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다. 사람들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기에 그 당연함에 들어가지 않는 것을 굉장히 불편해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어떤 사람들은 불편하게 만드는 그 존재들을 아에 지워버린다. 가령 학교에서의 나와 같은 존재… 그리고어쩌면, 엄마와 아빠와 같은
"그때 그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어릴 적 외할머니가 재조 일본인이라 한국에서는 친일파라고, 또 일본인들에게는 현지처 자식이라고 더러운 피라고 욕을 먹었는데 이제는 광주 사람이라고 빨갱이라고 욕을 먹는다고요."
더러운 피・・・・・・ 이 말에 난 무언가 한 대 맞은 기분이 되어경아 씨를 조금은 빤히 바라보았다. 경아 씨가 한숨처럼 낮게 말을 이어갔다.
"사실 이렇게 결연하게 말했지만, 솔직히는 논문 쓰고 잊었어요. 그런데요, 하루는 여기 넘어와서 혐한 시위대를 마주친 거죠. 그들이 지나가길 기다리며 길 한쪽에 서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저를 똑바로 보고 말하더라고요. ‘한국인, 더러운 피.‘ 그때 생전 나를 본 적도 없는 사람이 나를 증오하고 혐오하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 P95

"사람은 잊고자 하는 일에 보복을 당하기 마련이다. 제가 공부를 시작할 때 영향을 많이 받은 오키나와 연구자가 한말이에요. 전쟁의 기억을 지워버리려는 일본 제국을 향해 한말이었죠. 음...... 영소 씨, 어떤 사람들은요. 죽어도 꼭, 살아 있는 것 같잖아요? 또 어떤 사람들은 살아남았어도 늘 과거에 사는 거 같기도 하고 말예요."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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