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저거 봤어? 바람을 막으려고 시체를 쌓아올렸어."
그가 속삭였다. 나는 망연자실해서 신음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모든 차량에 사람의 시체로 만든 바람막이가 있었다. 나는 천천히 지나가는 끔찍한 광경에 놀라 얼어붙은 듯이 서 있었다. 시체들의 얼굴은 피로 얼룩져 있고 맨발은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열 번째 차량이 막 지나갔을 때 더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네다섯 구의 시체가 잘못 쌓아진 짐 더미에서 미끄러져 철로 옆으로 떨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열차는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렸다. 열차에서 내린 한 무리의 장교와 하사관이 알아보려고 그쪽으로 갔다. 무슨 호기심에서였는지 나도 열차에서 뛰어내려 장교에게 다가갔다. 나는 경례를 하고 더듬거리는 말투로 그들이 죽었는지 물었다. 장교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에서 내가 위치를 이탈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내가 당황한 것을 알고 꾸짖지 않았다.
"그런 것 같군." 그는 슬픈 듯이 말했다. "동료들과 묻는 것을 도와주게." 그런 다음 그는 돌아서 걸어갔다. 할스도 내 옆에 와 있었다. 우리는 열차에서 삽을 가져와 제방 위 멀지 않은 곳에 구덩이를 파기 시작했다. 라우스 하사와 다른 일행들은 신분증을 찾기 위해 시체들의 옷가지를 뒤졌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이 불쌍한 녀석들은 민간인 신분이 아니었다. 할스와 나는 두 구의 시체를 쳐다보지 않고 구덩이로 옮기기 위해서는 커다란 용기가 필요했다. 우리가 흙으로 덮고 있을 때 출발 신호가 울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추워졌지만 역겨움 때문에 추위를 느낄 겨를이 없었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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