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코로나19 이후의경제와 자산시장KTB투자증권 수석 연구위원 김한진

이번에도 똑같다 vs.이번엔 다르다
이번에도 똑같다: 부채 사이클과 경기 사이클
경제와 금융시장은 어떻게 반복되는가? 역사를 돌아보면 그 안에 답이 있다. 어떤 경우든 경제위기 전에는 돈(유동성)이 많이 풀렸고,
빚(부채)이 무분별하게 늘어났으며, 이 돈과 부채가 만나 자산시장에서 뭔가 거품이 될만한 일이 일어났다. 그리고 경기가 꺾이면서 빚을 많이 지고 있거나 가격이 폭락한 금융상품을 쥐고 있는 금융회사들이 대규모 손실을 봤다. 정부와 중앙은행은 이를 수습하느라 항상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 그리고 그 유동성이 또다시 거품을 만들고, 그게 또 터지고.. 경기와 자산시장은 그렇게 순환을 반복해왔다.
파티와 위기를 만드는 레시피는 늘 비슷했고 재료도 엇비슷했다. 물론 위험이 배양되는 숙주와 거품을 터뜨리는 촉매는 매번 바뀌었다. 어떤 때는 그 숙주가 꿈을 춤은 성장주였고 (2000년 닷컴 버블)또

어떤 때는 부실 주택담보대출과 관련 파생상품이었다(2008년 금융위기).
위기의 종류도 신용위기, 금융위기, 외환위기 등 다양했고 어떤 때는 혼재되어 나타났다. 위기의 방아쇠도 때마다 달랐는데 지금은 기괴하게도 코로나19라는 미생물이 거대한 세계 경제를 일시 멈춰세워 shut down 부채가 많이 쌓인 곳에서 신용경색이 왔다. 그렇다면 이 바이러스만 사라지면 모든 것이 원위치되고 경제는 곧바로 정상화될까?
어떤 충격이든 충격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고속으로 달리던 자동차가 급제동을 한 뒤 정상 속도를 회복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것과 같은 이치다. 앞으로의 경기회복 과정을 엿보기 위해 지난 수년간 일어난 일을 살폈다. 유동성과 부채 사이클이란 이름의 자동차 운행기록이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4대 기축통화국(미국, 유로, 영국, 일본)의 중앙은행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3배속으로 돈을 찍었다. 빚은 어떤가? 지금 세계 부채는 미국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다. 전 세계 기업과 가계, 그리고 국가 단위까지 지구촌 곳곳에서 빚이 빛의 속도로늘었다. 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금융 부문을 제외한 전 세계 부채는 2008년 대비 2배나 늘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들 돈과 부채는 그간 여러 자산 가격을 끌어올렸다. 주식과 주택은 물론 상업용 부동산과 낮은 신용등급의 회사채, 각종 자산유동화 증권, 재정이 부실한 국가의 국채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적지 않은 과열이 있었다.

코로나 19로 각국의 회사채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투기등급으로 추락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은 경기둔화 국면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부채조정 모습이다. 이게 길어지면 돈을 갚기로 약속한 신용시장의 신뢰가 무너지고 누군가의 투자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리고 이는 경기를 위축시키고 정책 수단을 고갈시킨다. 지금 사상 유례없는 정책지원이 펼쳐지고 있지만 이 또한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들은 10여 년 전 일( 세계 금융위기)을 벌써 잊고 있는 듯하다. 위기란 늘 비슷한 이유로 발생됐고, 비슷한 정책을 불러왔으며, 비슷한 패턴으로 수습되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번엔 다르다:위험의 숙주와 촉매
역시는 반복된다. 물론 조금씩 다르게 반복된다. 위기의 발생과 경기하강, 그리고 자산 가격 하락은 사실상 동의어다. 이번감염병이 장기간 부풀어 오른 부채를 타격하는 동시에 경기가 리세션에 들어가는 모습은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와 판박이다. 미국의 경우 당시는 담보대출이 금융 위험을 키웠지만 지금은 낮은 신용등급 기업들의 회사채 과잉 발행과 차입이 위험을 키웠다. 은행차입보다는 채권발행이 선호했고, 저금리로 이들 신용상품의 인기가 뜨거웠다. 은행들은 투기등급 회사에 대한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대출채권담보부증권 clo을 발행해 위험을 피하는 신공을 발휘했다. 중앙은행의 초 완화 정책은 높은 이자를 주는 이들 신용상품 과열에 멍석을 깔아줬다.
그런데 2008년 위기가 미국만의 문제였다면, 지금은 그 위험이 지구촌 전체에 퍼져 있어 더 문제다. 어떤 나라는 기업부채, 어떤 나라는 기업부채, 어떤 나라는 가계부채, 또 어떤 나라는 국가 부채가 어느새 위험수위에 도달했다. 2008년엔 대형 금융사의 파산이 금융위기를 터트린 주범이었다면, 지금은 경제활동의 일시 멈춤 현상이 표면적 이유가 됐다. 2008년에는 주택담보대출 문제만 처리하면 금융부실이 정리 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처리해야 할 각국의 부채가 너무 많다. 물론 미국의 국가부채는 당장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다. 특히 지금 같은 저금리에서는 미 연방정부의 지급이자 지출은 국내총생산이나 재정수입 대비 안정적이다.  하지만 모든 나라가 미국처럼 국채를 무한정 찍을 수 있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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