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네트워크의 생성을 통해 이해하는 행위자---네트워크 이론Actor-Network Theory의 용어를 따르자면, 이 깔때기란 해당 네트워크에 있는 행위자가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의무통과점 ObligatoryPassage Point‘이다. 다른 행위자들이 네트워크상에서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지점을 구성함으로써 행위자들을 중심 행위자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장치인 것이다. (홍성욱 2010:26) 사람도, 사물도, 제도도, 담론도 모두 가능하다. 의무통과점의 정당성이 강화되는 것도,
이 정당성에 도전하면서 다른 의무통과점을 만드는 것도 행위자들의 동맹에 따른 결과다. 수급이 빈곤 네트워크의 의무통과점이 되었다고 내가 생각하는 까닭은, 정부 정책뿐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의 자기 서사, 그리고 이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의 움직임 모두 수급(기초법)을 경유해 그 존재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이 공공부조의 수급자로 구획되면서 가난은 특정한 양식과 문법 안에
‘고이고 말았다. 빈곤을 우리 시대의 정치적 핵심 의제로 삼는 일은 그렇게 점차 요원해졌다. 빈곤이 ‘우리의 삶‘에서 ‘저들의 문제‘로 고립되면서 취약계층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는 메시지가 빈곤을 끝장내자는 결의를 압도해버렸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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