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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이 슬픔을 안고
문철승 지음 / ㈜소미미디어 / 2022년 12월
평점 :

나는 취향이 확고해 노래는 무조건 가요만 듣고 SF 영화는 안 좋아하고 책은... 다 좋아했다면 좋았을 텐데 이상하게 '시'가 어려웠다.
2년 전 읽은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를 읽고 그동안 읽지 않았으니 시집을 펼치며 떨림과 설렘이 함께했다.

어려서부터 시에 진심이었던 문철승 시인은 성인이 되어서도 시를 좋은 친구이자 쉼이라 생각했고 술에 의존했던 생활을 시의 기쁨으로 채워 충만해지기 시작해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가다보면
가다보면 보이겠지
들리는
마음으로
갸웃거리며 걷다
두 길이
길로
영상 속 빚어지는 이야기
추억으로 피고
때 이르면
그것
운명의 꽃
어리석은 시절 지나 걷다 보면
웃음 되겠지
가다보면... 시간이 지나다 보면... 어둠이 밝음으로 슬픔이 기쁨으로 승화시키려는...
희망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시를 어려워하는 수많은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시를 읽어도 난해하게 느껴져 시인이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알 수 없어 헤매기 때문이었는데 '시알못'인 나는 이런 친절한 시가 반갑고 너무 좋다.
표제작 기쁨이 슬픔을 안고는 인생을 꾸밈없이 이야기하는 듯 다가왔고 시를 읊조리며, 기쁨이 슬픔을 포용할 수 있음에 마음이 얼마나 부드러워졌는지 모르겠다.
시를 어려워하는 내가 읽어도 시인이 무엇을 이야기하려 하는지 알듯했고 지금까지 나만 모르는 시의 즐거움과 매력을 조금이나마 알게 해 준 듯한 '기쁨이 슬픔을 안고'는 현실을 보듬어주고 내일을 살아가게 할 수 있는 시의 힘을 담담하고 꾸밈없지만 섬세하게 담아낸, 99편의 짧지만 긴 여운이 담겨있는 시집이었다.

현재의 삶이 어렵고 힘들다 해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시인의 삶을 엿본듯해 숙연해지기도 했지만 나의 삶을 반추해 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기도 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