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정오였다. 나지르는 서베르의 첫 손님이었다. 찬바람이 여전히 거리를 휩쓸며 가게의 차양막을 뒤흔들었다. 근처 화장실에서 코를 찌르는 악취가 서베르의 얼굴까지 날아왔다. 법원 뒷길에 있는 사원에서 기도 시간을 알리는 소리가 허공으로 울려 퍼졌다. 몇몇 청원서 대필업자들은 비닐로 책상을 덮고 서둘러 기도하러 갔다. 서베르는 꽤 오래 사원에서 기도하지 않았다. 그는 모든 게 불확실하다고 느꼈다. 심지어 신조차도. 그는 비닐을 책상위로 당겨서 펴고 잿빛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1년 전 자살폭탄 테러가 벌어지고 나서 법원 주위로 높이 세워진 콘크리트벽으로 걸음을 옮겼다. 시 당국은 카불의 옛 모습 일부를 그 벽에 그려 놓았다. 전후 재건된 다룰 아만Dural Aman 궁전과 아프가니스탄 병사에게 꽃을 주는 소녀의 모습이었다. 벽 밑은 소변 자국으로 얼룩져 있었고, 일부는 아직도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3. 개의 탓이 아니다
마수마 카우사리 - P37

손목시계를 보니 오후 5시였다. 자동차 경적 소리에 그녀는 2층 아파트에서 창문을 열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회색 차가 건물 계단 근처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위를 올려다보던 운전기사가 그녀를 발견하고 경적을 멈췄다. 상가sunga는 서둘러 핸드백을 메고 방을 나섰다. 복도에서 그녀가 외쳤다. "어머니 다녀올게요. 차가 왔어요."

5. 야간근무
샤리파 퍼순 - P54

상가는 국영 방송국에 도착했다. 그녀는 낮에는 카불의 대학생, 밤에는 방송국 앵커였다. 그녀는 곧장 건물 왼쪽 1층 복도 끝에 있는 분장실로 향했다. 분장 담당 마리얌Maryam이 이미 분장실에 있었다. 마리얌은 갈색 곱슬머리에 키가 컸는데, 안경을 머리위에 걸치고 안경줄을 고리 모양으로 목뒤에 늘어뜨렸다. 그녀는 중앙 거울 앞에 서서 분주하게 다른 뉴스 앵커의 머리에서 헤어롤을 빼고 있었다.
상가는 세면대에서 따뜻한 물로 세수한 뒤 거울을 보며 종이 타월로 얼굴을 닦았다. 마리얌이 머리를 손질해 주던 여자에게 물었다. "분장도 해 드릴까요, 아니면 직접 하실래요?" 7시 뉴스 앵커가 말했다. "지금은 상가의 머리를 손질해야 하잖아요. 분장은 그냥 제가 할게요."
상가가 7시 뉴스 앵커 옆에 앉자 마리얌은 상가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녀는 상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복장을 점검했다. "얌전하군요. 좋아요." 상가는 이런 말을 듣는 게 내키지 않았다. 자신은 늘 얌전하고 때와 장소에 맞는 옷을 입었다고 말하고 싶었다.

5. 야간근무
샤리파 퍼순 - P55

상가는 동료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중앙에 있는 긴 책상으로 갔다. 동료는 그녀의 노트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그녀는 일단 작성된 노트를 받아 들었다. 씽- 휘파람 같은 소리와 함께 또 다른 폭발이 일어나는 순간에도 상가는 밑줄을 그으며 대본을 읽었다. 이번 로켓탄은 방송국 본부 뒤편에 있는 신축건물에 떨어졌다. 강한 폭발 때문에 보도국 창문도 산산조각 났고 칼바람이 들이쳤다. 아직 가을이었지만 바람은 매서웠다. 누가문을 열고 소리쳤다. "당장 아래층으로 가세요! 폭탄이 더 떨어질수 있어요!"
모두 겁에 질려 자리를 떠났다. 직원들은 바삐 떠나면서도 펜과 종이를 챙겼지만, 상가는 노트를 책상에 두고 왔다. 누가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와 속삭였다. "두려워하지 말아요. 다 괜찮을 테니까." 상가도 입을 열었다. "많은 폭탄을 봤어요. 폭탄은 매일 떨어지니까. 로켓탄은 무섭지 않아요. 신이 두려울 따름이죠." 그녀가 말을 끝맺기 무섭게 또 다른 폭탄이 근처 행정 건물에 떨어졌다. 보도국 창문으로 그 건물의 옥상이 내려다보였다. 상가가 보도국 출구에 도착하자마자 불과 몇 초 전까지 그녀가 앉아 있던 의자에 파편이 날아와 박혔다.

5. 야간근무
샤리파 퍼순 - P58

 첫 번째 로터리를 돌기도 전에 로켓단이차 앞에 떨어졌다. 상가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사방을가득 메운 공포와 혼돈 속에서 그녀는 성인 남녀와 어린아이의 비명을 들었다. 집에 안전하게 도착하기만 하면 이번에는 기필코뉴스 앵커를 그만두겠다고 그녀는 다짐했다. 이전에도 그녀는 몇번 일을 그만둬야 하는지 고민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일이 없는삶은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일이 없는 삶은 죽음만큼 끔찍했다.
두 번째 로터리 부근에 또 다른 로켓탄이 떨어졌다. 폭탄은그들의 차를 지나쳐 로터리의 가장자리에 떨어졌다. 기사와 상가는 몸을 숙였다. 겁에 질려 당황한 나머지 기사는 거의 차를 제어하지 못했다.
차는 간신히 그녀가 사는 마크로얀으로 진입했다. 다친 사람들이 도움을 요청하며 소리쳤지만 달려가서 그들을 돕는 사람은아무도 없었다.
상가는 밤 9시가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그녀는 아파트로뛰어 올라가서 문을 세게 두드렸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그녀의 귀가를 기다리며 문 뒤에 서 있던 어머니가 문을 열어 주었다.
어머니의 눈에 참았던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어머니는 상가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상가는 가머이의 침대로 다가갔다. 아이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5. 야간근무
샤리파 퍼순 - P60

이튿날 나는 상가를 보았다. 그녀는 방송국 건물에 도착해회색 차에서 내리고 있었다. 카키색 재킷에 검은 치마를 입은 그녀는 핸드백과 책 몇 권을 손에 들고 있었다. 핸드백을 고쳐 멘뒤 그녀는 선글라스를 벗어 머리에 걸쳤다. 건물에 들어가기 전에그녀는 전날 입은 피해의 흔적을 둘러보았다. 그녀는 신중하고 차분하게 현장을 관찰하고 나서 방송국 안으로 들어갔다.

5. 야간근무
샤리파 퍼순 - P62

집은 다시 텅 비었다. 텅 빈 집에는 나와 내 고독밖에 없다.
집이 비면 알 수 없는 욕망의 세계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를 짓누른다. 집이 비면 나는 달라진다. 아니, 어쩌면 그냥 마음 깊이 그렇게 느끼는지도 모른다. 집이 비면 나는 다른 사람이 된다. 집이 비면 다른 사람이 되고 싶고, 또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
오늘 다시 집이 비었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나는 내 고독과 함께 독서를 하려고 한다. 책장 사이로 시선을 옮기며 행간의 내용에 집중하지만 잘되진 않는다. 집중하기에 나는 너무 자유롭다.
불현듯 몸이 간지럽다. 뭔가가 몸 이곳저곳을 기어다니며 나를 간지럽힌다. 집이 반나절 넘게 빈다는 사실에 나는 슬며시 미소 짓는다. 그와 동시에 이런저런 몸의 감각들이 되살아난다. 숨이 벅차오른다. 회색 벽이 생동감 있게 물들고, 집의 냄새도 바뀐다. 

7. 나에게는 날개가 없다
바를 하이다리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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