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아무리 힘껏 껴안아도 돌아다봐주지 않는 뒷모습이었습니다. 뭘 물어도 무슨 말을 해도 절대 돌아보지 않는 뒷모습이었습니다. 피를 나눈 자의 애원하는 소리에도절대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 뒷모습이었습니다.(59쪽) 

그녀가 무엇을 깨달았는지는 말하지 말자. 그저 이 뒷모습에 도달하기 위해 출발한 소설이라는 것만 말하자. 이 소설에 몇 개의 뒷모습들이 차례로 등장하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말하자면 뒷모습이 주인공인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 알게 된다. 인간의 뒷모습이 인생의 앞모습이라는 것을, 자신의 뒷모습을 볼 수
없는 인간은 타인의 뒷모습에서 인생의 얼굴을 보여 허둥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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