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소설의 언어는 두 기능, 즉 기능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진동할 수밖에 없다. 소설은 이야기의 집이므로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하고(기능성), 언어로 만드는 예술품이므로 이야기 없이도 존립할 수 있어야 한다(예술성), 그러니까 소설의 언어는 수단이면서도 동시에 목적이다. 이 역설을 견더내는 것이 관건이다. 이 작가는 어느 쪽도 놓치지 않는다. 여기에는 인간성의 위대함과 허약함을 동시에 꿰뚫는 이야기가 있고, 책 전체가 시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좋을 정도의 문장들이 있다. 참혹한 비극을 다룬 문학이 아름다워도 되는가. 라는 문제는 오랫동안 이 동네의 난제였다. 이 소설은 그 한 대답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