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모든 삶은 무너져가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외부로부터 갑작스럽게 날아온 펀치는 크고 강한 충격을 남기기 때문에 당신에게 오래 기억될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게 그 충격 탓인 듯해서 약해질 때마다 친구들에게 그 얘기를 들려주지만, 그 효과가 단번에 나타나지는 않지요. 내부로부터 오는 충격은 또 다른 종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무감각하게 있다가 손 써보지도 못하고 당하는 경우입니다. 결코 다시는 좋은 사람이 되지 못하겠구나 하는 깨달음만 종국에 얻는다고 할까요. 첫 번째 종류의 충격은 순식간에 찾아오는듯 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 것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슬며시 찾아왔다가 갑자기 번뜩 깨닫게 되는 거죠. - P22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지요. 잡념이 끼어들려고하면 뭔가 목록을 만들어보다가 찢어버리기를 반복했어요.
그렇게 버린 종이가 수백 장도 넘을 겁니다. 기병대 대장들과미식축구 선수, 투수들의 이름에서부터 시작해 도시, 유명한노래, 행복한 기억, 취미, 전에 살았던 집, 제대 후 구입한정장과 신발 같은 것을 생각나는 대로 끄적거렸어요.
(참, 소렌토에서 샀던 줄어든 정장이나 수년 동안 지니기만하고 한 번도 입지 않았던 와이셔츠와 넥타이, 신발 같은 건 목록에 포함시키지 않았어요. 신발은 눅눅해지고 거칠어진데다가 셔츠와 넥타이는 누렇게 변색되고 풀 먹인 자리에 곰팡이까지 생겨서 그럴 수밖에 없었지요.) 거기에 더해 좋아했던 여자들, 그리고 능력이나 성격이 나보다 못 미치는 사람들에게 무시당했던 기억들까지.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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