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소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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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읽은 #세상에서고양이가사라진다면 의 작가 가와무라 겐키의 작품을 또 만나보게 되어, 이번엔 또 어떤 이야기로 눈물샘을 자극할지 기대가 되었다.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려 혼란스러워하는, 싱글맘으로 평생을 아들만 보고 살았던 예순여덟의 엄마 유리코.
편모 가정에서 자란 탓에 너무 어린 나이에 철이 들어 버린, 레코드 회사에서 근무하는 서른일곱살 아들 이즈미.

둘을 중심으로 각자의 기억을 더듬으며 담담하게 들려주는 듯한 이야기는 뭔가 위태위태하게 느껴져 조바심이 났다.




이야기는 처음부터 '그때'를 연발하며 무엇인가 예상치 못한 일이 있었음을 암시하며 이들이 살아가고 있는 일상을 차분하게 들려준다.
과연 그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엄마가 치매 진단을 받았지만 회사일에 쫓겨 자주 찾아뵙지 못한 사이 증상이 심해져 어쩔 수 없이 시설에 입소 시켜야만 했던 이즈미는 하루가 다르게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를 지켜보며 기억을 더듬는 모습에서 우리네 현실과 너무나도 닮아 있다란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이 치매라는 걸 받아들이기도 전에 간병이라는 크나큰 장벽에 부딪치고 어쩔 수 없이 시설에 모셔야 하는 상황에 죄책감에 시달리며 하루하루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 무섭게 와닿았다.

그럼에도 이 모자 관계는 조금은 독특해 보였다.
가까운 듯하면서 거리감이 느껴지고 애틋한 듯하면서도 응어리가 진 것 같기도 하고.
편모 가정이어서가 아닌 무언가가 있다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과연 모자지간의 비밀이 뭘까?





많은 사람들이 치매에 걸린 사람은 아이가 되어 버린다고 하지만 아이는 성장하기 때문에 양육엔 끝이 있지만 치매는 나아지지 않을 거란 절망과 공포가 동반되어 더 힘들게 한다며 치매에 걸린 가족들의 고민도 깊어진다고 한다.
치매에 걸린 부모님을 노력하지 않으면 사랑할 수 없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땐 '어떻게 그럴수가 있어?' 하며 꽤 놀랐었는데 지금은 생각만으로도 막막하고 먹먹하기만 하다.

65세 이상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인 지금.
소수의 사람들만 겪었던 질환이 언제부터인가 평범한 노화 현상이자 질환이 되면서 치매에 대한 이야기를 예전보다 조금은 쉽고, 가볍게 나누게 된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역시 내 가족에게만은 절대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것 또한 사실이다.

나이 들어가는 부모님을 생각하며 치매가 가장 두렵다는 생각을 하며 나에겐 절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래본다.

엄마는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데 아들인 이즈미는 잊고 있었던 기억이 하나씩 하나씩 되살아나는 이야기.
평범하지만 이즈미만한 아들이 없을 거란 생각이 들게 한 이야기.
모자의 기억에 있는 행복을 옆에서 지켜본 듯해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야기.

"인간의 소지품은 기억과 비례하는지도 모른다. 죽음을 향해 가면서 필요한 물건이 조금씩 줄어든다." - 218p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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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번의 계절을 지나
아오야마 미나미 지음, 최윤영 옮김 / 모모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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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우연히 생겨버린
"시간을 되감을 수 있는 능력." - 26p
이 능력의 댓가 같은 부작용은 되감은 시간의 다섯 배에 해당하는 수명이 사라진다는 것.
중고등학교 동창 미노리와 결혼을 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일만 남았을 것만 같았던 어느 날 미노리가 뇌출혈로 사망하게 되고 11년 전 중학교 시절 머리를 다친 사고가 사망의 원인이라 생각하고 시간 여행을 계획한다.

나의 수명이 55년이나 줄어드는데 과연 시간 여행을 할 수 있을까?
11년 전으로 간다고 미노리의 미래가 바뀔 수 있을까?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어디까지 내어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열한 번의 계절을 지나'는 애끓는 사랑이지만 누구보다 담담하게 풀어내 오히려 독자들이 더 발을 동동거리게 만드는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였다.

11년 전으로 돌아가 아내인 미노리의 시점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풋풋하고 순수한 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져 더욱더 안타깝게 느껴졌다.

굳이 11년 전 이어야 했을까?
6개월 전으로 돌아가면 안 되는 거였을까?
의학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데....
둘이 함께해야 행복 아닌가? 라며 혼자서 쓸데없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지기도 했다.

잔잔하게 이어질것만 같은 이야기에서 아무 예고도 없이 들이닥친 반전!
'그래 거슬리긴 했어'를 연발하게 만들었다.

 





"태어나줘서, 고마워.
내게 살아갈 의미를 줘서, 고마워.
부디 아무것도 모른 채로 영원히 행복하기를.

몇 번을 다시 태어나도 나는 널 좋아할 거야." - 231p

몇 번을 읽고 또 읽어봐도 가슴이 너무 아프다.
얼마나 사랑했기에 이렇게 일방적인 희생을 할 수 있는걸까.
사랑,
희생,
행복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깊고 깊은 사랑이 만들어낸 눈부시게 애절한 반전 로맨스인 '열한 번의 계절을 지나'로 인해 며칠째 한파주의보가 내려 몸도 마음도 덩달아 얼어 있었는데 여러 가지 의미로 감정이 충만해졌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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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이 슬픔을 안고
문철승 지음 / ㈜소미미디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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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취향이 확고해 노래는 무조건 가요만 듣고 SF 영화는 안 좋아하고 책은... 다 좋아했다면 좋았을 텐데 이상하게 '시'가 어려웠다.
2년 전 읽은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를 읽고 그동안 읽지 않았으니 시집을 펼치며 떨림과 설렘이 함께했다.

 




어려서부터 시에 진심이었던 문철승 시인은 성인이 되어서도 시를 좋은 친구이자 쉼이라 생각했고 술에 의존했던 생활을 시의 기쁨으로 채워 충만해지기 시작해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가다보면

가다보면 보이겠지
들리는
마음으로

갸웃거리며 걷다
두 길이
길로

영상 속 빚어지는 이야기
추억으로 피고

때 이르면
그것
운명의 꽃

어리석은 시절 지나 걷다 보면
웃음 되겠지

가다보면... 시간이 지나다 보면... 어둠이 밝음으로 슬픔이 기쁨으로 승화시키려는...
희망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시를 어려워하는 수많은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시를 읽어도 난해하게 느껴져 시인이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알 수 없어 헤매기 때문이었는데 '시알못'인 나는 이런 친절한 시가 반갑고 너무 좋다.

표제작 기쁨이 슬픔을 안고는 인생을 꾸밈없이 이야기하는 듯 다가왔고 시를 읊조리며, 기쁨이 슬픔을 포용할 수 있음에 마음이 얼마나 부드러워졌는지 모르겠다.

시를 어려워하는 내가 읽어도 시인이 무엇을 이야기하려 하는지 알듯했고 지금까지 나만 모르는 시의 즐거움과 매력을 조금이나마 알게 해 준 듯한 '기쁨이 슬픔을 안고'는 현실을 보듬어주고 내일을 살아가게 할 수 있는 시의 힘을 담담하고 꾸밈없지만 섬세하게 담아낸, 99편의 짧지만 긴 여운이 담겨있는 시집이었다.





현재의 삶이 어렵고 힘들다 해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시인의 삶을 엿본듯해 숙연해지기도 했지만 나의 삶을 반추해 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기도 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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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방 부인 정탐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1
정명섭 지음 / 언더라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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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왜 김금원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는지 알것같았다.
재밌게 읽어서 인지 짧은 이야기에 괜시리 서운해지는 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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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방 부인 정탐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1
정명섭 지음 / 언더라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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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조선의 형사들을 작년 가을에 만나며 혹시 시리즈는 아닐까 기대를 했었다.
나만 몰랐던 역사적 사실들도 알게되어 넘 즐거웠던 기억이 있기에 다음 이야기를 기다렸었는데 이번엔 다모를 앞세운 이야기라니!!
다모에 대한 환상이 있는 나는 책을 읽는 시간이 즐거울 거라고 예상해 봄!





'삼호정 시사'는 기생출신으로 양반의 소실이 된, 김금원, 이운초, 임혜랑, 박죽서가 만든 모임으로 겉으로는 같은 처지의 부인들이 모여 시를 짓고 감상하는 시회 모임이지만 안으로는 실력도 있고 정의감이 넘치는 다모 박순애를 도와 사건을 해결할 수 있게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모임이였다.

규방이라 하면 온갖 소문을 가장 먼저 접할수 있는 곳 이였기에 어려운 사건도 실마리를 찾을 수 있어 참 똑똑하고 아름다운 조합이라 생각하게 했다.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쓰여진 '규방 부인 정탐기'는 두가지의 사건을 이야기 한다.

《사라진 신부》
이제 막 혼인을 한, 신임 부안 현감 부인인 은월이 부임지로 내려 가던 중 사라져 버렸다.
정인이 있었던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습격을 당한것도 아니다.
지니고 있던 패물은 놔두고 은월은 왜 사라진 걸까?

《며느리의 죽음》
어느날 아침 경아전의 부인이 속적삼을 입고 잔혹하게 살해된 채 발견된다.
사라진 물건은 없고 꼭 닫아 놓았던 문은 열려 있었다.
속적삼을 입고도 맞이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두편 모두 안갯속을 걷는듯한 느낌이 들정도로 초반엔 갈피를 잡을수가 없었다.
다시한번 확인한건 여자들의 삶은 말그대로 억울함의 연속이였다는 것과 돈 앞에서는 핏줄이고 뭐고 다 필요 없다는것 뿐이였다.

그런 세상에 삼호정 시사의 존재만으로도 여자들에겐 위로가 되었을듯 하다.

"대개 억울한 사람들은 힘이 없거나 여성이기 때문이지. 나라나 법이 지켜줄 수 없다면 우리라도 나설 수밖에 없잖아." - 113p

그렇게 박순애와 김금원을 따라가다보면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되고 여자인 나는 짜증 포텐터짐.
사람을 절대 믿지 말자!!

 





실존 인물인 김금원이 같은 처지에 있던 여동생과 친구들을 모아 '삼호정 시사'를 만들어 당대 유명한 문인들과도 교류를 했다고 하니 이 얼마나 진취적인 여성이였는지.... 작가가 왜 김금원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는지 알것같았다.

철릭, 왕릉모, 편곤, 별전등 책을 읽으며 찾아보는 재미도 솔솔~

재밌게 읽어서 인지 짧은 이야기에 괜시리 서운해지는 맘.
책 읽는 시간이 즐겁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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