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천2백 년 전에 중국의 진시황제는 "현재를 비판하기 위해 과거를 이용한" 사람들한테 사형 명령을 내렸다. 아스텍 사람들은 15세기에 멕시코 계곡을 정복했을 때 과거 국가의 기록을 없애버리려 했고, 1620년대에 그 지역을 정복한 스페인 사람들은 아스텍 사람들의 모든 기록을 없애버리려 했다.
20세기에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스탈린이나 히틀러의 공식 역사가들에게 도전한 사람들은 투옥과 망명과 사형을 당했다. 30년 전만 해도 스페인 역사가들이 바스크 지방의 게르니카 시 폭격 사건을 파헤치거나헝가리 역사가들이 1956년의 사건들을 조사하는 것은 금지돼 있었다. 이런일은 최근까지도 계속돼 왔다. 그리스의 내 친구들은, 제1차세계대전 전에 그리스가 어떻게 마케도니아의 대부분을 합병했는지를 정부와 다르게 설명했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았다.
서방 공업국에서는 노골적인 국가 탄압이 비교적 흔치 않은 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나 더 은밀한 방식으로 통제가 이루어진다. 이책을 쓰고 있는 지금 신노동당 정부는, 학교에서 영국의 역사와 업적을 강조해야 하며 위대한 영국인들의 이름과 연대기를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여전히 기성 지배 세력의 의견에 가장 가까운 역사가들이 명예 학위를 차지하는 반면, 그 의견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대학에서 중요한 자리를 맡지 못한다. ‘타협‘은 여전한 ‘출세 방법‘이다.
최초의 파라오 시대(5천 년 전) 이후로 지배자들은 자신과 선조들이 이룩한 ‘업적‘을 나열한 것을 역사로 내세워왔다. 그런 ‘위대한 인간들‘이 도시와 기념물을 세웠고, 번영을 가져왔고, 위대한 업적과 군사적 승리를 이룩했으며, 반대로 ‘악한 인간들‘이 세상에 온갖 나쁜 것을 퍼뜨려왔다는 식이다. 최초의 역사 문헌들은 군주와 왕조의 이름을 나열한 것들로서, ‘왕들의 목록‘이라 불린다. 40년 전까지 영국의 학교에서는 이런 족보를 배우는것이 역사 수업의 주된 부분을 차지했다. 신노동당(그리고 야당인 보수당)은 이런 교육을 부활시키려는 듯하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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