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소설은 그 전의 소걸 또는 이야기와 어떤 차이를 드러내는가라는 질문이 선행할 터다. 이 질문에 대해 흔히들 ‘리얼리즘‘ 또는 ‘미메시스‘라는 답을 제시하곤 한다. 그러나 이 개념은 매우 광범하고 복잡한 해석을 필요로 한다. 나는 이 문제를 ‘자아‘의 발견, ‘시간‘의 발견이라는 말로 바꾸어 설명해 보려고 했다. 자아의 발견이란 리얼리즘이 그 안에 낭만주의와 개인주의의 씨앗을 안고 있다는 뜻이다. 시간의 발견이란 프랑스사회가 대혁명을 거치면서 구체제가 물려준 영원불변의 통일성에서 벗어나 생성 변화의 힘인 역사를 발견하고 거기에 적응해 나간다는 것을의미한다. 특히 1830년을 기점으로 등장한 선구적 소설(가령 스탕달의 적과 흑,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은 이런 새로운 경험의 문학적 표현이라고 할수 있다. "소설이란 어떤 길을 따라서 이동하는 하나의 거울이다"라는스탕달의 말(적과 흑] 제1부 13장의 제사)은 리얼리즘을 말할 때 어김없이 인용되는 명언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말 속에서 "거울"만이 아니라 "길을 따라서 이동하는" 이라는 현재진행형의 동사가 함축하는 현재의 즉흥성과 시간과 역사가 강요하는 생성 변화와 사회적 이동성의 함축에특히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19세기 전반기에서 후반기로 넘어오면서 프랑스 소설은 리얼리즘의 자각을 심화하는 한편, 소설이 무엇을 쓸 것인가에 못지않게 어떻게 쓸것인가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의식적으로 그 답을 찾으려는 모색의 과정을 그 소설 자체 속에 반영하게 된다. 이는 플로베르의 등장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소설사적 국면이다. 발자크가 19세기 전반기의 넘치는 에너지와 정념 소설을 표방하며 동시에 ‘역사의 서기‘가 되겠다고자처했다면, 플로베르는 그에 뒤이은 ‘잃어버린 환상‘을 정치한 문장과 언어 구조 속에 조탁하는 위대한, 그러나 금욕적인 소설의 ‘장인‘이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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