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화도 잘 내지만 잘 웃는 사람이어서 아버지의 찾은 실직에도 개의치 않고 쾌활함을 이어갔다. 아버지는 오보에도 잘 불고 요리도하고 나도 잘 돌보았다. 아버지가 차린 저녁 식탁에 마주앉을 때면 두 사람은 사소한 얘기를 끊임없이 나누었고 내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웃었고, 웃고 나서는 어리둥절해하는 나를 보며 다시 한번 웃음을 터뜨렸다. 결국 이유도 모르고 나도 함께 웃었다. 두 사람은 나를 웃기려고 그랬다.
는 듯 만족스러워했고, 나는 행복감을 느끼며 그들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런 순간의 충만감을 나는 오래도록 기억했다.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결코 웃지 않게 된 후에도 나는 그 장면을 떠올리며 웃음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다정한 공기가 어째서 희박해졌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외할아버지의 간병으로 인한 갈등이나 혹은그보다 오래 지속되어온 두 사람의 성향 차이, 불균형한경제적 부담 따위가 원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고작 내가 내린 결론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공기가 소멸하면 저절로 연소하는 촛불처럼 그저 그렇게 되어 버린 것이라고.

.....다음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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