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레---오페라도 보러 가셨나요?
뒤라스-----오페라는 내겐 진력나는 부르주아들의 사교 행사였어요.
막이 오르자마자 질려버렸죠. 지나친 스펙터클 장치로 인해 시각은 포화 상태에 음악적 효과는 빈약해졌죠. 음악은, 진정한 음악은 절대 다른 무엇의 배경이 될 수 없거든요. 음악만으로 우리를 전부 채워야 또는 전부 비워야 하죠.
- P36

"인간의 의식을 단순화하려는 그 모든 시도가그 자체로 파시스트적이었죠. 그런 의미에서는스탈린주의나 나치즘이나 다를 바 없어요."
- P39

토레--저널리즘은 어떤 기능을 해야 할까요?
뒤라스--언론이 없다면 모르는 채로 지나칠 사건들에 대해 여론을 조성해야겠죠.
직업인의 객관성이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어요. 난 그보다는 명확한 ‘입장 표명‘이 더 낫다는 쪽이에요. 일종의 도덕적 스탠스라고 할까요. 작가도 자신의 책들을 통해 완벽하게 드러낼 수 있죠.
토레--선생님은 각종 사건, 사고 들에 늘 깊은 관심을 보이셨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인데요. 종종 텔레비전이나 일간지들을 통해 입장을 밝혀서 여론의 혹독한 질타를 받기도하셨어요.
뒤라스--생각한 걸 이야기하고, 사회적 부당함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묵과를 고발하기 위한 시도예요. 알제리전쟁이라든가 전체주의 체제의 부상, 지구촌의 군국주의화, 사회의 도덕성 강요 등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기를 촉구하고 싶은거죠. 난 늘 그런 시도를 해왔어요.
내게 가장 흥미로운 건, 그 모든 것이 개개인에게 미치는영향이에요. 개인에게 내재된 광기나 동기 없는 충동적 행위, 치정이나 분노로 인한 범죄 같은 거요. 아니면 그저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사건들처럼 사법 시스템에 의해 비로소 드러나게 되는 인간의 다양한 면모에 관심이 집중되기도 하고요. - P51

토레--인류의 미래와 진보에 대해선 어떤 그림을 그리시는지요?
뒤라스--자동화, 원거리통신, 정보화 등이 인간의 수고를 덜어준 끝에 결국 창의력을 둔화시킬 거예요. 기억을 잃은 납작하고 밋밋한 인류가 될 위험이 있죠.
하지만 인류의 문제점에 대해선 아무리 떠들어대봤자 소용없어요. 우리는 하루하루, 자신과의 끊임없는 투쟁을 이어가고 있으니까요. 해결할 수 없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하면서, 아니면 늘 그렇듯 신의 문제에 직면하면서.
- P55

토레--인류의 행복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사람들의 불안감은 스스로 자기 인생의 심판이 아니며 원하던 수준에도 도달하지 못했다는비극의 자각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요."

뒤라스--그 말, 그 행복이란 말은 절대 내뱉어선 안 돼요. 우리가 단어에 부여한 의미 자체로 예외적인 것으로 들릴 수 있고, 사정거리 바깥에 있는 것처럼 여겨지니까요. 닿을 수없고, 대단히 신비롭게 말이에요.
- P56

뒤라스--
사람들은 흔히 삶이 사건별로 연대순으로 식별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실은 사건들의 사정거리가 어느 정도나 되는지 알지 못해요. 우리의 잃어버린 감각을 되살리는건 기억이죠.
하지만 우리가 볼 수 있고 말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은 우리가 경험한 것들의 표면, 외피에 불과해요. 나머지는 되살려낼 수 없을 만큼 우리 안에 어둡고 깊숙하게 도사리고 있조.. 기억이 강렬할수록, 통째로 드러내기가 어려워져요..
난 전통적인 의미의 기억 되살리기는 관심 없어요.우린 구미대로 자료를 파내는 보관소가 아니니까요. 더구나 기억을 잊는 건 절대적으로 필요해요. 만일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의 80퍼센트가 기억 저편으로 물러나 있지 않는다.
면, 사는 게 참을 수 없어질 거예요. 망각과 구멍이야말로 진정한 기억이죠. 우리를 회상과 맹목적인 고통의 압박에서 구해주는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잊어요.
- P87

뒤라스--글쓰기란,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이 아니에요. 그보다는 이야기를 둘러싼 것들을 환기시켜, 이야기를 중심으로 순간을 창조하고, 이어서 또 다른 순간을 계속해서 창조하는 작업이에요. 거기엔 모든 것이 있고, 아무것도 없을 수도 있으며, 두 경우가 교환 가능할 수도 있죠. 우리의 삶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처럼 말이에요.
토레--그걸 선생님의 반복적이고 돌발적인 조건법 시제 사용에 대한 설명으로 보아도 될까요?
뒤라스--조건법은 영화만큼이나 문학의 바탕이 되는 작위적인 아이디어를, 다른 어떤 시제보다도 그럴듯하게 만들어줘요.
모든 사건이 다른 무엇의 잠재적이고 있을 법한 결과로 보이게 되죠. 그래서 아이들이 허구의 결말을 의식하는 동시에 가벼운 게임을 즐기는 기분으로, 끊임없이 조건법 동사를 변형하며 노는 거예요. - P88

"인간 존재는 그저 단절된 충동들의한 묶음일 뿐이에요.
문학은 그 상태 그대로를 복원해야 하죠."
- P120

 욕망은 잠재적인 활동이고, 그래서 글쓰기와 흡사해요. 우리는 늘 글을 쓰듯 욕망하죠.
실제로 난 글을 쓰는 순간보다. 글을 쓰려고 자세를잡는 순간에 더 글쓰기에 사로잡힌 기분을 느끼거든요. 욕망과 쾌락 사이의 차이점은, 글쓰기가 시작될 때의 카오스와 종이 위에서 가벼워지고 환해지는 카오스의 결과물 사이의 차이점과 똑같아요.
카오스는 욕망 속에 있죠. 쾌락은 우리가 이룬 것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에요. 나머지는, 우리가 욕망한 것의 대부분은 그대로 남아요. 영원히 잃어버린 채로.
- P174

"우리는 늘 우리 본연의 모습인 단일성에 도달하기 위해 기를 쓰지만,
우리의 풍요로움은 바로 그 범람에 있는 거예요."
- P183

토레--혼자라고 느끼시나요?
뒤라스--모든 사람들처럼요. 우리 모두가 두려워서 끝까지 감추려고 애쓰는 그 궁극의 고독을 느끼죠. 하지만 하루도 혼자만의 시간이 없다면, 그런 환경이라면, 숨쉬기도 힘들 것 같아요. - P186

토레--페미니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뒤라스--나는 진정한 여성해방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다소 근시안적인 모든 형태의 투쟁을 경계해요. 거기엔 이데올로기 자체보다 더 제도화된 반이데올로기가 존재하거든요. 의식이 있고 정보가 있는 여성은 그 자체로 당연히 정치적인 여성이에요.. 자신의 육체를 대표적인 순교지로 만들면서, 게토 속에 틀어박히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말이에요.
토레--선생님이 말씀하셨듯이 침묵은, 침묵의 실행과 이해는,
여성다움의 척도가 될 수 있을까요?
뒤라스--여성은 모호함을 거부하거나 두려워하는 대신, 자신의 말속에 담긴 침묵까지도 통째로 번역하고, 포용해요. 반면에 남성은 침묵의 힘을 조금도 못 견딘다는 듯이, 말해야만할 필요성을 느끼죠..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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