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공습으로 마을이 거지반 불에 타 버린 지 한달이 지났다. 근처에 해군 특수 공격정 기지가 있어서 우타네 마을은 피해가 유독 컸던 것이다. 다른 마을 사람들은 산으로  도망갔다가 식량과 생필품 같은 걸 가지러 타다 남은 집으로 내려올 여유도 있었으나, 우타네 마을은 첫번째 폭격으로 완전히 파괴되었다. 옷만 입은 채 산으로 피신한 우타네 마을 사람들은 함포사격에서 벗어나는 일도 중요했지만, 첫날부터 식량을 구하러 나서야 했다.
혼 불어넣기 - P39

...... 이동하는 군인들의 숨소리와 철모스치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왔다. 우타와 오미토는 모래에 턱을 묻고 숨죽인 채 몇 미터 앞을 지나가는 일본군 병사들을 응시했다. 스파이 혐의로 옆 마을의 경방단 단장과 초등학교 교장이 일본군에게 찔려 죽었다는 소문은 동굴에도 전해졌다. 바닷가 이웃 마을의 가히네사라는 남자가 자기 집에 들렀다가, 연안에 있는 미군 함정에 신호를 보내려 했다는 협의로 일본군에게 끌려가 돌아오지않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순진하게 아군이니까 자기들을 보호해줄거라 믿지 못하게 되었다. 
혼 불어넣기 - P40

"이게 돈이야?"
잠시 후 한 아이가 그렇게 말을 꺼내자, 모두가 일제히 비난을 가했다. 실제로 늘 사용하는 미국 달러 지폐에 비해 핑크와 노르스레한 색이 어우러진 천 엔짜리 지폐는 유치하고 천박해 보이기도 했거니와, 얼굴에 큰 점이 있고 깐깐해 보이는 노인네에게도 호감이 가지 않았다. 세 개의 동전 중에서도 돈같이 보인 것은 백 엔짜리뿐이었다. 그것도 ‘100‘ 이라고 쓴 숫자가 너무 커서 보기 흉했다. 5엔짜리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새것이라 금화 같다고 평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구멍이 뚫려 있는 게 꼴불견이라고 하는 아이도 있었다. 나는 색깔은 맘에 들었으나, ‘五엔‘이라고 쓰인 한자는 낯설었다. 게다가 이걸로는 반지도 못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는 5센트짜리 동전으로 반지를 만드는 게 유행이었다.
테두리를 숟가락으로 두드려 납작하게 만들고...
브라질 할아버지의 술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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