에게 주목을 받았던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유럽의 스릴러물들이 최근 제법 많아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 작품 역시도 일종의 그런 경향에 의해 소개된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무래도 독자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현상이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고, 아울러 여타의 소설에서 체감하지 못했던 색다른 감상의 여지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먼저 이 소설의 작가의 약력을 살펴보니 국내에 소개된 작품이 없는 것으로 보아, 국내 독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다가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럽 내의 추리소설 분야에서 이미 여러 차례의 수상을 한 바 있고, 이를 바탕으로 자국 내에서는 상당한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에 걸맞게, 이 작품은 기존의 추리장르소설에 비해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스릴의 묘미와, 그 결과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의 요소가 비교적 매끄럽게 배합되어 있지 않나 싶다. 그런 관점에서 독자들은 소설의 내용을 통해 독자의 심리적인 측면을 강하게 자극하는 요인에 의해 인상적이고 공포에 가까운 서스펜스의 쾌감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사실 이 작품은 주된 줄거리는 사이코패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소재를 다룬 작품들이 그동안 많이 다루어왔던 관계로 조금은 식상하게 느껴질 법한데, 이 작품을 읽다보면 의외로 그런 느낌은 어디로 간데없고, 풍부한 서사를 바탕으로 시종일관 과연 어떤 결과물을 보여줄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드는 미스터리적인 장점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추리스릴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이 작품이 전해주는 다채로운 매력에 빠져보는 흥미로운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듯하다.

 

작품 속 중요인물로 등장하는 클로에는 어느 중견 광고업체에서 부사장으로 근무하는 철저한 사회지향적인 커리어 우먼이다. 그녀는 현실적인 이유에서 자신의 성공적인 삶을 위해 때로는 안하무인식의 이기적인 욕망을 소유한 냉혈적인 모습과, 또 다른 마음 한편에는 어린 시절 동생을 보호하지 못해 평생을 식물인간으로 살아가게 만든 과거의 잊지 못할 슬픈 기억에 대한 자책감을 갖고 있다. 조만간 새로이 개편되는 회사의 중대한 인사문제로 바쁜 하루를 보내던 중에, 그녀는 누군가가 자신을 뒤쫓고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되면서 전에 없었던 두려운 마음에 사로잡히게 된다. 예고 없이 형체를 알 수 없는 모습으로 뚜렷한 흔적을 남기지 않은 채 그녀의 눈앞에 갑작스럽게 나타났다가 곧바로 홀연히 사라져버리는 혼란스러운 일이 반복되자, 그녀는 결국 주변의 친구들이나 경찰에게 알려 도움을 청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들은 하나 같이 눈에 보이는 어떠한 확실한 증거를 찾을 없는 근거를 들어, 과중한 회사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누적된 일시적인 정신적 착란으로 치부해버리면서 당분간 휴식을 취할 것을 종용한다. 공포에 휩싸여 불면의 밤을 보내던 그녀는 다행스럽게도 우연한 기회에 강력반 형사팀장으로 있는 고메즈를 만나 자신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게 되고, 고메즈 형사는 불치의 병으로 생을 마감한 자신의 부인과 비슷한 얼굴을 가진 클로에의 외모적인 모습에 이끌려 선뜻 도움을 주겠다는 신뢰의 손을 내밀게 된다. 이윽고 그에 의해 면밀한 수사가 진행된다. 이후 작품 속 이야기는 검은 후드티를 입고 얼굴을 복면으로 가린 채 클로에의 주변을 맴돌며 서서히 그녀의 목숨을 죄어오는 정체불명의 사나이와, 반면에 집요한 성격을 지닌 베테랑 수사관인 고메즈와의 쫓고 쫓기는 숨 막히는 대결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이 소설은 결말 부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범죄의 윤곽이 드러날 만큼, 예측이 불가능한 양상을 보이는 미스터리적인 요소가 두드러져 있다. 그리고 작품의 줄거리에 폭력적이고 잔인한 장면이 많이 드러나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독자로 하여금 극도의 긴장감을 증폭시키는 작가의 이야기 구성력이 뛰어난 스릴러물이라 할 수 있을듯하다. 특이 이 작품에서 흥미롭게 느껴지는 점은, 줄거리의 전개를 따라가다 보면 사건의 범죄자가 존재하지 않는, 단지 주인공의 정신적인 착각의 문제인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범죄자가 있는 것인지를 혼동케 할 정도로 등장인물들의 심리적인 묘사가 작품 전반에 걸쳐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는 점이다. 또 한 가지는 결말 부분에 가서 이루어지는 반전의 효과가 상당하다는 점인데, 반면에 이 부분에서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사건의 발단에서 전개된 풍부한 서사에 비해 개연성도 떨어지는데다가 너무 급작스럽게 마무리를 지어버린 같은 경향이 있어서, 애초 고조된 긴장감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허무함이 의외로 크게 다가온다. 결과적으로 본다면 이 작품은 전체적인 이야기 구성력이나 감정적으로 이해되는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이는 것은 틀림없지만, 수상작품 치고는 기대이상의 임팩트는 미약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다. 최근 스릴러물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지만 간혹 생각지 못한 작품들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 작품은 스릴러물의 다른 어떤 요인들보다 공포와 미스터리적인 측면을 심리적인 부분에 연결시킴으로서 어떻게 보면 실험적인 성격이 강하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따라서 독자들이 이 작품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따라 상반된 평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이 책을 아직 접하지 않은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이 작품이 기존의 추리물에서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스릴의 새로운 측면을 선보이고 있어서, 그 자체만으로도 주목의 대상이 될 만한 충분한 여지가 있는 작품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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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편 섬
이경자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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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생에서 인간관계라는 것은 돌이켜보면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되고 이별하며 그리움으로 이어지는 연속의 과정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의 삶에 대하여 깊은 성찰을 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고, 보다 성숙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영위하는 그 기반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인간은 홀로 고독하게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기에,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인연이 되는 타인과의 만남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문제는 모든 일이 자신의 생각과 뜻대로 되지 않듯이 평생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우리의 인간관계도 때로 이런 저런 이유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곤 한다. 그리고는 그 고독의 아픔과 그리움으로 고통의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당시에 생긴 생채기로 인한 아픔의 정도는 잦아들겠지만 때로는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근본적인 치유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시대가 빠르게 변하면서 그에 따라 우리의 인간관계를 생각해보면, 이전에 비해 상당히 많은 변화가 있음이 감지된다. 서로의 이익이 되는 흐름에서 마치 계약적인 관계가 연상되듯이 말이다. 그러나 곰곰이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우리의 본질적인 인간관계의 부분은 결코 변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단지 애써 외면하거나 혹은 처한 현실을 도피하려는 차원에서 우리가 그렇게 인식하려는 의식의 발로일지도 모른다. 이 작품은 그런 측면에서 지금 현재 우리 자신이 겪고 있을지도 모를 인간적인 관계의 파멸에서 파생된 가슴시린 상처의 흔적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할 것인가를 깊이 고민해보고자 했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 작품 속의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자신을 투영하여 이를 객관적인 자세에서 바라보고 가슴 속에 침잠되어 있을지도 모를 아픈 기억을 극복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이 작품 속에는 모두 8편의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실려 있으며, 하나하나의 소설 안에는 이별이라는 공통적인 주제를 토대로 애달픈 삶의 현실을 살아가는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들이 생생하게 펼쳐져 있다. 먼저 콩쥐 마리아라는 제목의 첫 단편 이야기는, 젊은 시절 격동기의 시대에 양색시로의 고달픈 삶을 살아가다가 미국으로 이민을 오게 된 어느 할머니의 사연을 담았는데, 과거라는 굴레 때문에 냉담한 현실을 마주해야 하는 슬픈 가족사의 내용이 애틋하게 그려져 있다. 두 번째 미움 뒤에 숨다라는 작품은 가부장적이고 폭압적인 아버지가 죽고 난 뒤에, 그의 딸이 단절된 지난 세월을 회상하는 과정에서 미움이라는 감정이 결국 그리움으로 교차되는 사랑의 본질적인 부분을 공감 있게 다루어 냈다. ‘언니를 놓치다그리고 박제된 슬픔은 오늘날 이데올로기로 인한 분단된 시대적 상황의 문제를 고민한 흔적이 엿보이는 작품으로, 이념적인 시각에서 한 개인의 가족사를 분해해서 보는 것이 아닌, 가족애라는 본질적적인 문제로 접근하여 이산가족이 겪어야 하는 현실적인 아픔을 깊이 논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고독의 해자이별은 나의 것이라는 단편은 이혼을 통해 새로운 삶을 꾸려나가는 고독한 여성들의 공통적인 이야기를 담아낸 것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가족문화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 필요성이 은연 중 내포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그 외의 세상의 모든 순영 아빠라는 작품은 다른 작품과 달리 회상과 독백으로 이루어진 서술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억울한 죽음 앞에 놓여야 했던 기구한 운명을 짊어진 한 여성의 이야기가 담아져 있으며, 책의 제목이 되는 건너편 섬에서는 불안정한 현실의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 금자라는 여인이 자기합리화를 통해 두려움을 극복해가는 실질적인 모습이 비교적 담담하게 그려져 있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각 단편들의 주체는 하나같이 남자가 아닌 여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렇기에 독자들이 작품의 내용을 읽다보면 여성으로 살아가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문제들이 어떠한 것인가를 간접적으로나마 들여다 볼 수 있을듯하다. 사실 개인적으로 작품을 읽으면서 일부의 내용은 상당히 공감적이어서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과연 작품 속에 드러나는 이별이나 그리움에 대한 회한이 여성만의 전유물만은 아니라는 생각에 조금 거북스러운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늘날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많이 나아졌고, 남녀평등이라는 관점에서의 인권에 대한 부분이 어느 정도 형평성을 이루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는 해도 사회적 약자로서의 여성에 대하는 편협적인 시각이나 사회제도의 불합리한 면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이러한 문제를 직시하는 남성들의 인식도 달라져야 하겠지만, 이를 합리적인 방향에서 풀어가려는 여성들의 부단한 노력들이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그렇다고 본다면 이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작가의 메시지는 여러 부분에서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작품의 내용에서 보듯 어느 누구의 아픔도 다른 사람이 대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가 보듬어야 한다고 보면, 그 방법적인 문제는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문제라면 겸허하게 수용하고 그 치유의 과정에서 미움보다는 사랑으로 승화시킴으로서 마음 속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은 각기 다른 상황에서 남모를 고통을 안고 있는 고독한 존재로 남아있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들의 모습을 통해 현실을 왜곡하지 않는 방향에서 그 해결책을 찾아내는 하나의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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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가 아닌 당신이 빅 아이디어 만드는 법 - 아이디어 때문에 머리 좀 쥐어뜯어 본 당신을 위하여!
카지 아쓰시 지음, 고경옥 옮김 / 코리아닷컴(Korea.com)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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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알고 있다시피 알렉산더 플레밍이 발명해낸 페니실린이라는 항생제는 인류의 수명을 연장케 만들었던 신의 묘약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빠른 계산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컴퓨터는 오늘날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되었다. 그런데 이런 신비에 가까운 발명품은 어느 누구의 생각에서 촉발된 작은 아이디어에서 기인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아이디어가 빛을 발하는 되는 것은, 단지 그런 새로운 발명품에만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생활하는 모든 영역 어디에서나 아이디어는 필요하고, 그로 인해 우리는 이전에는 체감하지 못한 새로운 것을 일깨우게 된다. 지금까지 알려진 수많은 아이디어들은 우리 생활 전반에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으며, 개인에게 있어서는 자기계발을 위한 하나의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가치를 지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아이디어를 만드는 이들이 대개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어떤 특정인에 의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실제로 그 내용을 살펴보면, 평범하고 일반적인 사람들에 의한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누구나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자신이 활동하는 영역에서 무언가 필요성에 의해 간혹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하는 아이디어에 관한 고민을 하게 될 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큰 기대를 가지고 아이디어를 떠올리려고 하면 그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이유로 곧잘 포기하게 마련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어떻게 하면 남들이 생각지 못한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그 방법적인 면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비즈니스와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를 착안해 내는 동기부여의 계기로 삼아보면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의 저자는 도라에몽, 짱구는 못말려, 파워레인져 등 일본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을 담당했던 프로듀서로의 활동은 물론이고, 이를 비즈니스로 연결시켜 영화 제작이나 캐릭터 상품을 꾸준히 개발해 온 경력의 소유자다. 그래서 그동안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하여 이를 타인에게 전달하고 소비할 것인가를, 이 책을 통해 실질적인 내용으로 많은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했다. 책 속 저자의 말에 따르면 창의적이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발상해 내는 대부분 사람들의 공통점은, 기본을 중시하며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아이디어에는 어떠한 정답도 없으며, 선천적인 재능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평소에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구상하면서도 타인으로부터 주목 받지 못하는 것은, 아이디어 그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전달하는 방법과 대상, 그리고 시기나 환경이 적절하지 않음으로 해서 생기는 문제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저자는 아이디어 발상의 시작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사소한 생각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그 범위는 자신의 활동하는 반경 3미터 안에서 주로 발견된다고 한다. 그리고 아이디어의 최종목적은 인간이 지닌 희노애락과 두려움이라는 다섯 가지 감정을 충족시키는데 초점을 맞추어져야 함을 이야기 한다. 그것은 시대가 아무리 빠르게 변한다고 해도, 사람의 감정만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것에 그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디어 발상에 있어 다른 무엇보다 독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지금까지의 받아온 교육과 경험의 굴레에 얽매이지 않는, 본능이나 감으로 사물이나 상태를 이해하려는 어린아이가 보는 시각에서 출발하기를 조언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추출해 낸 아이디어는 최종적으로 블록을 조립하듯 결합의 방법을 거쳐 새로운 형태의 모양새를 갖춤으로서 완성을 이룰 수 있음을 설명한다.

 

과거와 달리 요즘 우리의 시대는 자기 자신을 타인에게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자기PR을 필요로 한다. 만약 그러한 과정에 남들은 생각지 못한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를 가미할 수만 있다면 분명 기대이상의 결과를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것인가 하는 기술적인 부분에 있다. 또한 설사 자신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구상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밖으로 끄집어내어 바람직한 형태로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설명하기를 탁월한 아이디어는 남다른 센스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며, 누구나 자기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도전정신의 DNA를 스스로 어떻게 인지하는가에 달려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의 내용을 통해서 독자들이 배울 수 있는 것은, 저자가 자신의 분야에서 지금까지 이루어낸 성과의 경험을 토대로, 향후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노하우를 어렵지 않게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의 작은 생각에서 비롯된 아이디어의 발상은 때로 세상을 바꾸는 놀라운 혁명으로까지 진전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예는 수없이 많다. 물론 그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더불어 그렇게 되기까지에는 적잖은 시행착오도 겪을 것이고, 중간에 자신감을 잃고 포기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처럼 누군가의 오랜 경험에서 축적된 기술적 방법의 핵심을 우리가 전적으로 습득할 수 있다면, 적어도 자신이 꿈꾸어왔던 희망찬 미래를 조금이나마 앞당기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다. 책에는 이런저런 군더더기가 없는 그야말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도록 하는 핵심적인 내용들이 알차게 담겨져 있다. 아울러 같은 아이디어라도 이를 어떻게 조합해내고 타인에게 전달할 것인가에 따라 그 명암의 차이를 극명하게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독자들이 이 책의 내용을 계기로 단순히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닌, 자기계발을 위한 유용하고 가치 있는 도구로서 활용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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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자 - 속삭이는 자 두 번째 이야기 속삭이는 자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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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장르소설 중에서도 스릴러물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속삭이는 자라는 제목의 작품을 읽어봤을 것이다. 이 소설은 범죄학자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도나토 카리시의 데뷔작으로 유럽출판계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으며, 국내에도 소개되어 한동안 베스트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바 있다. 작품의 전반적인 내용은 사이코패스기질을 지닌 연쇄살인범의 악의적인 내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스릴의 재미를 아낌없이 드러내어 많은 독자들로부터 상당한 호평을 받았었다. 더불어서 작품의 완성도 측면에 있어서는 물론이고 대중성과 문학성을 모두 갖춘 특색 있는 미스터리 추리물로 각인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번 작품은 속삭이는 자의 후속편이라 할 수 있을 만큼 그에 버금가는 내용을 담아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있어 주목을 이끌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이미 전작을 읽었던 독자들에게는 그의 이번 작품을 통해서 공포를 자아내는 분위기를 토대로 전개되는 강렬한 스릴의 매력을 또다시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이번 그의 작품은 표지의 제목이 암시해주는 것처럼, 어느 날 누군가가 갑자기 사라진 뒤에, 이후 실종상태에서 범죄가 잉태되는 흥미로운 줄거리를 담고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 소재적인 측면에서 볼 때, 전편과 유사한 면이 없지는 않아서 중복적인 문제로 인한 그 체감의 정도가 다소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정작 실제 작품의 내용을 통해서 바라본 그 느낌은, 전편을 뛰어넘는 압도적인 스릴을 바탕으로 예측하기 힘든 미스터리의 요소가 유감없이 나타나 있어서, 오히려 전편을 뛰어넘는 한 편의 빼어난 스릴러로써 자리매김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장르유형의 작품을 선호하는 독자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해본다.

 

작품 속 이야기는 17년 전 행방불명으로 실종처리가 되었던 한 남성에 의해, 어느 외진 주택가에서 일가족이 한꺼번에 몰살되는 끔찍한 사건이 경찰에 신고 되면서 시작한다. 이 사건이 여타의 사건에 비해 충격적이었던 것은, 신고자는 바로 그 집안의 어린 꼬마였는데 아이의 중언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서 사건을 저지른 범죄자가 아이로 하여금 경찰에 신고하라는 명령을 통해서였다고 한다. 경찰은 이 사건을 단순한 치정에 따른 누군가의 복수극일 것으로 예상하고 면밀한 조사를 벌이지만 어떠한 증거나 용의자를 찾지 못하고 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연이어서 살인 사건이 발생하는 우연 아닌 우연 같은 일이 벌어진다. 한편 7년 전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연쇄살인범을 검거하는데 상당한 공을 세웠던 여형사 밀라는, 당시의 사건 처리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고 경찰청 내에서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는 실종자처리 전담반에서 근무를 하던 중에, 범죄강력반으로부터 급한 호출을 받게 된다. 수사본부는 그녀에게 최근 발생한 모든 살인사건들이 이상하게도 오래전에 실종된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공통적인 사실을 통보하면서 이번 사건을 전담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이후 밀라 형사는 처음 발생한 사건 현장에서 범죄용의자가 은연 중 남겨놓은 비밀스런 암시를 찾아내게 되고, 이를 통해 경찰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은폐된 사건의 현장을 새로이 발견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연속되는 사건이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밀라는 사건조사를 빌미로 또 다른 실종자가 자칫 자신의 아이에게 해를 입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면서도, 범행 현장에서의 단서를 바탕으로 범죄자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이 작품은 어느 날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오래전에 실종되었던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불현듯 다시 나타나 교묘한 범죄를 일으키며 흔적 없이 사라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의 연속적인 과정을 흥미롭게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작품 속 사건의 발단 과정에서 일가족 몰살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을 토대로 조성된 긴장감이, 이후 연속적으로 터지는 살인사건과 직접적으로 연계되면서 점차 증폭되어 가는 경향을 보인다. 무엇보다 사실적이고도 생동감 있는 묘사와 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줄거리의 전개는, 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스릴러물로써의 무게감을 한층 더해주지 않나 싶다. 특히 이 작품에서 눈여겨 볼만한 것은, 개연성 있는 사건의 형성과정에서 느껴지는 스릴적인 요소도 그렇지만, 작품의 말미 부분에서 펼쳐지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놀라운 광경은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 부족함이 없을듯하다. 더구나 작품 속에서 다루고 있는 사건의 내용의 이면을 생각해보면, 자신과 연관되어 있지 않으면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점차 무감각해지는 우리의 도덕적 의식을 일깨우는 것과 동시에, 누군가의 선행은 때로 악의적인 수단에서 비롯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어서 의미 있게 다가온다는 점도 높이 평가할만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많은 스릴러물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지만 독자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 가운데서 이 소설은 공포와 스릴 그리고 미스터리가 조화로운 구성을 이루며, 독자들로 하여금 작품의 내용 속으로 한 순간에 흠뻑 몰입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그가 유럽뿐만이 아니라 국내에서 왜 기대되는 작가로 인식될 수 있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반증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이 타인의 악의를 교묘하게 부추겨 파급적인 연쇄살인사건을 불러일으키는 이 작품을 통해 스릴러물이 주는 색다른 묘미를 감상하는 즐거운 시간을 한번 가져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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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사랑 - 순수함을 열망한 문학적 천재의 이면
베르벨 레츠 지음, 김이섭 옮김 / 자음과모음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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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자주 접해본 사람들 이라면 시인이자 소설가였던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한번 쯤 읽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헤세는 독일에서 출생했지만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단호한 태도로 나치즘에 의한 극우파들의 애국주의에 반대했다가 결국 독일에서 매국노라는 비난과 탄압으로, 1946년에 유리알 유희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을 시기에 그의 국적은 이미 스위스로 바뀌어 있었다. 그래서 그가 뇌출혈로 사망하고 나서, 이후 그를 추모하기 위한 기념관 설치문제로 한때 상당한 논란이 되기도 했다. 헤르만 헤세의 전기를 썼던 위고 발은 헤세를 일컬어 찬란한 낭만주의 대열의 마지막 기사라고 표현할 정도로, 그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많은 사람들은 일생에 끝없는 낭만을 추구했던 로맨티스트였음을 스스럼없이 밝히고 있다. 그리고 그의 문학을 사랑했던 독자들은 그의 작품에서 드러내고 있는 ,청춘의 대한 그리움이나 자연과 인간의 동화적인 관계, 그리고 자유를 한없이 열망하는 모습에서 공감을 느끼며 관심을 나타냈다. 사실 헤세의 대부분의 작품에서는 작중 인물로 본인이나 자기 인생에서 인상 깊게 경험한 인물들의 모습이 담겨져 있음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헤세는 두 번의 이혼과 3번의 결혼과정에서 보듯 남편으로서 또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의 실제적인 모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상당한 괴리를 보인다. 헤세는 그 누구로부터의 속박과 구속을 극도로 증오했는데, 이런 그의 습성은 훗날 그의 결혼생활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결코 감당하기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책은 헤세가 사랑한 여인들에 관한 내용을 담은 것으로, 그동안 문학으로만 보아왔던 그의 모습을 뒤로하고 현실에서의 그에 인간적인 모습을 재조명 하고자 했다. 더불어 오랜 시간 동안 대중들에게 전혀 공개되지 않았던 그의 편지와 문서에 대한 자료들이 상세히 소개되어 있어서, 독자들은 헤세의 또 다른 모습을 이 기회에 한층 가까이에서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책에 따르면 그는 일생동안 3번의 결혼을 했다고 한다. 첫 결혼 상대자는 사진작가였던 마리아 베르누이였다. 1902년 마리아는 헤세를 처음 만났는데 그때 그녀는 34살의 노처녀였다고 한다. 당시 시대적 분위기를 보면 대개 부모의 뜻에 따라 배우자를 정하는 정략적인 결혼이 일반적이었다고 하는데, 그녀는 애초 그런 결혼풍습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기도 했지만, 결혼보다는 사진작가로서의 전문가가 되기 위한 것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이 있었다. 이들의 만남이 이루어지게 된 인연의 계기는 예술가들이 자주 모이는 어느 아틀리에였다. 그리고 그 시기에 헤세는 소설 페터 카맨친트를 집필하는 과정에 있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 서로 사랑에 대한 감정을 공유할 수 있었고, 마침내 1904년 여름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는데, 마리아는 헤세보다 9살 많은 연상이었다. 마리아는 남편과 집안의 가장으로서 책임보다는 은둔자적 생활과 이곳저곳으로 유랑적인 생활을 즐기는 헤세의 기질을 이해하면서도 헤세의 작품 활동에 도왔던 마리아의 희생적 헌신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들의 결혼생활은 그리 행복하지만은 않았던듯하다. 헤세의 두 번째 부인이 된 사람은 부유한 집안의 성악가였던 루트 벵거라는 여인이었다. 그녀가 헤세와 결혼하게 된 것은, 그의 시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이다. 루트 아버지의 격렬한 반대를 물리친 결혼이었음에도, 이후 이들 결혼생활은 거의 남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냉랭한 시간의 연속이었음을 이 책은 밝히고 있다. 끝으로 헤세의 마지막 결혼의 대상이 되었던 여인은, 미술사학자 니논돌빈이다. 그녀는 가정이 있는 유부녀였지만 헤세의 문학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그에 대한 연민에 대한 그리움으로 우여곡절 끝에 결혼의 꿈을 이룬다.


헤르만 헤세는 평화와 자유를 사랑하는 문학가였지만, 한편으로 회의론자이기도 했고 사랑하던 여인을 잊지 못해 자살을 했던 경험이 있으며, 신학교 시절 적응하지 못하면서 신경쇠약을 앓고 난 뒤, 그에 따른 영향인지는 몰라도 한동안은 정신분석에 심취하기도 했다. 헤세와 결혼한 여인들은 하나 같이 그의 시와 소설이 주는 매력에 빠졌던 공통점이 있다. 이런 것을 보면 그의 문학이 주는 마음속에 울림이 얼마나 강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헤세와 결혼을 했던 여인들은 그와의 결혼생활을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끔찍했음을 토로했다고 한다. 헤세 역시도 자신의 3번에 걸친 결혼생활을 돌아보면서 말하기를, 나의 사상이나 예술관 때문에 자신의 인생에서 혹은 여성들과의 관계에서 종종 어려움에 봉착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은 사랑을 부여잡을 수도, 인간을 사랑할 수도,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삶 자체를 사랑할 수 없었음을 회고하고 있기도 하다. 독자의 입장에서 이 책을 통한 헤세의 결혼과정을 생각해보면, 작가로서의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고는 해도, 여성이라는 그리고 한 남자의 부인이라는 입장에서 보면, 그녀들이 왜 그렇게 헤세와의 결혼생활을 지우고 싶어 했는지를 조금은 알 수 있을듯하다. 헤세의 여인들은 그와의 결혼을 통해 달콤하고 행복한 삶을 영유하고자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와는 반대되는 현실에 상당한 실망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헤세에게는 그 과정의 시간이 누구의 구속도 허락하지 않았던 기질적 성향과 아울러 창작을 위한 남모를 압박에 대한 고통을 안고 있기는 했을 것이다. 그런 헤세도 말년의 시기를 보면 아이들의 장래를 걱정하거나 한때 그와 결혼생활을 했던 부인들에게 수시로 안부를 전하는 서신을 보냈던 것으로 보아, 마음 한편에서는 가정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나름대로의 자책감을 가졌던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책은 다양한 에피소드와 풍부한 자료들을 토대로, 헤세의 문학과 관련한 그의 삶을 다른 각도에서 관찰해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헤르만 헤세의 작품의 내용은 물론이고 순수한 삶을 누리고자 했던 그의 인생관을 관조해보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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