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안을 들여다보면, 대다수 이란 사람들이 어째서 산악지대에몰려 살고 있는지 그 황량하고 혹독한 풍경을 보면 이해가 된다. 산을 가로질러 오가며 교류하는 것이 쉽지 않은 탓에 인구가 밀집된 산악지대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문화를 발전시켜온 경향이 있다. 그래서 각 소수 민족은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고수하면서 흡수 통합에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란은 현대 국가로서 국민의 단결이나 화합정신을 발전시키는 데 한층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또 산 때문에 주요 인구 분포지가 넓은 땅덩어리에 드문드문 흩어져 있다 보니 최근까지도 밀접하게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에도 이 나라 도로는 절반 정도만 포장된 상태다. 그래서 뭉뚱그려 이란 국민이라고는 해도 다양한 소수 민족 출신인 경우가 많다.
일명 파르시 Farsi라고도 하는 페르시아어는 이란 국민의 60퍼센트가 사용하는 공식 언어다. 그러나 쿠르드족, 발루치족, 투르크멘족.
아제르바이잔인(아제리족), 아르메니아인 모두 각기 고유 언어를 따로 가지고 있으며, 아랍인, 체르케스인, 그리고 반유목 생활을 하는 루르족 같은 여러 소수 집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조지아어를 쓰는 마을도 있는데 대략 8천 명의 유대인이 사는 이 작은 공동체는 기원전 6세기에 벌어진 바빌론 유수(Babylonian Exile, 유다 왕국이 멸망하면서 신바빌로니아에게 정복당한 많은 유대인이 바빌론으로 끌려간 사건까지 그기원이 거슬러 올라간다. - P71

특히 쿠르드족이나 아제리족처럼 비교적 큰 집단에 존재하는 이러한 다양성 때문에 이 나라 역대 통치자들은 늘 강력한 중앙 집권과 억압적인 통치를 행사할 수밖에 없었다. 소수 집단을 통제해서 어떤 지역도 떨어져 나가거나 외부 세력을 끌어들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했기 때문이다. 전임자들의 이런 정책 기조를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라고 무시할 수는 없었다.
쿠르드족은 국가의 공격적인 동화 정책에 맞서 자체 문화를 고수하는 산악지대 사람들의 가장 전형적인 표본이라 하겠다. 이란 정부가 소수 민족에 대한 통계를 명확히 밝히기를 꺼리다 보니 이들의 정확한 수를 따지기는 어렵다. 그러나 많은 자료들을 참고해서 추정해 보면 쿠르드족은 이 나라 인구의 10퍼센트를 차지하는 대략 850만 명정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16퍼센트 정도 차지하는 아제리족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소수 민족이다. 이들 대다수는 이라크와 터키의 쿠르드족 정착촌과 인접해 있는 자그로스 산맥 지역에 주로 거주하는데 그들과 마찬가지로 이들 또한 쿠르드 독립국가를 건설하겠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들은 민족성, 언어, 독립적 기풍, 그리고 시아파가 지배하는 나라에서 그들 대다수가 수니파라는 사실때문에 수세기 동안 중앙의 당국과 갈등을 빚어왔다. 제2차 세계대전말의 혼란스러운 틈을 타 소규모 쿠르드족 지역들이 독립을 선언한적도 있으나 중앙 정부가 정국을 장악하자 채 1년을 버티지 못했다.
가장 최근에는 1979년에 이란 혁명‘이 벌어지자 또다시 봉기를 일으켰지만 이란군은 3년에 걸쳐 이들을 진압한 적이 있다. - P72

이란이 세계에서 4번째로 원유 매장량이 많고 천연가스도 2번째로많은 사실만 두고 보면 이 나라는 굉장히 잘사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1980년에서 1988년까지 이어진 이란-이라크 전쟁 동안 아바단의 정유시설이 거의 파괴되었고 최근 들어서야 전쟁 이전의 생산량을 겨우 회복한 상태다. 또 이란의 화석 연료 산업은 비효율적인 걸로 악명 높은데 국제적인 경제 제재로 인해 첨단 기자재를 들여오기가 어려워진 현실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란에서 일할 의향이 있는 해외 전문가들의 수 또한 한정돼 있을 뿐 아니라 이란산 연료를 구입하려는 국가들 또한 많지 않다.
이란에게 가장 중요한 수출 상품은 뭐니 뭐니 해도 에너지다. 주요 유전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라크와 맞닿은 지역에 있고,
좀 더 작은 유전들은 내륙의 콤근처에 있으며, 가스전은 주로 부르즈 산맥과 페르시아만 쪽에 집중돼 있다. 따라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오만orman만으로 들어가는 것이 주요 수출로 중 하나가 된다. 이곳이 이 나라가 개방된 해양 항로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데 가장 좁은 곳은 너비가 34킬로미터에 불과하다. 그리고 어느 방향에서든 선적 항로의 폭은 3킬로미터를 겨우 넘는 정도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그 사이에 3킬로미터의 완충지대를 두고 있다. 이란에게 이곳은 양날의 검이라 할 수 있다. - P74

현재 약 3천5백만 명이 사는 이 나라에는 1세기 전에는 대략 2백만 명이 살았다. 그들 대다수는 유목민이었다. 아라비아 반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이 나라 국토의 대부분은 사막지대다. 이곳에는 석유와 모래 말고는 별다른 것이 없다. 사우디아라비아를 20세기의 주요 국가로 성장시킨 것은 다름 아닌 화석에너지원이었다. 석유야말로 이 나라가 주요 동맹국이자 보호국과 맺고 있는 관계의 근간이기도 하다. - P147

그 나라는 바로 미국이다. 석유는 이 나라에 엄청난 부를 안겨주었고, 이 부는 <이슬람 원리주의>라는 극단적인 브랜드인 해석을 수출하는 이 나라를 석유에 목말라하는 권력 구조 사이에서 살아남게 해주고 있다. 최근에도 사우디아라비아를 가장 유명하게 만든 것은 국왕이나 석유 갑부가 아닌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세계가 조금씩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모래와 검은 원유밖에 없는 국토, 다루기 힘든 국민들, 정통성 시비에다 안팎의 적들에게까지 시달리는 사막 국가의 왕조는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이 나라에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현대화다.
21세기에 살아남으려면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활용하는 기술을 이용해야 한다. 물론 이 길은 쉽지 않다. 그러나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이 시도는 중동의 보다 넓은 지역과 그 너머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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