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엄에서 본 조형물이 떠오른다. 남편과 나는 방학이면함께 여행을 다니고 항상 미술관에 들른다. 조형물은 정면
에서 보면 철사와 고철류를 아무렇게나 길쭉하게 뭉쳐놓은 덩어리이지만 벽에 비친 그림자는 곱슬머리 남자의 옆모습이다. 남편은 그 조형물을 잠자코 응시하더니, 쓰레기를 뭉쳐두니 사람이 되었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어떤 얼굴은 어둠 속에서야 모습을 드러내는 법이다.
종종 문자메시지에서 본 욕설이 떠오른다. 담당자와 통화할 때 억울한 표정을 짓는 남편을 볼 때, 길에서 어떤 남자가 툭 부딪히고도 사과하지 않고 가버릴 때, 계산하려고 내려놓은 물건을 슈퍼마켓 계산원이 무심코 바닥에 떨어드림 때, 그럴 때면 욕을 우겨넣기 위해 입술을 깨무는 기분을 느껴야 한다.

......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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