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어떤 책이 ‘이미‘ 베스트셀러라는 사실 자체가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문화적 ‘장치‘라는 점은 강조할 만하다.
따라서 베스트셀러는 곧 베스트셀러 문화다. 베스트셀러는 선정하기 나름인 기술적이고 완전히 상대적인 개념이자.
그 자체로 호명이다. 즉 선정하고 언급하는 일 자체가 출판자본주의의 주체의 욕망에 의해 수행되는 일이다. 몇 부가 팔려야 과연 베스트셀러일까? 누가 그걸 정할까?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라 호명하는 그 양적 기준은 변해왔지만, 베스트셀러는 어떤 현상‘(붐 · 신드롬 따위)으로서 다른 ‘현상‘들과 마찬가지로 사회화된 욕망구조의 단면을 보여주는 척도임에는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이 보여주는 욕망은 독자들만의 것이 아니라, 그것과 상호작용하는 어떤 지배적인 힘들의 것이다.

 가네야마 또는 김 선생은 얼마나 많았을까? 무수한 김 선생들에게 ‘8·15‘는 일본적인 것과의 완전한 단절을 의미하는 기호였다. 당대의 화두는 오염되지 않은 민족적인 것으로의 귀환‘ 이었다. 왜냐하면 해방 전 몇 년간, 실제로 조선민족은 자기 말과 심지어 이름조차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가네야마에서 본래의 김씨로 ‘돌아오고‘ 일본어에서 조선어로 ‘귀환‘함으로써, 식민지는 청산되고 새로운 조선이 건설될 수있다고 믿어졌다.
(별쟁이)의 희비극적인 삽화는 해방 직후 유년기를 겪었던 많은 문인들도 증언하는 것이다. 박완서는 자전적 소설<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서, "일본어를 가르치던 국어 선생님이 그냥 우리말의 국어 선생님으로 눌러앉아있는 건 잘 이해가 안 됐다"고 말한다. 비평가 유종호도 <나의 해방전후>에서, 같은 교사의 입을 통해 어제까지 듣던 말과는 정반대의 말을 듣게 되었을 때의 충격, 국어라는 이름 으로 일본말을 배우던 학교에서 국어라는 이름으로 조선에를 배우게 되었을 때의 충격을 증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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