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봉사의 등장으로 마을은 무질서한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예쁘든 밉든, 부자든 가난뱅이든, 젊든 늙었든 상관없이 여자들은 모두 옷감과 레이스, 리본, 단추, 재봉실, 평소에 꿈꿔온 디자인을 가지고 서로 경쟁을 벌였다. 뤄와 나는 여자들이 가봉을 하는 장면을 보면서 그들이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흥분과 조바심과 가슴 저 밑바닥에서 터져나오는 거의 본능적이라 할 욕망에 질색하고 말았다.
그 어떤 정치제도나 경제적 압박도 여자들에게서 이 세상만큼이나 오래된, 아마도 모성애만큼이나 오래됐을, 옷을 잘 입고 싶은 욕망을 빼앗지는 못했다.
 저녁 무렵, 마을 사람들이 가져온 달걀과 고기, 야채, 과일들이 흡사 제사에 쓰일 제물처럼 우리 집 부엌 한구석에 쌓였다. 대부분이 여자들이었으나, 그틈에 혼자 혹은 몇 명씩 무리를 지은 남자들도 기여있었다. 

그와 동시에 프랑스 소설의 영향임에 분명한, 눈에 잘 띄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러운 환상이 마을 사람들의 새옷에 뱃사람 디자인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깨 뒤로네모난 것을 드리우고 앞으로는 삼각으로 접은 천을 매듭 짓게 해서 바람에 펄럭이도록 한 세일러복을 입은 우리 마을 사람을 보았다면 뒤마 자신도 무척놀랐을 것이다. 마을 사람들의 옷에서는 거의 모두지중해의 냄새가 풍겨났다. 뒤마의 문하생이 되고만 늙은 재봉사가 만든, 선원풍의 파란 바지에 단 널찍하고 헐렁한 주머니 덮개는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거기에서는 꼬뜨다쥐르의 향기까지 풍기는것 같았다. 재봉사는 우리에게 가지가 다섯 달린 닻을 그리게 했는데, 그것은 그해 ‘하늘긴꼬리닭‘ 산골여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모티프가 되었다. 용케도 조그만 단추에다 금실로 닻을 수놓은 여자들도 있었다. 그런 반면 우리는 뒤마가 세밀하게 묘사한 깃발에 수놓은 백합이라든가, 몽테크리스토의 약혼녀 메르세데스의 코르셋과 원피스 같은 것들은 제봉사의 딸을 위해 비밀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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