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헝가리인, 체코인, 폴란드인에게 유럽이란 무엇인가? 애초부터 이들 민족은 로마 기독교에 뿌리를 둔 유럽 일부에 속해 있었다. 이 세 민족은 유럽 역사의 모든 국면에 관여했다. 그들에게 ‘유럽‘이라는 말은 지리적 현상이 아니라 정신적 개념을 뜻하며, 그것은 곧 ‘서유럽‘이라는 말과 동의어이다. 헝가리가 더 이상 유럽이 아닌 순간,
다시 말해 서유럽이 아닌 순간 헝가리는 저 자신의 운명너머로, 저 자신의 역사 너머로 추방된다. 자기 정체성의본질 자체를 상실하는 것이다.
지리적 유럽 (대서양에서 우랄산맥에 이르는 유럽은 언제나 제각각 발전해 온 두 개의 반쪽으로 구분되었다. 하나는 고대 로마와 가톨릭교회에 연결되고(특징적 표지는 라틴 문자이다.), 다른 하나는 비잔틴과 정교회에 뿌리를 두고 있다(특징적 표지는 키릴 문자이다.). 1945년 이후 이 두 유럽 사이의 경계가 수백 킬로미터 서쪽으로 이동했고, 언제나 자신을 서유럽인이라 생각해 온 몇몇 민족들은 어느 날 잠에서깨어나면서 자신이 동유럽에 속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전쟁 이후 유럽에서는 세 가지 기본적인 입장이 형성되었다. 서유럽의 입장, 동유럽의 입장, 그리고 가장 복잡한 것으로, 지리적으로는 중부레 위치하고 문화적으로는 서유럽에 정치적으로는 동유럽에 속해 있는 중앙 유럽의 입장이 그것이다. - P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