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닌 것이 되는 게 좋아요?"
"다시 원래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걸 안다면, "
"원래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적은 없어요?"
가후쿠는 잠시 생각했다. 그런 질문을 받은 건 처음이었다. 도로는 정체되고 있었다. 그들은 수도고속도로에서 다케바시 출구로 향하는 참이었다.
"그런다고 달리 돌아갈 데도 없잖아." 가후쿠는 말했다.
미사키는 그 말에 의견을 말하지 않았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가후쿠는 쓰고 있던 야구모자를 벗어 모양새를 점검하고 다시 썼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타이어가 달린 대형 트레일러 옆에서 노란색 사브 컨버터블은 그야말로 보잘것없어 보였다. 마치 거대한 유조선 옆에 떠 있는 관광용 소형 보트 같다.
"괜한 소리인지도 모르지만." 미사키가 조금 뒤에 말했다.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돼요?"
"좋아." 가후쿠는 말했다.
"가후쿠 씨는 왜 친구를 안 만들죠?"
가후쿠는 미사키의 옆얼굴에 호기심 어린 눈빛을 던졌다. "내가 친구가 없다는 걸 어떻게 알지?"
미사키는 살짝 어깨를 움츠렸다. "두 달 가까이 날마다 차로 모시다보면 그 정도는 알죠."

- 드라이브 마이 카 - P32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다는 건, 특히 남자와 여자가 관계를 맺는다는 건, 뭐랄까, 보다 총체적인 문제야. 더 애매하고, 더 제멋대로고, 더 서글픈 거야."

-드라이브 마이카  - P37

 하지만 아무리 잘안다고 생각한 사람이라도,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타인의 마음을 속속들이 들여다본다는 건 불가능한 얘깁니다. 그런 걸 바란다면 자기만 더 괴로워질 뿐이겠죠. 하지만 나 자신의 마음이라면, 노력하면 노력한 만큼 분명하게 들여다보일 겁니다. 그러니까 결국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나 자신의 마음과 솔직하게 타협하는 것 아닐까요? 진정으로 타인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나 자신을 깊숙이 정면으로 응시하는 수밖에 없어요.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드라이브 마이카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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