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남은 오후 동안, 덩굴식물과 풀을 베어 치우는 일을 했다. 그는 이따금 먼 곳을 쳐다보며, 내가 위층에서 자신을 계속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체했다. 나는 다섯시에 그에게 돈을 줬다. "당신이 정원사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어요." 나는 말했다. "나도 당신에게 맞지 않는 일을 시키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우리가 계속 자선에 의존해 살아갈수는 없잖아요."
그는 지폐를 받아 접어서 호주머니에 넣고, 나를 쳐다보지 않아도 되도록 눈길을 한쪽으로 돌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왜 그렇죠?"
"당신은 그런 걸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그는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으며 말했다. "자격이라 ・・・・・ 자격이 있는 사람은 누군데요?"
자격이 있는 사람은 누구냐고? 나는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그에게지갑을 쑥 내밀었다. "그렇다면 당신이 믿는 건 뭔데요? 가져가는 것인가요? 원하는 만큼 가져가고 싶어요? 자, 그럼, 가져가요!"
그는 침착하게 지갑을 받아, 거기에 든 30 랜드와 동전 몇 개를 꺼내고, 내게 지갑을 돌려줬다. 그리고 가버렸다. 개가 촐랑거리며 그의 뒤를 따라갔다. 그는 삼십 분 후에 돌아왔다. 술병이 딸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딘가에서 그는 매트리스를 구해왔다. 사람들이 해변에 갈 때 가져가는 접이식 매트리스였다. - P31

그들은 처음에 시작할 때는 자기들 목숨을 하찮게 여기겠지만, 결국 나중에는 다른 사람의 목숨마저 하찮게 여기게 될 거야. 자네가 그들에게서 감탄스러워하는 점이 꼭 최선은 아니라고.
자네가 지난번에 더이상 어머니도 없고 아버지도 없다고 했던 말에대해 계속 생각해보고 있어. 진심으로 한 말이라고는 믿을 수 없어. 아이들은 어머니나 아버지 없이 클 수 없어. 지금 우리 귀에 들리는 방화와 살인, 충격적인 비정함, 심지어 퍼케일 씨에 대한 폭행, 이러한 일들은 결국 누구의 잘못이지? 가서, 하고 싶은 대로 해라. 너는 이제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 나는 너에 대한 권위를 포기하겠다. 이렇게 말하는 부모에게 분명히 책임이 있는 거야. 어떤 아이가 진심으로 그런 애기를 듣고 싶어하겠어? 그런 말을 들으면 아이는 혼란에 빠져 돌아서서 이렇게 생각할 거야. ‘이제 나에게는 어머니도 없고 아버지도 없다.
그러니 죽음을 어머니로 삼자. 죽음을 아버지로 삼자.‘ 자네가 그 아이들에게서 손을 씻으면 그애들은 죽음의 자식들이 될 거야."
플로렌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플로렌스, 자네가 나한테 말로 다 할 수 없는 일들이 플래츠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작년에 얘기했던 걸 기억하지? ‘불에 타 죽는 여자를 본 적이 있어요. 그 여자가 도와달라고 비명을 지르자, 아이들이 웃으며 여자의 몸에 기름을 더 부었어요. 살아생전 그런 일을 보게 되리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이렇게 얘기했었어."
"맞아요, 그렇게 말했었지요. 그리고 그건 사실이고요. 하지만 그 아이들을 그렇게 잔인하게 만든 게 누구죠? - P64

 그애들을 그렇게 잔인하게 만든 건 백인이에요! 그래요!" 그녀는 깊고 격하게 숨을 내쉬었다. 우리는 부엌에 있었다. 그녀는 다리미질을 하고 있었다. 다리미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는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가볍게, 그녀의 손에내 손을 댔다. 그녀가 다리미를 들어올렸다. 시트에는 갈색으로 눌은 자국이 희미하게 나 있었다.
자비 없음, 나는 생각했다. 자비도 없고 한계도 없는 전쟁. 안 보는게 상책인 전쟁.
"그들이 언젠가 성인이 되면," 나는 부드럽게 말했다. "자네 생각엔 그들에게서 잔인함이 없어질 것 같아? 부모의 시대는 끝나버렸다고 배운 아이들은 나중에 어떤 부모가 될까? 부모라는 개념이 우리 안에서 파괴되고 나면, 부모라는 것을 되살릴 수 있을까? 그들은 술을 마신다는 이유로 사람을 발로 차고 때려 사람들의 몸에 불을 지르고 그들이타 죽어가는 동안 웃고, 그들이 부모가 되면 자식들을 어떻게 다루겠어? 그들이 어떤 사랑을 할 수 있겠어? 그들의 심장이 우리의 눈앞에서돌로 변해가고 있어. 그런데 자네는 뭐라고 말하지? ‘이건 내 자식이아니다. 백인의 자식이다. 이건 백인이 만든 괴물이다. 이렇게 말하지.
그게 자네가 말할 수 있는 전부야? 자네는 그들을 백인 탓으로만 돌리고 등을 돌릴 셈이야?"
"아니죠" 플로렌스가 말했다.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저는 제 자식들에게서 등을 돌리지 않아요." 그녀는 시트의 모서리를 정확히 맞추며 가로세로 십자로 접고, 다시 가로세로 십자로 접었다. "이애들은 좋은애들이에요. 이애들은 철 같아요, 우리는 이애들이 자랑스러워요."  - P65

철로 된 아이들, 나는 생각했다. 플로렌스 자신도 철과 다르지 않다.
철의 시대. 그다음에 오는 청동의 시대. 그러한 순환주기에서, 점토의시대, 흙의 시대 같은 더 부드러운 시대가 돌아올 때까지 얼마나 오래,
얼마나 오래 걸릴까? 국가를 위해 싸울 아들들을 낳는, 심장이 철로 된 스파르타 부인 ‘우리는 애들이 자랑스러워요. 우리. 살아서 방패를들고 집에 와라, 아니면 죽어서 방패에 실려 집에 와라.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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