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토니오: 그래쉬아노,
난 세상일을 있는 그대로 볼 뿐일세.
세상은 모두가 각자의 역을 맡아연기를 해야 하는 무대지. 내가 맡은 역할은 슬픈 역이야.

그래쉬아노: 그럼 난 어릿광대역이나 맡겠네.
늙으면 당연히 찾아오는 주름살이니,
웃고 즐기면서 살아야지.
속을 태우는 신음소리로 심장의 피를 말리느니
술이라도 마시면서 간을 덥히는 게 낫겠지.
몸속에 따뜻한 피가 흐르는 사람이 뭣 때문에
할아버지 석상처럼 앉아 있어야만 한단 말인가?
눈을 뜨고 잠을 잘 텐가?
그리고 까다롭게 굴다가 황달병에 걸리면 어떡할 건가?
내 말해 주지, 앤토니오.
난 자네가 좋아.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이 세상에는 물이 고여 썩은 냄새가 나는 늪처럼
생기 없고 딱딱한 표정을 한 자들이 많이 있다네.
그런 자들은 일부러 과묵한 체하는데,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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