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랬듯이 사람들은 언제나 겉모습만 보고 판단했다.
70년의 성상(星)을 보낸 할머니의 영혼은 풍상에 찌들지 않아 소녀 시절의 생기발랄함, 그리고 이와 더불어 하늘의 은총으로 탐스럽게 익은 결실을 베풀기 위해 자비로 뒤덮인 과일나무의 거룩한 사명감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신비주의자들이 입으로 읊는 기도문처럼 할머니가 베푸는 따뜻한 대접은 나에게 무한한 지평을 열어줄 줄 알았고, 내 영혼의 신비한 갈망을 채워가고 있었다. 따라서 내가 그녀를 따랐을 뿐만 아니라 사랑했고, 모든 진정한 사랑이 그러듯이 그 시작과 끝에서 나는 나 자신을 찾고 있었다고 말한다고 해도 과장은아닐 것 같다. 비록 당시 나는 어렸지만, 여행, 전쟁, 슬픈 일과 기쁜 일, 오르막길과 내리막길 등 기나긴 세월 동안 여러사건으로 점철된 그녀의 따뜻한 생애는 우울한 정취가 깊이배어 있는 박물관으로 보였다. 거기서 나는 삶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직 내게 주려고 하지 않는 숭고한 모든 감정을 내 취향에 따라 실컷 누릴 수 있었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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