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관료들은 과거 세 곳의 오스만 제국 동쪽 행정 지역, 즉 빌라예트들을 하나의 국가로 묶어 자신들의 통치하에 두기로 결정했다. 영국이 원래 ‘메소포타미아‘로 불렀던 이 지역은 이제 이라크가 되었고 북쪽 지역과 모술에는 쿠르드족이, 서쪽 지역과 이라크 중심부 및 바그다드에는 이슬람 종파 중 수니파가, 그리고 남쪽 지역과 바스라에는 시아파가 각각 자리를 잡았다. 문제는 이 세 지역에 공통된 정체성 같은 것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바스라는 페르시아만과 남쪽으론 인도를 향하고 있었고, 바그다드는 동쪽으로 페르시아와 이어져 있었으며, 모술은 서쪽의 터키와 시리아를 마주보고 있었다. 차이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인구나 종교적 구성만 보더라도 쿠르드족, 터키 쪽에서 흘러들어왔으며 네스토리우스(Nestorian)파라고도 불리는 아시리아 기독교인 (AssyrianChristian), 바그다드에서 제일 비중이 큰 단일 민족인 유대인, 신자르산맥(Mount Sinjar)에 모여 살고 있는 야지디(Yazidi)족, 거기에 투르크멘(Turkoman), 아르메니아(Aremenian), 칼데아(Chaldean), 사비아(Salbean) 및 페르시아인들까지 더해져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물론 그중 대다수는 아랍어를 사용하는 아랍 민족이었지만 그들 역시 종교적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시아파와 소수인 수니파로 갈라져 있었다.
영국은 이라크로 통일된 이 나라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왕을 내세우는 것이라 생각했고, ‘메카의 수호자‘의 아들이자 지난 전쟁에서 아랍 봉기를 이끌었던 파이살 왕자를 후보로 염두에 두었다. 시리아의 왕으로 잠시 옹립되었다가 프랑스에 의해 쫓겨난 상태였던 파이살 왕자는 당시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았다. 그는 국민투표를 통해 이라크의 왕이 되었는데 놀랍게도 찬성표가 무려 96퍼센트를 차지했다. 더 놀라운 건 투표에 참여한 국민들 대다수가 문맹이었다는 사실이다.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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