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스페인을 비롯한 여러 유럽 나라에서 온 아르헨티나 주민들에게 그들의 새로운 역사와 지리를 각인시키려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중앙정부는 이 나라의 얻은 것과 잃은 것 모두에 대한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만족해했다. ‘잃은 것‘은 영국이1830년대부터 영구 지배하기 시작한 포클랜드 제도다. 1830년대이전에는 영국, 프랑스, 스페인,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그 섬들에 거주하고 있었다. 영국의 점령 후, 아르헨티나 학생들은 그 섬들이 자신들에게서 훔쳐 간‘ 국토라고 교육받아오고 있다. 포클랜드 제도를 두고 1982년에 영국-아르헨티나 사이에 벌어진 전쟁은 그런 교육적 도그마를 한결 강화했다. 보다 최근에는 어린 학생들에게 "여러분의 조국에는 남대서양의 많은 섬과 남극 일부도 포함됩니다"
고 가르치는 지경이다.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자기 나라의 경계를 배우면서 칠레나 우루과이 같은 나라 사이의 국경선을 아전인수식으로 숙지하도록 요구받는다. 모든 국민은 포클랜드 동쪽 섬과 서쪽 섬의 모양새를 알고 있어야 한다.
1994년 개정된 아르헨티나 헌법은 "아르헨티나는 불확정된 국경선을 가진 불완전한 국가"라는 점을 국민에게 다시금 상기시켰다. ‘잃어버린 영토‘의 수복은 그 국가적 사명을 완수하는 핵심이다. 이것이 또 다른 포클랜드 전쟁을 불가피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나라에 국경 관련한 교육 및 문화적 여한을 남기기는 한다. - P56

‘국토의 완성‘이라는 욕망

자국의 영토와 국경 분쟁을 매우 진지하게 대하는 나라는 아르헨티나뿐이 아니다. ‘국토의 완성‘이라는 욕망은 세계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때때로 그것은 과거의 향수에 젖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국가나 국민이 지금보다 큰 과거의 영토를 회상하며 ‘황금시대‘였다고 곱씹는 경우는 흔하다. 아르헨티나가 남대서양의 ‘잃어버린영토‘에 집착하는 한편, 다른 나라들은 대(大)라는 수식어를 쓰면서 영광스러웠던 제국의 과거를 되살리는 꿈을 꾼다.
예를 들어, 헝가리에 가보면 ‘대헝가리‘라는 표어를 (대 아르메니아‘만큼이나) 쉽게 볼 수 있다. 그 경계는 지금의 공식 헝가리 영토와 일치하지 않는다. 1920년, 트리아농 조약은 헝가리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서 분리해 냈다. 1920년 이후 헝가리의 국경은 다시 조정되어, 국토가 원래보다 3분의 1정도로 줄어들었다.
내륙 국가가 되었으며, 잃은 영토는 다른 나라들에 배분되었다. 수백만 명의 헝가리계 주민이 루마니아 같은 나라의 국민이 되어버렸다. 트리아농 조약의 100주년이 다 되어갈 무렵, 헝가리 민족주의자들은 ‘잃어버린 영토‘와 ‘씻지 못한 국치‘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 P5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