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과 시진핑은 지난 14개월 동안 이미 여섯 차례나 회동을 가졌고 2014년 5월 상하이 회동이  일곱 번째 만남이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어느 논평가의 말처럼 "서방측과의 협력이라는 과거의 장밋빛 꿈"은 "서방측이 러시아의 국제적인 고립을 획책함으로써" 모두 사라져버렸다. 그런 러시아에게 중국은 또 다른 대안이었다. "우리는 해당 지역과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 모두에서 똑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푸틴의 말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자신들이 "일극 체제"라 부르는 미국이 "절대적 주도권을 쥐고 있는"
국제적 체제는 물론 비정부 기구며 활동가들이 사주하는 체제 변동과 민주주의 확산 운동 모두에 힘을 합쳐 대항하기로 했다. 양국이 중요하게 내세우는 건 다극화 체제, 그리고 무엇보다 자국 문제를 스스로 알아서 하겠다는 각자의 "절대적 주권" 이었다.‘
양국의 논의사항들 중 가장 중요한 문제는 막대한 규모에 이를 수도 있는 천연가스 거래 건이었다. 협상은 지난 10년간 지루하게 계속 이어져왔지만 이젠 어떻게든 매듭을 짓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중국은 환경오염을 줄이고 경제성장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앞으로 천연가스를 더 많이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유럽 시장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벗어나 보다 다양한 시장을 필요로 했던 러시아는 석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수요가 엄청나며 국제 전략과 경제 문제 모두에 있어 좀 더 상호 협력이 가능한 새로운 국가에 자국의 미래를 걸어야 했다. 중국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나라였으며, 그 덕에 경제 관리 및 이른바 ‘베이징 콘센서스(Beijing consensus)‘라 하는국가 주도형 자본주의를 앞세운 중국 경제 모형의 가치도 크게 올라가 있는 상황이었다. - P182


러시아의 동진 정책은 에너지 자원 문제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그시작은 250억 달러를 들이고 2,800마일(약 4,506킬로미터 옮긴이)에 걸쳐 건설한 동시베리아-태평양(Eastern Siberia - Pacifie Ocean. ESPO)송유관이었다. 2018년 러시아는 아시아 지역에 185만 배럴의 석유를공급했고 그중 3분의 2 이상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갔다. 2005년까지만해도 러시아 석유 수출량의 불과 5퍼센트가 중국의 몫이었지만 지금은 30퍼센트 가까이에 이르며, 러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중국최대의 석유 공급처가 되었다. 양국의 석유 거래를 더욱 공고히 하기위해 중국은 향후 25년 동안 계속해서 석유를 공급받기로 하고 로즈네프트에 800억 달러의 선금을 이미 지급했다.
이런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위협할 만한 요소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러시아는 한때 갈등의 중심이 되었던 동쪽 국경 지대에서 인구가 적고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을 골라 중국 국민들이 계속 이주하는 상황을 두려워하고 있다. 국경선이 눈에 보이게 드러나 있지 않은 이 극동의 오지에 혈통적으로 중국계에 속하는 합법, 그리고 불법 이민자들이 약200만 명에서 500만 명 이상 모여들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물론 그숫자를 훨씬 더 낮게 보는 쪽도 있지만, 어쨌든 수치에 상관없이 푸틴은 이 지역의 경제적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한 근처에 남아 있는 소수의 러시아계 국민들이 결국 중국계 국민들에게 잠식당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 P185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중국과의 교류와 중국으로부터의 투자를 적극받아들이고 있다. 자신들의 독재 정치 체제를 바꾸는 데 베이징은 아무런 관심이 없으며 선거 방식을 비판하거나 인권운동가들을 지원할 의사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이 국가들의 정부 관료들은자신들이 살았던 시절에 그랬듯 지금도 여전히 러시아어로 모든 사업들을 진행해오고 있지만 중국이 갖는 경제적 영향력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중국의 존재감이 빠르게 커지고 중국에 대한 의존도 또한 늘어나면서 이 중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상황이다. 일반 국민들의 경우는 오히려 중국의 이런 영향력과 농지 인수 같은 문제들에 대해 의구심과 원망을 동시에 품고 있고, 정부는 정부대로 모스크바와 베이징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하는지 우려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계속해서 지원과 도움을 약속함으로써 이들 국가가 중국과 지나치게 가까와지는 걸 경계한다. - P192

하지만 경제적 측면에서만 보자면 중국에게는 미국이 러시아보다 훨씬 더 중요한 시장이다. 무역 전쟁과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일어나기 전인 2018년, 중국은 러시아에 350억 달러 규모의 상품을 수출했지만 미국으로의 수출 규모는 4,100억 달러에 달했다. 크림 반도와 우크라이나 사태 때문에 러시아와의 금융 거래에 대한 제재 조치가 실시되었을 때에도 중국의 주요 은행들은 그 조치를 거스르려 하지 않았다.
러시아와의 얼마 되지 않는 거래를 유지하기 위해 달러화 체제 및 국제 자본 시장에서 제외되는 상황을 감수할 순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러시아와의 거래는 얼마 되지 않는 특별한 은행들에게 맡겨졌다.
하지만 상황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은 2019년 12월 2일을 기점으로 좀 더 또렷이 드러났다.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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