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마이클 커닝햄 지음, 정명진 옮김 / 비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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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을 읽기 전 조금의 사전 지식은 있어야 될 듯하다. 작가 마이클 커닝햄의 <세월>은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을 알고난 후 읽으면 더 이해가 빠를 것 같다. 부끄럽지만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버지니아 울프에 대해 아는 부분이 없었다. 작가 이름만 아는 아주 단편적인 것만 있었지, 그녀의 일생은 어땠는지, 어떤 작풍의 책을 적었는지, 심지어 작품 이름이 무언지 아는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나에게는 <세월>이라는 책에 섣불리 다가가기 힘들었고, 책을 읽으면서도 몇 번을 펼쳤다가 덮기를 반복했다.

 

 

 

버지니아 울프에 대해

  버지니아 울프는 1882년 1월 25일 런던에서 태어났다. 집안의 분위기는 대체적으로 지적이었지만, 어려서부터 정신질환 증세를 보일 정도로 매우 예민한 성격이었던 버지니아에게는 상당히 억압적이고 우울하게 여겨지기도했다. 아울러 의붓 오빠에게 성추행을 당한 어린 시절의 경험은 그녀가 평생 성(性)과 남성, 심지어 자신의 몸에 대해서까지 병적인 수치심과 혐오감을 지니게 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추정된다. 버지니아는 가뜩이나 예민한 신경은 명성이 높아질수록, 그리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큰 고통을 당했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울프 부부는 런던을 떠나 서식스 주 로드멜의 우즈 강 근처 별장에서 지내기로 한다. 전원생활에도 불구하고 버지니아의 불안 증세는 점점 심해지기만 했다. 보다 못한 레너드가 억지로 병원에 데려가 의사와 상담을 하게 해주고 돌아온 다음날 점심께, 그녀는 산책을 나갔다가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유작이 된 소설 <막간>을 탈고한 지 겨우 한 달 뒤의 일이었다.
 버지니아 울프가 썼던 '의식의 흐름' : 즉 특별한 줄거리가 없고, 등장인물의 의식, 즉 두서없이 떠오르는 여러 가지 생각이며 느낌을 고스란히 서술하는 기법이다. 지금은 오히려 버지니아의 소설을 “지루하고 어렵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말았지만, 이 기법을 처음 도입한 버지니아의 대표작들은 당시에 비평적으로나 상업적으로나 큰 성공을 거두었다.

 

참고 주소 :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75&contents_id=255

 

 

주로 장르 소설을 읽는 내게는, 솔직히 말해서는 버거운 책이었다. 문장이 아름답지 않다거나 내용이 난해하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문장은 아름다웠으나 현대 소설에 물들여져버려서인지 커닝햄 버전의 '의식의 흐름'에서 적응치 못했던 듯하다. 책 속의 글자는 읽히는데 그 내용이 머릿 속에 들어오지않았다. 머릿 속에 들어와 문장들이 조합이 되지 않았다고 해야하나. 본문을 다 읽은후, 소개글과 해설란을 두세번은 읽었다. 내가 이해치못했던 것이 무엇이 있는지, 마이클 커닝햄이 말하고자하는게 어떤 것이 있었던 건지. 그제서야 조금 이해가 되는 듯하다. 생과 사, 그것의 차이는 그렇게 큰 것이 아니라고. 손바닥을 뒤집듯이 그 차이가 보인다고 하는듯하다. 아직 이 소설이 원작인 영화 <디 아워스>를 보지않아서인지 그 이해의 폭이 좁은 듯하다. 주말쯔음에 <디아워스>를 봐야겠다. 보고난후 다시금 <세월>을 펼쳐봐야겠다. 내가 놓친게 무엇이있었던가, 다시금 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생기를 복돋우는 이 세상의 신비들을 인지하는 것이 내적 능력인데, 그녀가 매우 운이 좋을 때는 그런 능력을 빌려 곧장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그녀는 그런 상태에서의 글쓰기를 가장 만족스럽게 여기지만, 그에 접근하는 행운은 아무 예고도 없이 왔다가 이내 사라져버린다. 그녀는 펜을 집어들고 종이 위를 움직이는 펜에 손을 내맡길 것이다. 그녀는 펜을 들었다가 자기는 그저 자기 자신일 뿐이라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다. 실내복을 입은 채 펜을 잡고 있는, 약간의 능력만 갖추었을 뿐 두려움이 많고 확신이 없는, 그래서 어디서 시작하고 무엇을 쓸 것인지조차 전혀 알지 못하는 그런 여자라고.

  그녀는 펜을 집어든다.

-p. 54

 

  그렇다면 그녀는 어느 쪽을 더 바라는가? 차라리 자신의 선물이 거절당하고 자신의 케이크가 비웃음받기를 원하는가? 물론 그렇지는 않다. 그녀는 사랑받기를 원한다. 아이에게 조용히 글을 읽어주는 유능한 엄마가 되기를 원하며, 완벽한 식탁을 준비하는 아내가 되고 싶다. 절대로 이상한 여자는 되고 싶지 않다. 변덕과 분노가 가득하고, 외로움을 타며 뾰로통하고, 참아줄 수는 있지만 사랑스럽지는 않은 그런 연민의 정을 불러일으키는 여자이고 싶지는 않다.

-p. 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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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매처럼 신들리는 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4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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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 신조의 작품 분위기는 어느 작가와도 겹치지가않는다. 얼핏 요괴가 나오는 것처럼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그 이야기의 전말은 인간이 한 짓으로 돌아가있다. 그의 작품을 보면 주위가 으스스한 것이 밤에 혼자 책을 보다가는 무심결에 등 뒤의 서늘함을 느껴 뒤돌아보게 만든다. 아이러니하게도 공포 영화라면 질색인 내가 좋아하는 작가를 말하라하면 빠질 수 없는 작가가 바로 미쓰다 신조이다. 처음 <기관>을 읽었을때의 공포스런 그 작품 속 분위기와 전체적인 내용이나 반전이 만족스러워서인지 '미쓰다 신조'의 작품이라하면 일단 기대부터하고 들어가는 작가임에 틀림없다.

 

미쓰다 신조의 작품은 <기관>,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그리고 이번의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으로 세번째 만나는 작가이다. 공포심을 자극하지만 추리적인 요소도 배제하지않는다. 공포 소설인 것처럼 떨리며 읽었다가 그가 깔아놓은 복선을 조금씩 발견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작품의 반전을 위한 장치라던가, 문장, 시점 등 독자를 놀래키기위한 것에서는 만족스러웠다. 조금 아쉬웠던 것은 도조 겐야 시리즈이지만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보다는 그 재미적인 부분에서는 조금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출간된 것은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이 더 앞서있지만, 사실 도조 겐야 시리즈의 첫번째는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이라고하니 작품 시기상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이 들기도한다.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까 계속 생각하다 결론이 나지않아 추상적으로 적겠다. 미쓰다 신조라는 작가의 필력이라해야되나, 문장이 뛰어난 듯하다. 문장이 아름답다 그런 것이 아니라 독자의 두근거리는, 무서워하는 마음을 잡아내는 것이 뛰어나다. 그의 작품을 세권째 접해서인지 자세한 반전은 맞추지 못했지만 대략적으로 이야기의 흐름은 잡을 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그러한 예감을 하지만서도 책을 읽게만드는 힘이 있다. '공포', 그 공포를 잘 잡아낸다.

포스팅을 할때 책상 위에 책을 같이 올려놓고 책을 보며 읽었던 걸 생각하며 적는 편인데, 미쓰다 신조의 책은 하나같이 책표지가 보이지않게 뒤로 뒤집어놓으면서 적는다. 표지만으로 그 오싹함이 다시 느껴지는 그의 힘은 다시 생각해도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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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중석 스릴러 클럽 33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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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배경은 20여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아이라 실버스타인이 운영하는 캠프장에서 하루 사이에 4명의 남녀가 살해당했다. 2명의 남녀는 살해된 채 시체로 발견되었고 다른 두 명의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들이 남긴 것은 핏자국이 묻은 옷가지 뿐이다. 넓은 캠프장 부지 내에서 그들의 시체는 끝내 발견되지않았고, 당시 유력한 살인 용의자였던 캠프장 내 상담원으로 일했던 웨인 스튜벤스는 이때 사건에서는 증거를 찾아내지 못해 기소할 수 없었지만 이내 다른 사건에서 살인죄로 유죄를 선고받고 무기징역으로 들어가있는 상태이다. 그들이 죽었다는 정황 증거만으로 가득한 것에서 시간은 흘렀고, 주인공인 검사신분의 폴 코플랜드는 일련의 사건을 처리하는 와중에 협박과 함께 여동생과 함께 죽은 줄 알았던 길 페레즈의 시체를 보게된다. 코플랜드는 20여년 전에 죽었다고 생각한 여동생 카밀이 살아있을 수도있다며 기대를 가지며 20여년 전의 사건에 점점 파고들어간다.

 

 

 

 

할런 코벤의 작품 중 가장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아들의 방>, <용서할 수 없는> 그리고 <숲>은 각기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의 이야기는 시작이나 등장하는 주인공에겐 공통점이있다. 그들 등장인물 역시 일반적으로 흔히 보이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사이코패스라던가 정신이상자라던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범위내의 인물들은 등장하지않는다. 그들은 가족을 감싸려고 일을 진행하는 것밖에 없다. 말을 아껴두는 것이다. 그저 남들에게 말하지않고, 거짓말하지않고 가만히있다. 이것은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이고 자신의 둥지를 깨트리지않으려함이다. 누가 가족이 망가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까. 그 표현방법이 잘됐든, 잘못됐든간에.

 

 

 

 

과거의 일을 파헤쳐가면서 현재의 일도 같이 진행을한다. 코틀랜드는 미혼모에 스트리퍼로 활동하는 10대의 흑인 소녀를 부잣집 아들인 두 청년이 강간을 한 사건을 진행한다. 정황 증거로 봐서는 누가봐도 두 청년이 한 행동이 강간이 확실하다. 하지만 재력가를 아버지로 두어 그 아버지는 아들을 보호하기위해 갖은 협박을 코틀랜드에게한다. 나의 가족을 지키기위해서는 당신에 관련된 것을 모두 뒤집어 엎을 수가 있다고. 과거의 일을 헤집어 자신도 모르는 사건에 대해 알게되는 코틀랜드에게 하필이면 타이밍도 절묘하게 20여년 전의 사건에대해 재조명되고있는 것이다. 코틀랜드의 시점과 그 때 당시 연인이었던 아이라 실버스타인의 딸인 루시의 시점에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딱히 어떤 부분이라고 집어말할 수는 없는데 흡인력이 놀랍다. 한번씩 그 둘의 시점이 아닌 삼촌이라 부르며 아버지와 왕래가 잦았던 소시라는 인물의 시점도 잠깐 나오는데 그들의 이야기가 재미나게다가온다. 책을 다 읽기 전 잔다고 50페이가량 남겨놓고 누웠는데 맙소사 잠이 오질 않았다. 30분동안 뒤적이다가 다시금 스탠드에 불을 켜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다음날 출근해야된다는 압박감은 저 멀리 던져놓은채로. 걱정되는 중반부의 부분도 지겹지가 않은채, 초반부터 후반까지 눈 한번 꿈뻑하며 읽은 듯했다. 이것이 할런 코벤의 스타일인가.

 

 

 

 

 

 

"아서 코난 도일 경을 아십니까?"

나는 물었다.

"셜록 홈스를 쓴 작가 말이오?"

"맞습니다. 셜록의 격언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자료를 충분히 이해하기도 전에 이론을 제시하는 건 큰 실수다. 왜냐하면 이론을 사실에 끼워맞추기보다 사실을 이론에 끼워맞추게 되니까."

-p.359

 

 

그녀가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데 로니 버거라는 조교가 노크도 없이 들어왔다. 흥미롭게도 로니는 루시의 아버지 아이라와 비슷한 스타일이었다. 나이든 피터 팬이랄까. 아무튼 외톨이를 동경하는 사람 같았다. 히피나 극좌팓르을 비판할 마음은 없다. 이 사회에는 그들도 필요하다. 좌파, 우파 할 것 없이 전부 다. 나와 상반된 입장을 가졌거나 내가 증오한다고해서 배척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없으면 일단 삶 자체가 무료해질 것이다. 제대로 된 토론도 볼 수 없을 것이고. 좌 없이는 우도 없고, 좌우가 있으니 중립도 있는 것이다.

-p.366

 

 

"지금 와서 이렇게 법석을 부려봤짜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그들은 이미 죽어 묻혔는데요. 아직 메아리가 남아 있긴 합니다. 당신이 걷고 있는 이 숲 말이에요. 이곳 노인들 중엔 이 숲에선 메아리가 영원히 사라지지않는다고 믿는 분들이 계십니다. 잘 생각해봐요. 말 되지 않습니까? 빌링엄은 보나마나 비명을 질렀겠죠. 이 안에서 비명을 지르면 메아리가 생깁니다. 그 소리는 조금씩 작아지지만 완전히 사라지진 않아요. 지금까지도 그의 일부는 비명을 지르고 있는 거죠. 살인은 항상 그런 메아리를 남겨요."

-p.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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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의 품격]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공항의 품격
신노 다케시 지음, 양억관 옮김 / 윌북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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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만족하며 읽었음에도 막상 그 느낌을 글로 끄적이려하니 문장으로 표현이 안되는 것도있다. 한두번은 아니라 이렇게 언급하기는 민망하긴하다. 이번에 적으려는 <공항의 품격>이 그러한 책이다. 내가 원래 잡생각이 많아 정리하는 차원에서 간단한 글을 적을 때에도 종이에 적고 거기다 살을 더하거나 빼거나해서 글을 올린다. 아무런 생각이 없다가도 읽은 책을 생각하고 바라보며 펜을 쥐고있으면 어떤 한 문장이라도 툭 튀어나오기 마련인데, 이 책은 그 한 문장이 나오지않았다. 적다가 지우기를 반복, 결국엔 3월에 올려야되는 글을 이제서야 올린다. 아하하.

 

하루하루가 바삐사는 모든 직장인들에게 공감을 주면서도 마음 한 켠 따뜻하게 만든다. 문장이 독특하다던가, 소재가 뛰어나다던가 그런 것이 아니다. 뒤돌아서면 잊을 듯한 그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래서인지 막상 적으려고하면 적어지지않는 것일 수도 있겠다.

 

작가의 이력이 독특하다. <공항의 품격>에서는 휴먼드라마식의 내용을 가지고있는데, 정작 데뷔한 것은 <8월의 마르크스>라는 책으로 에도가와 란포 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그 이전에는 6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일정한 거처없이 노숙 생활을 하기도 했다. 책을 덮고나서의 느낌이 이 작가 한계가 없는 사람인가 싶었다. 그렇게 대단하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장르를 넘나들며 적는다는 것에 뭔가 묘한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편한 느낌을 주는 글을 쓰는 작가의 미스터리 소설은 어떠할까. 적어도 나에겐 여러 이면에서 흥미를 끄는 작가가 등장한 것이다.

 

장르 소설을 좋아해서 대체적으로 빠른 템포의 스릴러 소설을 읽고선,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는 추리 소설 이렇게 읽는다. 이렇게 반복되다보면 뭔가 쫓기는 기분이들어 치류용 책을 읽는다. <고구레 연애소동>이나 <스토리셀러> 등과 같은 책을 치류용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번의 <공항의 품격>이 그렇게 다가왔다. 윗선에게 미움받고 좌천당해 전근가게 된 곳이 남들은 꺼려하는 공항에서의 업무를 맡게된 엔도 게이타 군이 주인공이다. 어떠한 애정도 생기지 않을듯한 업무에 하나, 둘 애정을 갖는 일이 생기고 일련의 사건들로 본인의 일에 더 애착을 가지며 성장한다. 내용은 간단히 말하자면 이 두 문장이 전부이다. '일련의 사건들'이 일어남으로써 자기 일처럼 초조해지고 뛰어다니며 땀을 흘리는 게이타 군의 이야기인데 어째 읽는 내내 내가 더 초조해지고 그의 일에 대해 높아지는 애착에 더 대견스럽기도하다. 마음이 따뜻해진다고해야하나. 기대치않고 펼친 책이라 만족감이 배로 돌아온 듯하다. 이 작가의 다른 책은 어떤 스타일인지 궁금해졌다. 다른 책도 찾아봐야겠다.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가을이야말로 사랑의 계절이라고.

여름의 사랑은 젊은이의 소유물이다. 어른의 사랑은 가을이 잘 어울린다.

-p.119

 

과거의 자신이 지금의 자신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것은 교훈이 아닌 하나의 사실이다. 그러므로 카메라에 찍힐 때는 미래의 자신에게 줄지도 모를 영향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렌즈의 압박에 굴복하여 허풍을 떤다는 건 가당치도 않다.

그리고 또 하나의 사실이 있다. 사람이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어떤 영향을 받고 변할 수 있다는 것.

-p.230

 

"공항에 부임할 때마다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여기를 떠날 때는 다시 돌아올 거란 기분이고요. 저는 고객에게도 그런 느낌을 주고 싶은데, 그건 정말 어려운 일이겠지요. 공항을 목적지로 생각하고 오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공항은 그냥 통과하는 지점, 또는 출발점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포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해보고 싶습니다. 그 결과 이런 깨달음을 얻었죠. 공항을 단순한 통과 지점으로 만들지 않으면 된다고요."

-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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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맨 & 플레이어
조안 해리스 지음, 박상은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젠틀맨&플레이어
: 크리켓에서 유래한 말이다. 2차대전 이전의 영국 정상급 크리켓 경기에서는 선수들을 '젠틀맨'과 플레이어'로 구분했는데, '젠틀맨'은 보수 없이 경기에 참가하는 유한계급의 아마추어 선수를 일컫는 말이고, '플레이어'는 보수를 받고 뛰는 직업 선수를 지칭하는 말이다. 제목이 시사하는 바처럼 이 작품은 하층계급의 아이가 부와 명예와 전통의 상징인 영국의 한 유서 깊은 사립학교에 동경과 질시를 품고 그 세계에 도전하는 이야기이다. 조안 해리스는 서스펜스라는 장르를 빌려와 사회적인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인간의 욕망에 대한 한 편의 멋진 심리 드라마를 완성해냈다. 
-책소개 中-


 내 스타일이 아니라고해야하나, 이라고해야하나 뭔가 미묘한 감정을 주는 책이다.

  우선 내용 진행은 지루하지는 않다. 주인공 스나이드의 시점은 과거와 현재가 번갈아가며 진행되며, 현재의 어떤 사건이 진행될 때 쯤에 과거로 넘어가 일련의 사건들과 관계없을 듯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어린 스나이드는 아버지가 수위로 일하는 세인트오즈월드 문법학교의 사택에서 거주한다. 세인트오즈월드 문법학교는 상류층이 다니는 학교라 스나이드의 형편상 다니지 못하는 학교로, 스나이드는 서니뱅크 종합 학교라는 정반대의 분위기를 가진 학교를 다닌다. 그에게는 '세인트오즈월드'라는 학교가 눈 앞에있어 들락날락대며 누구보다 학교의 위치, 교사의 스타일, 학생들의 행동거지 모두 잘 알게된다. 그리고 그 학교에 잠입한다. 자신의 이름은 스나이드가 아닌 '줄리언 핀치백'이라며. 

  15년이 지난 지금은, 세인트오즈월드에 교사로 들어가 그의 복수를 차차 진행하기 시작한다. 15년 전의 어떤 사건으로 자살한 아버지의 복수를. 스나이드의 눈에는 지켜보든, 지나가든, 그 자리에 있었던 이들은 모두 잘못이 있다. 아니, 세인트오즈월드라는 학교 자체를 붕괴하고자한다. 속에서부터 차근 차근이. 도저히 무너진 것을 복구할 수 없을 정도로. 그리고 현재의 시점은 스나이드와 라틴어를 가르치는 로이 스트레이틀리의 입장에서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모든 것을 계획하며 진행하는 무서울 것 하나 없어보이는 스나이드의 정체를 알 수 있는 자는 로이 스트레이틀리 뿐인 것이다. 

  어두운 회색빛 안개가 바로 한 치 앞도 볼 수 없겠끔 그 색이 점점 짙어진다. 이 작품은 읽는내내 감정 곡선을 크게 휘어지게 만든다. 독자의 마음을 들락날락, 들쑥날쑥 만들게하는 재주가 있는듯하다. 초반부의 흥미가 중반부까지 가지않아 아쉬웠고, 중반부에서 읽다가 멈추고 몇달만에 책을 손에 쥐고는 후반부를 단숨에 읽어버렸다. 결말 때문인가. 아니, 그 결말도 마음에 들긴한데 중반부의 그 느리게 진행되는 부분이 취향이 아니어서인지 읽기 힘들었던 책이었다. 그럼에도 결말 부분의 독자를 끄는 부분이 마음에 들어 다행이었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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