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도 나왔다. 나나만이 홀로 밝은 촛불 아래에서 고개를 위로 향하고 있었다. 그것은 송장이었고, 피와 고름 덩어리였고, 쿠션 위에 던져진 썩은 살덩어리였다. 작은 고름집들이 얼굴 전체를 뒤덮었고 뾰루지들이 엉켜 있었다. 퇴색하고 문드러져서 진흙덩이처럼 회색이 된 고름집들은 형체를 알 수 없는 반죽 같은 얼굴 위에 핀 곰팡이 같았다. 거기서 옛 모습이라고는 찾을 길이 없었다. 왼쪽 눈은 완전히 곪아 푹 꺼졌다. 반쯤 뜬 오른쪽 눈은 썩은 구멍처럼 시커떻게 파여 있었다. 코에서는 아직도 고름이 흘렀다. 뺨을 덮은 불그스름한 딱지가 입 언저리까지 떨어져나왔는데, 거기에는 기분 나쁜 미소가 새겨져 있었다. 그 무섭고 끔찍한 죽음의 얼굴 위로 머리칼이 그 아름다운 머리칼이 햇빛처럼 찬란한 불꽃을 지닌 채 황금의 개울처럼 흐르고 있었다. 비너스가 썩은 것이다. 시냇가에 버려진 내성 강한 시체에서 그녀에 의해 채집된 바이러스가 그녀가 민중을 망쳐놓은 그효소가 그녀 자신의 얼굴로 옮겨와 그녀를 썩게 만든 것 같았다.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절망적인 커다란 고함소리가 큰길에서 솟아올라 커튼을 부풀렸다.
"베를린으로! 베를린으로! 베를린으로!" - P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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